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대대 장병들과 점심식사를 하던 중 다급한 보고를 받았다. “미군 헬기가 책임지역 논에 예방착륙했다”는 내용이었다. 순간 머릿속이 복잡해졌지만 지휘관으로서 침착함을 유지하면서 신속하게 현장으로 달려갔다. 현장에 도착하니 다행히 미 육군 2보병사단 소속 조종사 두 명은 무사히 대피해 있었다. 지역 경찰·소방이 초기 상황을 관리하고 있었지만 현장은 거대한 아파치 헬기와 함께 긴장감이 감도는 분위기였다.
책임지역을 맡은 지휘관으로서 내가 해야 할 일은 분명했다. 즉시 장병들에게 경계명령을 하달했다. 장병들은 주변 접근을 차단하고 현장 안전을 확보했다. 동시에 미군은 헬기가 예방착륙하게 된 원인 확인과 정비 준비에 몰두했다. 각자 맡은 역할은 달랐지만 목표는 같았다. 헬기를 안전하게 회수하고 더 이상의 위험을 방지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과정은 순탄하지 않았다. 언어 장벽과 절차상의 차이, 문화적 이해 간극으로 의사소통과 임무수행이 매끄럽지 않았다. 때로는 책임 소재를 두고 의견 차이가 발생하기도 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며 한 가지 사실을 깨닫게 됐다. 서로의 차이와 강점을 존중하고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지휘체계를 일원화하고 임무를 명확히 구분했다. 그러자 현장은 빠르게 안정감을 되찾았다. 한국군은 외부 위협 차단과 지역안전 확보에, 미군은 헬기정비와 재이륙 준비에 전념했다. 양측의 협력은 빠른 문제해결로 이어졌고, 헬기는 약 10시간 만에 안전하게 정상적으로 이륙할 수 있었다. 이 광경을 본 순간 나는 한미동맹의 진정한 본질을 다시금 생각하며 많은 것을 느꼈다.
이번 경험은 단순한 예방착륙의 대응을 넘어 연합작전의 본질을 보여주는 중요한 교훈이 됐다. 동맹은 종이 위의 미사여구나 선언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현장에서 함께 땀 흘리며 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더욱 단단해진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언어와 문화의 차이를 뛰어넘어 임무와 절차를 존중하며 신뢰를 쌓았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나는 이번 경험을 통해 지휘관으로서의 사명을 더욱 깊이 되새기게 됐다. 어떤 상황에서도 장병들을 믿고, 동맹을 신뢰하며, 책임지역 안보를 굳건히 지켜내야 한다는 다짐이다. 또한 강도 높은 훈련과 철저한 대비로 “싸우면 반드시 이기는 부대”를 만들어 가는 것이 나의 책무임을 재차 확인했다.
앞으로도 나는 국민과 동맹이 신뢰할 수 있도록 어떠한 위기 속에서도 사명감을 가지고 임무를 완수할 것이다. 그것이 이번 현장에서 얻은 가장 큰 교훈이자 지휘관으로서 지켜야 할 변함없는 약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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