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이 최근 해군병으로 입대했다. 입영통지서를 받은 날부터 아들은 조용히 주변을 정리하며 준비를 해 나갔다. 그런 아들의 모습에 26년 전 해군으로 입대했을 때 나를 바라보셨던 부모님의 걱정 어린 눈빛으로 아들을 들여다보게 된다.
지금껏 해군으로 살아온 시간을 돌아보니 가족과 떨어져 지낸 기간이 적지 않다. 3번의 해외파병, 외지근무와 함께 한 달의 절반을 바다에서 보냈다. 2011년 여섯 살이었던 아들과 진해 부두에서 이별하고 청해부대로 파병을 떠났던 날이 떠오른다. 아빠와 헤어지기 싫다며 울음을 터뜨리던 어린 아들이 어느새 스무 살 청년이 돼 입대한다니….
원사라는 계급으로 해군교육사령부에서 교관 임무를 수행하는 내게 부자(父子) 해군이라는 멋진 타이틀을 선물해 준 아들에게 너무나 고마운 마음이다.
아들은 항상 나를 걱정했고 그리워했으며 남다른 가족애로 우리 부부의 든든한 버팀목이 돼 줬다. 살갑고 듬직한 아들에게서 해군에 입대하겠다는 결심을 전해 들었던 날, 너무나 자랑스럽고 대견했다.
아버지의 뒤를 이어 조국의 바다를 지키고 싶다며 결연한 눈빛을 보이던 아들에게서 과거의 내 모습이 겹쳐 보이는 것만 같았다.
해군에 입대하면서 임전필승의 마음가짐으로 고된 훈련을 소화하고, 수많은 작전·임무를 처리하며 오늘에 이르렀다. 이런 아버지의 모습을 보면서 아들은 해군으로서 군 복무의 신성한 의무를 다하겠다는 목표를 가졌을지도 모른다.
자식을 군대에 보내는 부모라면 걱정부터 앞서는 게 당연한 일일 터. 훈련이 아무리 힘들더라도 같이하는 전우를 믿고 의지하며 하나가 돼야 고된 훈련을 무사히 마칠 수 있다. 견디기 힘든 고통스러운 순간이나 ‘이걸 해낼 수 있을까?’ 자신을 의심하는 순간도 찾아올 것이다. 그런 순간을 마주하게 되면 자신의 의지와 근성을 믿고 고통마저 즐길 수 있게 되길 바란다. 군 선배로서 몸조심해야 한다는 당부와 함께 군 생활에 필요한 여러 조언을 건네면서도 가슴 한구석이 아리는 것은 군인이기 전 자식을 군에 보내는 아버지로서의 남다른 걱정과 안타까움 때문이라는 것도 안다.
아들이 앞으로 경험하게 될 군 생활에 잘 적응하고 자신에게 주어진 임무를 성실히 소화할 것이라고 믿는다. 아들이 그동안 보여 줬던 강한 책임감이라면 언제, 어디서든 자기 역할을 제대로 해내는 참된 해군으로 거듭날 것이다.
책임감과 성실함을 가진 아들인 만큼 해군으로서 주어질 수많은 규율과 임무, 명령을 자발적으로 따르며 보람된 시간을 보내리라.
진정한 해군으로 당당하게 거듭나 있을 아들로부터 ‘필승!’ 경례를 받을 날을 기쁘게 기다릴 것이다. 부자 해군으로서 같은 바다에서 사랑하는 조국과 국민을 지켜 낼 것을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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