“국가에 충성을! 국민에게 헌신을! 가슴에 큰 꿈을!”
육군3사관학교에서 군종목사로 지내다 보면 충성과 헌신만큼이나 ‘꿈’이란 단어를 유난히 자주 듣게 된다. 세계 유일의 편입사관학교라는 특성상 다양한 배경과 사연을 지닌 이들이 모이기 때문이다. 군사학과 학생부터 제약공학과 출신, 해외 이민 청년, 유도 국가대표, 현역 간부, 어린이집 교사까지. 이들은 각자의 삶 속에서 새로운 길을 향한 꿈을 품고 사관생도의 길을 선택한다.
그들과 면담하며 꿈 이야기를 들을 때면 가슴이 뛴다. 그 꿈이 이뤄질 미래를 상상하면 마치 그 자리에 함께하고 있는 듯한 설렘이 찾아온다. 평범하게 보이던 생도가 자신의 꿈을 이야기하는 순간만큼은 누구보다 빛나 보인다. 꿈의 힘이란 바로 그런 것이다.
안타깝게도 그 뜨거운 꿈이 임관 이후까지 이어지지 못하는 경우를 종종 본다. 어떤 생도는 학교에 있을 때부터 이미 좌절의 그림자에 짓눌린다. 처음엔 눈빛이 반짝였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의욕이 사라지고 마지못해 남은 자리에서 경험만 쌓이는 ‘꾼’의 모습으로 변해 가기도 한다.
성경에서 예수님은 ‘선한 목자’와 ‘삯꾼’을 대비하셨다. 삯꾼은 보수를 위해 일하지만, 위기 앞에선 양을 버린다. 반면 선한 목자는 양을 사랑하기에 위험 속에서도 끝까지 자리를 지킨다. 그래서 목회자들 사이에선 신앙의 본질과 한 영혼을 향한 사랑, 하나님 나라의 꿈 없이 형식적으로 목회하는 이를 ‘삯꾼 같은 목사’라고 부르기도 한다.
군인도 다르지 않다. 간부는 단순히 부대를 ‘관리’하는 사람이 아니라 전우를 사랑으로 이끌고 보호하는 목자의 자리에 서 있다. 그러나 꿈을 잃으면 우리는 어느새 ‘삯꾼’처럼 변해 버린다. 요즘 말로 ‘월급 루팡’이 돼 가는 것이다. 규정과 절차는 지키지만, 마음은 비어 있고 진심은 사라진다. 기술과 능력은 숙달되고 계급은 올라가지만, 정작 그 권한과 능력을 올바르게 사용할 정신은 흐려지고 마는 것이다.
예전에 한 선배 군목이 후배에게 전해 줬다는 이야기가 생각난다. “첫째, 주일보다 봉급날이 더 기다려진다면 군목을 그만두라. 둘째, 성도의 영혼이 아니라 계급이 먼저 보이면 군목을 그만두라. 셋째, 교회가 한 영혼 한 영혼이 모인 공동체로 보이지 않고 그저 숫자로 보이면 군목을 그만두라.” 이 말씀은 목회자뿐만 아니라 모든 군인에게 적용되는 경고이자 깨우침이라고 생각한다.
삯꾼은 위험 앞에서 물러서지만, 참목자는 끝까지 목숨을 걸고 양을 지킨다. 우리는 어떤 길을 걸을 것인가? 삯꾼의 길인가, 아니면 참목자의 길인가? 남을 평가하기 전에 이 글을 쓰는 ‘나’ 자신부터 그 질문 앞에 선다.
“꿈을 잃으면 꾼이 된다.” 이 말은 “사명을 잃으면 삯꾼이 된다”는 의미같이 느껴진다. 여러분의 꿈은 무엇인가? 잠시 눈을 감고 자신을 있게 한 꿈과 소명을 떠올려 보자. 혹시 그 꿈을 잃어버렸다면 남은 군 생활만큼은 ‘꾼’으로서가 아니라 참된 군인으로서 높은 이상과 사명, 열정을 회복하길 기도하자.
잊지 말라. 꿈을 잃은 군인은 ‘꾼인(꾼人)’이 된다. 이 글을 읽는 모든 이가 잃어버린 꿈을 되찾고, 다시금 활력과 비전으로 충만한 군 생활을 이어 가길 진심으로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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