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론과 AI, 전장의 공식이 바뀐다
‘지상 기동 작전의 혁신’ 지상 드론
러·우 ‘리프치 전투’서 전쟁사 새 이정표
우크라군, 오직 드론만으로 전투 수행
감시·지뢰 제거부터 직접 사격까지도
기술 발달로 복잡한 지형서도 자율주행
이스라엘선 기관총 장착하고 경계 임무
도시전·게릴라전 최적화 플랫폼 부상
‘휴먼머신팀’ 협업 개념 본격 적용 전망
지난해 12월 20일 우크라이나군은 하르키우 북쪽 리프치 인근 러시아 진지를 향해 전례 없는 공격을 감행했다. 이 작전은 보병이나 유인 차량, 항공기를 단 한 대도 투입하지 않은 채 오직 드론만으로 수행됐다. 공중에서는 FPV(First Person View) 드론이 정찰과 공격을 맡았고, 지상에서는 다수의 지상 드론(UGV·Unmanned Ground Vehicle)이 전개돼 감시와 지뢰 제거, 기관총을 이용한 직접 사격 임무를 수행했다. 하르티야 여단과 국가방위군 소속 타이푼 무인 전문부대가 관여한 것으로 알려진 이 전투는 21세기 전쟁의 성격이 인간의 직접적 투쟁에서 기계와 드론이 주도하는 양상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줬다.
|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드론 전쟁’이다. 양측 모두 수천 대의 공중 드론을 동원해 정찰, 포병 사격유도, 자폭 공격을 수행했다. 흑해에서는 해상 드론이 러시아 흑해 함대를 위협했다. 반면 지상 드론은 상대적으로 늦게 등장했다. 울퉁불퉁한 지형과 숲, 전선 밀집도, 에너지 공급, 아군 오인사격 가능성 등 다양한 이유로 실전 배치가 제한적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2024년 말 리프치 전투에서 드론과 지상 드론이 협력한 공중·지상 복합 작전은 그 한계를 넘어서는 새로운 실험이자 성과로 기록됐다.
UGV는 전차나 장갑차 같은 중장비가 아니라 기동성과 정찰 능력, 자율성을 갖춘 소형 또는 중형 무인 차량이다. 이 드론들은 위험 지역 선행 정찰, 군수품 이송, 부상자 후송, 전자전 장비 탑재 등 다양한 임무를 수행한다. 과거에는 원격조종에 의존했지만 최근에는 인공지능(AI) 기반 자율주행 기술이 도입되면서 상황 인식, 경로 판단, 임무 수행까지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수준으로 발전하고 있다.
지상 드론의 자율 기동을 가능케 하는 핵심은 다양한 센서와 AI 기반 판단 체계다. 라이다, 열 영상 카메라, 다중 스테레오 비전 등으로 주변을 인식하고, 장애물 회피 알고리즘과 지형 분석 데이터를 결합해 최적의 경로를 산출한다. 최근에는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이 없는 환경에서도 지형학적 맵핑을 통해 자율주행이 가능한 ‘슬램(SLAM·Simultaneous Localization and Mapping)’ 기술이 빠르게 도입되고 있다. 이런 기술은 산악, 도심, 폐허 지역 등 복잡한 지형에서도 안정적 운용을 가능케 한다.
대표적인 사례는 미국 고스트 로보틱스의 사족보행 로봇이다. 강인한 다리 구조를 바탕으로 험준한 지형에서도 안정적으로 기동하는 이 로봇은 미군 기지에서 테스트가 진행되고 있다. 이스라엘의 엘빗시스템은 6륜 기반의 자율 전투 드론 ‘록(ROOK)’과 중형 전투용 ‘로버스트(ROBUST)’를 개발했다. 특히 로버스트는 30㎜ 자동포와 기관총을 탑재한 무인 포탑까지 실현했다. 실제로 이스라엘의 재규어 UGV는 이미 가자 국경에서 기관총을 장착하고 순찰 임무를 수행하며 인간 전투원 대신 위험 지역 경계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우리도 지상 드론을 개발해 전방의 탄약 및 식량 보급, 후방의 부상자 후송 등에 활용할 계획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I-MPUGV는 인공지능(AI) 기능과 원격무기체계가 통합된 6륜 차량으로 도로에서 최대 40㎞/h 속도를 낼 수 있다. 현대로템도 2021년 초기 모델을 군에 전달,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 국방과학연구소(ADD)는 무인수색차량 체계개발 사업을 추진하며 관련 기술을 발전시키고 있다. 이러한 국내 개발 성과를 바탕으로 향후에는 다수의 UGV를 네트워크로 연결, 하나의 지상 드론이 정찰을 수행하면 다른 드론이 후속 임무를 수행하는 분산형 작전 체계로 확장될 수 있다.
|
|
과거 전차가 진입하기 어려운 좁은 골목, 건물 내부, 산간 지역에는 병력을 투입해야 했다. 하지만 이제는 소형 지상 드론이 먼저 침투해 위험 요소를 식별하고 화생방 위협 지역에서는 센서를 통해 오염 정도를 확인한 뒤 병력은 그 정보를 바탕으로 보다 안전하게 진입할 수 있다.
이러한 지상 드론 체계는 도시전과 게릴라전에 최적화된 플랫폼으로 인명 피해를 최소화하고 작전 효율을 극대화하는 새로운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각국은 이를 전술 지휘 체계에 통합하기 위해 교리와 법규를 정비하고 있다. 러시아는 전자전 임무에 활용하고, 미국은 ‘다영역 전장’ 개념 속에서 공중·지상·사이버를 연결하는 전력으로 발전시키고 있다. 지상 드론은 이제 단순한 장비를 넘어 통합 전장의 핵심 요소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런 발전에도 불구하고 해결해야 할 과제는 있다. 장시간 전력 공급과 센서 내구성 문제, 통신 지연과 적의 전자전 환경에서의 운용 안정성 등이 그것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태양광 충전, 자율 경로 재설정, 인공지능 기반 통신 오류 복구 기술 등 실용적 해법이 활발히 연구·적용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이미 축적한 지상 드론 기술력을 바탕으로 전술적 운용 개념을 정립하고 ‘임무형 AI’를 도입해 상황에 따라 능동적으로 판단·협업하는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하지만 법적·제도적 기반을 정비하고 민·군 협력을 통한 기술 상용화와 숙련된 운용 인력 양성을 병행해야 하는 숙제도 있다.
향후에는 인간과 전투원의 협업을 위한 ‘휴먼머신팀(Human-Machine Teaming)’ 개념이 지상 드론에 본격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예컨대 보병 분대와 함께 움직이며 위험 지역을 대신 탐색하거나, 실시간 통신을 통해 전투원과 역할을 분담하는 방식이다. 이는 기존의 원격 조종형 장비를 넘어 전투원과 긴밀히 협력하는 전장 파트너로 지상의 드론을 진화시키는 방향이다.
이제 지상 드론은 단순한 장비를 넘어 새로운 작전 동반자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들은 위험한 임무를 대신 수행하며 전투원 생명을 보호하고, 보다 효율적이고 신속한 작전을 가능하게 만든다.
하지만 작전은 혼자 하는 것이 아니다. 하늘·땅·바다의 드론들이 하나의 네트워크로 묶이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다음 회에서는 차세대 전술 통신 기술이 이끄는 ‘연결의 전장’을 탐색한다.
오늘의 뉴스
Hot Photo News
많이 본 기사
이 기사를 스크랩 하시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