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군사 최신 무기의 세계

세계 첫 40㎜ 기관포 탑재 막강 화력 자랑 ‘32년 현역’

입력 2025. 10. 15   15:18
업데이트 2025. 10. 15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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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신 무기의 세계 - 스웨덴 ‘CV90 보병전투차’ 

1993년 첫 양산 지속적인 성능 개량
쌍열 박격포 등 다양한 파생·확장형
전자 아키텍처 기반 전투관리시스템
실시간 정보 공유·전장 인식 극대화
네덜란드·노르웨이·체코 등으로 수출
향후 연간 350대까지 생산 확대 계획

 

최신형 CV90인 CV90 CZ. 출처=BAE시스템스
최신형 CV90인 CV90 CZ. 출처=BAE시스템스



개발-운용-도태에 이르는 무기체계의 수명주기(Life Cycle)는 시대와 종류에 따라 달라져 왔지만 점점 길어지고 있다는 점은 변하지 않는다. 수십 년 전 2차 세계대전 때만 해도 1941년 등장한 전차나 비행기는 1944년에 이르러 자취를 감췄다. 초기 제트 전투기 시대의 미 공군은 ‘센추리 시리즈’로 불리는 전투기 대부분을 10년 남짓만 운용했다.

하지만 현대의 첨단무기 중에는 개발이 시작된 지 30~40년이 지났음에도 현역으로 국제 무기 수출 시장을 주도하는 제품들을 곳곳에서 볼 수 있다. F-16 전투기는 첫 비행 후 50년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구매를 원하는 국가가 많으며, 이는 유럽산 무기나 다른 장비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사례다.

이번 ‘최신 무기의 세계’에서는 첫 버전이 인도된 지 30년이 넘었지만, 여전히 국제 장갑차 시장에서 뛰어난 수출경쟁력으로 우수한 성과를 내고 있는 스웨덴의 CV90 보병전투차를 다루고자 한다.


균형 잡힌 보병전투차

‘90년대의 전투장갑차(Combat Vehicle 90)’란 의미를 지닌 CV90 장갑차는 1983년 스웨덴의 헤글룬스와 보포스가 공동으로 개발에 착수했다. 당시 스웨덴 방위물자청(FMV)은 기존에 사용하던 PBV 302 장갑차보다 기동성, 대공 및 대전차 능력, 생존성이 높은 신형 장갑차를 요구했다. 이는 기계화부대 중심으로 군 구조를 개편하던 스웨덴 육군의 핵심 전력이 될 차량이었다.

이 요구를 충족하기 위해 헤글룬스와 보포스는 1984년 기동 시제 차량을 시작으로 1988년까지 총 5대의 시제 차량을 제작했으며, 광범위한 시험을 거쳐 1993년 첫 번째 CV90 양산형을 완성했다.

수년간의 테스트와 시험 운용을 통해 완성된 초기 CV90 장갑차는 ‘전형적인 보병전투차(IFV)에 공격력을 더한’ 차량으로 정의할 수 있다.

초기형 CV90의 기동력과 방어력은 당시 IFV의 기준을 매우 충실히 따랐다. 길이 6.55m, 너비 3.1m, 중량 23톤의 차체에 스카니아사의 550마력 DSI 14 V8 엔진을 탑재해 최고 속도 시속 70㎞를 달성했고, 전면 장갑은 BMP-2의 30㎜ APDS탄을 방어할 수 있어 다른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보병전투차와 사양이 매우 비슷했다.

반면 CV90의 공격력은 매우 특별했다. 미국의 M2 브래들리가 25㎜ 기관포를, 영국의 FV510 워리어가 30㎜ 기관포를 장착한 것과 달리 CV90은 보포스 40㎜ L/70 기관포를 탑재했다.

CV90의 40㎜ 기관포는 25㎜, 30㎜ 기관포와 비교해 월등히 강력한 화력을 자랑했다. 장갑 관통력과 고폭탄의 위력이 거의 두 배에 달했다. 게다가 본래 함선용 대공 기관포로 개발된 만큼 근접신관을 사용한 대공 사격 능력도 뛰어나 적 헬기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었다. 이 때문에 CV90의 40㎜ 주포 채용은 훗날 한국 육군의 주력 보병전투차인 K21이 40㎜ 기관포를 장착하는 데 영향을 끼치기도 했다.

 

 

스웨덴군의 기본형 CV90 장갑차. 출처=스웨덴 방위물자청(FMV)
스웨덴군의 기본형 CV90 장갑차. 출처=스웨덴 방위물자청(FMV)

 


23톤에서 38톤으로 중량 증가 


1993년 CV90이 배치된 이후 개발사인 헤글룬스는 파생형 및 확장형 개발에 힘썼다. 이는 스웨덴 육군을 기계화부대로 개편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임무 차량을 CV90 기반으로 통일할 경우 운용 유지 면에서 유리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포탑을 없앤 지휘차량(Stripbv 90), 포병부대용 전방관측차량(Epbv 90), 구난 및 정비지원용 장갑회수차량(Bgbv 90), 대공차량(Lvkv 9040)이 개발됐고, 최근에는 120㎜ 쌍열 박격포를 탑재한 CV90 묠니르(Mjolner)가 배치되고 있다.

CV90 자체 성능도 꾸준히 개량됐다. 노르웨이가 도입한 CV9030N은 40㎜ 보포스 기관포 대신 미국산 30㎜ Mk44 부시마스터(Bushmaster) II 기관포를 장착했다. 네덜란드 수출형인 CV9035NL은 35㎜ 부시마스터 III 기관포를 장착했다. 이 포는 포구에서 표적 정보를 탄환에 입력해 정확한 시점에 폭발하는 공중폭발탄(ABM)을 운용할 수 있다.

기존에 운용 중인 차량의 성능 개량도 꾸준히 진행됐다. 스웨덴군과 노르웨이군은 MEXAS 세라믹 복합장갑을, 네덜란드군은 RoofPRO-P와 SidePRO 장갑을 추가해 방어력을 강화했다. 이에 더해 노르웨이군은 AMAP 신형 복합장갑을 추가로 장착할 예정이다.

가장 최신형인 체코군의 CV90 Mk.IV는 중량이 38톤으로 늘어났고, 1000마력 스카니아 엔진과 X300 변속기를 장착했다. 여기에 고무 궤도를 장착해 소음을 크게 줄이고 접지력을 향상시켰다. 확장된 차체와 완전히 새로 설계된 포탑에는 30㎜ 부시마스터 II 기관포뿐만 아니라 이스라엘제 스파이크-LR(Spike-LR) 대전차 미사일을 탑재했다. 또한 엘빗(Elbit)이 개발한 아이언 피스트(Iron Fist) 능동방어시스템까지 장착해 방어력, 공격력, 기동성 모든 면에서 초기형과는 완전히 다른 장갑차로 거듭났다. 나토 표준 전자 아키텍처 기반의 전투관리시스템(BMS)을 탑재해 실시간 정보 공유와 전장 인식 능력을 극대화한 것도 중요한 개선점이다.


생산 후 30년이 지났지만 수요 오히려 증가

CV90은 서방 보병전투차 중 가장 큰 구경의 기관포를 탑재했다는 점 외에 특출난 신기술을 적용하지는 않았지만, 확장성과 개량이 용이하다는 장점을 살려 꾸준한 수출 실적을 올렸다. 생산국인 스웨덴이 509대를 운용 중이며(최근 일부 우크라이나에 지원), 네덜란드가 184대, 노르웨이가 144대를 운용하고 있다. 이외에 덴마크, 핀란드, 스위스, 에스토니아 등에서 운용 중이다.

가장 최근에 CV90을 대규모로 구매한 국가는 체코다. 2023년 5월, 22억 달러 규모로 246대의 CV90 Mk.IV를 발주했으며, 첫 차량은 2025년 8월에 인도됐다. 이러한 꾸준한 수출 실적에 힘입어 제작사인 BAE시스템스는 2026년 유럽 6개국의 연합 조달 사업에서 역대 최대 규모의 주문을 기대한다고 발표했다. 이에 대비해 연간 생산 능력을 2020년 50대에서 2026년 250대, 향후 350대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CV90은 지상 기동장비가 확장성 있는 설계와 충실한 기본기를 갖출 경우, 꾸준한 성능 개량을 통해 지속적인 수요를 창출할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베스트셀러 장갑차다. 이는 우리에게도 AS21 레드백과 같이 이미 개발된 장비에 대한 꾸준한 성능 개량과 발전형 연구가 필요함을 시사한다.


필자 김민석은 에비에이션 위크 한국특파원으로, 국내 방위산업 소식을 해외에 소개하고 있다. 국내 매체 비즈한국 및 유튜브 채널에서 국내외 방위산업 소식을 알리고 있다.
필자 김민석은 에비에이션 위크 한국특파원으로, 국내 방위산업 소식을 해외에 소개하고 있다. 국내 매체 비즈한국 및 유튜브 채널에서 국내외 방위산업 소식을 알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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