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자랑스러운 대한민국 육군 부사관이었고, 지금도 부사관으로 남고 싶습니다.”
필자는 1989년 8월 9일, 스무 살의 나이로 육군하사관학교(현 육군부사관학교)에서 임관해 부사관의 길을 걷게 됐다. 그리고 34년이 지나 같은 장소에서 정년퇴역을 맞이하며 군 생활의 시작과 끝을 함께하게 됐다.
고교학업을 마치고 바로 임관한 필자는 전·후방 각지에서 병참 장비, 화학 장비, 일반 장비 수리관 등 군수·정비 분야에서 다양한 보직을 맡으며 전문성을 쌓았다. 특히 새로운 전투 환경에 맞춰 변화하는 군 장비에 대한 호기심을 바탕으로 부사관으로서 전문지식과 능력을 갖추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했다. 그 덕분에 20세 하사 임관 후 중사, 상사, 원사 계급까지 정기진급을 하며 선·후배 부사관으로부터 부러움을 받기도 했다. 그럴 수 있었던 것은 부사관 계급장에 대한 자부심을 늘 가슴에 새기며 정비인으로서 최고 전문가가 되기 위해 신바람 나는 군 생활을 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순항하던 항해에도 역경의 파도는 덮쳐왔다. 뇌수막종(파열되지 않는 뇌동맥류)으로 장기 입원수술을 받게 된 것이다. 이후 약 1년간 장기 치료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눈 시신경 부위와 맞물려 있던 종양 때문에 시력의 30%를 잃을 수밖에 없었다. 국군수도병원에서 의가사 전역을 판정받았지만, 필자는 군문을 떠나고 싶지 않았다. 계속해서 군복을 입고 자랑스러운 부사관으로 남고 싶었다.
다행히 ‘심신장애 계속복무자’로 분류돼 군복을 계속 입을 수 있었다.
이제 군인의 길을 뒤로하고 정년퇴역을 앞두고 있지만 아쉬움이 가득하다. 특히 육군부사관학교에서 진행한 ‘원사 전역식 행사’에 참석하니 지난 34년의 군 생활이 주마등처럼 지나갔다. 그 덕분에 가슴이 참 많이 따뜻해지는 퇴역식을 맞이할 수 있었다. 육군부사관학교는 내가 걸어온 군인의 시작과 끝을 함께하는 가장 특별하고 상징적인 장소다. 퇴역식에서 받은 가슴 벅찬 감정과 전우들의 응원을 깊이 간직하며 제2의 인생을 멋지게 시작하겠다.
앞으로 우리 부사관들의 위상을 높이고 격려하는 차원에서도 육군 원사 전역식은 지속해서 거행됐으면 한다. 부사관들의 마음의 고향인 육군부사관학교에서 군 생활의 시작과 끝을 축하받고, 찐한 응원을 받으며 행복하게 군문을 떠날 수 있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마지막으로 신고합니다. “육군 원사 이준희는 34년의 군 생활을 마무리하고 퇴역을 명받았습니다. 이에 신고합니다. 충성!”
오늘의 뉴스
Hot Photo News
많이 본 기사
이 기사를 스크랩 하시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