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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남긴 군수지원의 교훈

입력 2025. 10. 10   15:32
업데이트 2025. 10. 12   1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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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승원 소령 육군5공병여단 정비근무대
홍승원 소령 육군5공병여단 정비근무대



2022년 2월 24일, 러시아의 침공으로 시작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3년이 지난 지금도 끝나지 않았다. 전쟁 양상과 장기화는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결과였고, 우리에게도 많은 시사점을 남기고 있다. 국력과 첨단 무기를 앞세운 러시아가 단기간에 승리를 거둘 것이라는 일반적 전망은 빗나갔고, 준비되지 않은 군수지원체계가 전장에서 전투력 발휘를 얼마나 제약하는지를 여실히 보여 줬다. 

전쟁 초반, 러시아군은 수도 키이우 점령을 목표로 제한적이고 단선적인 군수망을 운용했다. 우크라이나의 거센 저항으로 장기전에 돌입하자 문제가 드러났다. 방호력이 취약한 보급차량은 드론과 포병의 표적이 됐고, 연료·탄약이 끊긴 전차와 장비는 도로에 방치됐다. 반면 군사력이 상대적으로 약한 우크라이나는 서방의 무기지원과 민간 인프라를 적극 활용했다. 민간 드론을 개조해 정찰·공격에 투입하고, 상용 위성과 물류망을 활용한 신속한 보급으로 전쟁 지속력을 확보한 것이다.

이 전쟁은 우리에게 3가지 중요한 교훈을 준다. 첫째, 장기전에 대비한 비축과 산업 동원 능력이다. 러시아는 단기간 종결을 가정한 보급계획으로 예비물자와 생산 능력이 부족했다. 전쟁은 언제든 예측과 달라질 수 있기에 충분한 비축과 전시 생산체계를 보장하는 산업 기반이 필수적이다.

둘째, 병참선의 다변화와 보호다. 러시아군의 보급 행렬이 집중 공격을 받은 것은 단선적이고 취약한 보급망 때문이다. 현대전에서 후방은 더 이상 안전지대가 아니다. 군수부대 역시 주요 공격 목표가 될 수 있어 자체 방호력과 경계체계를 갖춰야 한다. 군수지원은 단순한 보급 기능을 넘어 전투 지속을 보장하는 핵심 작전임을 인식해야 한다.

셋째, 디지털 기반의 군수지원체계 구축이다. 러시아군은 물자 소요와 재고 현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고,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문제가 반복됐다. 이는 군수지원이 단순한 수송이 아니라 데이터와 네트워크 기반의 디지털체계로 발전해야 함을 보여 준다.

아무리 첨단 무기와 화력을 보유하더라도 군수가 뒷받침되지 못하면 승리를 보장할 수 없다. 우리는 변화하는 전장 요구에 맞춰 끊임없이 대비해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전쟁사례 연구와 교리 발전이다. 과거를 분석하고 교범을 탐독해 우리 환경에 적용 가능한 교리를 정립해야 한다. 이를 민간 기술·산업 발전과 접목해 새로운 개념으로 발전시키고, 워게임과 훈련을 반복하며 실질적 역량으로 체득해야 한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우리에게 묻고 있다. “대한민국의 군수지원체계는 장기전을 견딜 준비가 돼 있는가?” 우리는 이 질문에 자신 있게 답하기 위해 교훈을 반면교사 삼아야 한다. 그것이 군수인의 책무이며, 국가안보를 떠받치는 전쟁 지속 능력의 핵심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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