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국방광장

완벽해지기 위한 비행철학

입력 2025. 10. 14   15:41
업데이트 2025. 10. 14   15:43
0 댓글
고경일 전문군무경력관 가군 육군항공학교
고경일 전문군무경력관 가군 육군항공학교

 


조종사를 향한 동경에서 시작된 육군항공인의 삶. 조종간을 잡은 지 어느덧 20년, 총 비행시간 2300여 시간, 교관 임무 수행 6년 차를 넘기며 자신감과 자부심으로 생활하고 있다.

교관 임무를 맡으면서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 중 첫째는 조종사 생활을 시작하는 교육생들에게 군인이자 조종사로서 올바른 가치관과 사명감을 키워 주는 것이었다.

둘째는 교육 전 안전을 위한 준비를 하되 예기치 못한 상황이 발생하면 ‘안전해야만 하는’ 즉각적인 조치를 취하는 능력을 유지하는 것이었다.

감사하게도 사고 없이 조종사 생활을 하고 있지만 사실 비행이 늘 평온했던 것만은 아니다. 조류 충돌, 임무 중 악기상 조우, 주의 및 경고등 점등으로 인한 예방착륙 등 위험상황이 적지 않았다. 정해진 점검 절차에 따라 세심히 준비하더라도 비행 중 예기치 못한 상황은 조종사를 순간적으로 당황케 하고 신속 정확한 판단과 대처를 요구한다.

차량 운행 중 경고등이 켜지면 갓길로 이동해 정차하고 긴급출동서비스를 호출하면 되지만 공중에선 훨씬 복잡하고 어려워 조종사의 신중하면서도 빠른 판단이 절실하다. 순간적 당황이 시간적·물리적 지연으로 이어져 상황조치를 늦추면 회복 불가능한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비행은 절대적인 안전 확보를 전제로 한다. 모든 조종사가 그러하듯 나 또한 항공기의 운용 성능을 신뢰하되 그 한계와 제한사항이 있을 수 있음을 간과하지 않고, 비상상황에 대처하는 절차·방법을 꾸준히 연구했다. 동종 사례를 참고해 상황조치 절차를 훈련함으로써 자동차 운전자가 자연스레 갓길에 차를 대듯이 공중에서도 망설임 없이 적절한 조치를 자연스럽게 취하도록 훈련해 왔다.

비행 전 항로상의 예방착륙 지역 면적·특성 및 접근 중 주의해야 할 사항을 숙지하는 노력도 했다. 임의의 지역과 상황을 가정해 예방착륙 장소는 어디이며, 어떤 절차를 거쳐 조치해야 하는지 시뮬레이션해 본 뒤 교육에 임했다. 이러한 세밀한 준비 과정이야말로 불확실한 공중에서 교육생들의 안전을 보장할 수 있는 자신감의 밑거름이었던 셈이다.

나를 지도해 준 선배 조종사들로부터 얻은 공통적인 교훈이 있다. “완벽함은 존재하지 않는다. 매 순간 완벽하기 위해 노력하고 망각하지 않도록 늘 준비할 뿐”이라는 것이다.

지금도 임무 수행 전 이 교훈을 곱씹으며 겸손하게 비행에 임하고 있다. 지상에서 철저히 준비해야 공중에서 안전해지고, 그것이 곧 우리의 비행을 더욱 완벽하게 이끄는 지름길이라고 믿는다.

< 저작권자 ⓒ 국방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댓글 0

오늘의 뉴스

Hot Photo News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