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전의 승패는 더 이상 화력의 우위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한 번의 결정적 전투가 아닌 소모와 회복이 반복되는 기나긴 전쟁의 양상 속에서 승리는 결국 ‘지속지원’ 능력의 가장 핵심적인 역할, 즉 전투장비의 심장을 다시 뛰게 하는 정비 요원에게 달렸다. 이들이야말로 전선의 승리를 묵묵히 보장하는 보이지 않는 핵심 전력이다.
육군포병학교에서는 지난 5년간 자주포 정비 전문가들의 심도 있는 토의를 집대성한 귀중한 결과물을 발간했다.
이 책자는 단순히 정형화된 교범의 내용을 반복하는 것이 아니다. 야전에서 빈번하게 발생하지만 교범만으로는 해결하기 어려운 복합적인 고장 상황에 대한 ‘살아있는 지식’의 보고다. 현장의 베테랑들이 머리를 맞대고 수많은 밤을 새워가며 원인을 분석하고 최적의 해결책을 논의한 집단지성의 결정체인 셈이다.
이러한 지식 자산이 학교 울타리를 넘어 야전 전체에 공유된다는 것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이는 개별 정비 요원의 역량을 넘어 부대 전체의 장비가동률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다.
고장 원인을 찾아 헤매던 시간을 단축하고 정확한 진단과 신속한 정비가 이뤄질 때, 우리의 자주포는 비로소 적을 압도하는 최상의 전투력을 발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래 전장 환경에서는 정비 전문가의 중요성이 더욱 강조된다. K9 자주포를 비롯한 우리 군의 장비는 점차 첨단화, 정밀화, 복합화되고 있다. 이는 과거의 경험적 정비 방식만으로는 한계가 있음을 의미한다. 이제 정비 요원은 단순한 기술자를 넘어 복잡한 시스템을 이해하고 데이터를 분석하며 고장의 근본 원인을 진단하는 ‘장비의 의사’가 돼야 한다. 이들의 손끝에서 수십억 원에 달하는 첨단 장비의 운명이 결정된다.
여기에 ‘인구 소멸’이라는 거대한 국가적 위기까지 앞두고 있다. 병력 자원의 감소는 숙련된 정비 인력의 확보를 더욱 어렵게 만들 것이다. 이는 곧 한 명의 정비 전문가가 과거의 여러 명을 능가하는 역할을 수행해야 함을 의미한다. 잘 훈련된 소수의 정예 정비 요원은 이제 부대 전투력을 유지하는 가장 중요한 ‘전략적 자산’으로 인식돼야 한다.
전투는 포탄이 발사되는 포구에서 시작되지만, 그 전투를 지속시키는 힘은 엔진과 유압 계통을 점검하는 정비고에서 나온다.
최상의 전투력을 유지하기 위한 이들의 헌신과 노고에 합당한 인정과 지원을 보내야 할 때다.
이 귀중한 지식 나눔을 시작으로, 정비 분야의 전문성을 체계적으로 발전시키고 최고의 전문가를 양성하는 데 군의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강한 육군의 미래는 바로 이들의 어깨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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