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이슈 돋보기
전략 경쟁기 미 국방전략의 연속성과 변화 ① 전략환경 평가에 따른 목표와 추진전략 설정
‘2025 국방전략서’ 전반적 방향성 공개
역사상 가장 위험한 전략환경 직면 평가
중국의 직접적 위협 주목 필요성 역설
국내 치안 영역을 본토안보 관점서 규정
동맹·우방국 역량 강화 방침은 연속성
역할 분업 공식화는 차별화된 접근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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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미국 국방조직은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를 군사적 차원에서 뒷받침하는 국방전략 수립에 착수했다. 지난 5월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의 ‘힘을 통한 평화(Peace through Strength)’ 비전을 구현하기 위한 ‘2025 국방전략서’ 수립에 착수하고 8월 말까지 제출할 것을 지시했다. 이 지시에 따라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국방전략서 초안이 완성됐고, 헤그세스 장관에게 보고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국방전략서(NDS·National Defense Strategy)’는 국방전략의 근간(capstone)인 전략문서로 국가안보전략의 목표 달성을 군사적 차원에서 뒷받침하는 전반적 접근법을 담고 있다. 전략경쟁기 미 국방조직은 탈냉전기의 ‘상향식 능력 기반 접근법’을 지양할 필요성에 따라 위협 대응에 중점을 둔 하향식 국방기획(defense planning)을 강조했다. 이런 방향성에 따라 작성되는 ‘NDS’는 크게 전략환경 평가, 국방목표, 추진전략 등 세 가지 핵심 내용으로 구성된다.
트럼프 집권 1기 시기 작성된 2018 NDS는 전략 경쟁기 미 국방조직의 접근법을 총체적으로 규정한 첫 번째 전략문건이다. 전략환경 평가에서는 △수정주의적 강대국과의 전략경쟁 △자유롭고 열린 국제질서에의 도전 △미 군사력 우위·경쟁력의 상대적 쇠퇴 △빠르게 진보하는 기술과 변화하는 전쟁의 성격 등 4대 도전적 상황을 식별했다. 특히 중국·러시아 등 수정주의적 강대국과의 장기적인 전략경쟁 구도를 미국의 번영·안보를 위협하는 최우선적 도전으로 지목했다.
이런 전략환경 평가를 바탕으로 트럼프 1기 행정부는 ‘경쟁하고(compete), 억제하며(deter), 승리한다(win)’는 전략적 지침을 달성하기 위한 11대 국방전략 목표를 제시했다. 국방목표 달성의 3대 추진전략도 체계화했다. 첫째, 더욱 치명적인 합동군을 건설하겠다고 천명했다. 둘째, 동맹을 강화하고 파트너십을 확대하겠다고 강조했다. 셋째, 성과 및 재정 능력 향상을 위한 국방조직 개혁 의지를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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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행정부 시기 작성된 2022 NDS 역시 위협 대응에 중점을 둔 하향식 국방기획 접근법에 따라 작성됐다. 우선 전략환경 평가에서는 중국, 러시아, 본토 위협, 지속적 위협 등 미 국방전략이 직면한 4대 도전적 상황을 식별했다. 특히 인도·태평양을 넘어 국제 체제 전반에서 본격화된 중국과의 전략경쟁을 최우선적 도전으로 지목했다. 러시아는 미국과의 동맹·우방국에 대한 ‘극심한 위협(acute threat)’으로 정의했다. 본토위협 측면에서는 중국·러시아의 전방위적 군사력 발전에 따라 미 본토 위협의 범위·규모가 본질적 차원에서 변화됐다고 평가했다. 테러리즘의 위협을 강조해 온 탈냉전기 접근법을 전략경쟁의 관점으로 전환한 것이다. 마지막으로 북한·이란 및 폭력적 극단주의 집단을 ‘지속적 위협(persistent threats)’으로 규정했다.
2022 NDS는 이러한 전략환경 평가를 바탕으로 △본토 방어 △미국과 동맹·우방국에 대한 전략적 공격 억제 △침략 억제 및 억제 실패에 따른 무력충돌 상황에서의 압도 △탄력적 합동군과 국방생태계 구축 등 4대 국방목표를 제시했다. 2018 NDS의 11대 국방목표를 압축한 내용이다. 2018 NDS와의 연속선상에서 통합억제(Integrated Deterrence), 전역화(Campaigning), 지속적 우위 건설 등 국방목표 달성의 3대 추진전략도 구체화했다.
트럼프 2기 행정부의 2025 NDS는 전략 경쟁기 미 국방조직의 총체적 접근법을 규정한 세 번째 전략문건이다. 개략적 내용은 올해 3월 미 언론 보도를 통해 알려진 ‘잠정 국방전략 지침(Interim National Defense Strategic Guidance)’을 통해 제시됐다. 미국은 본토 방어와 중국의 대만 침공 억제에 집중하고 다른 유형의 위협 대응에서는 동맹·우방국의 역할을 증대한다는 내용이다. 2025 NDS 작성은 2018 NDS 작성 과정에도 참여한 엘브리지 콜비 정책담당 차관이 진두지휘했다.
2025 NDS의 전반적 방향성은 올해 7월 공개된 회계연도(FY) 2026 국방예산요청안(Defense Budget Overview)을 통해 공개됐다. 이 문건에서 미 국방조직은 본토안보와 중국의 도전, 그리고 다른 유형의 위협 등 세 가지 측면에서 미국이 역사상 가장 위험한 전략환경에 직면했다고 평가했다. 이런 평가에 따른 대응책과 관련해 △억제력 재구축 △군사력과 방위산업 기반 재건 △‘전사의 정신(warrior ethos)’ 회복 등 3대 추진전략을 강조했다.
전략환경 평가와 관련해서는 먼저 수년간 안전하지 못했던 국경과 점점 더 정교해진 공중·미사일 위협으로 미국의 본토 안보가 취약해졌다고 우려했다. 이어 중국의 전례 없는 군사력 증강에 따라 미국의 안보·경제에 초래되는 직접적 위협에 주목할 필요성을 역설했다. 마지막으로 러시아·이란·북한과 일부 테러 조직을 비롯한 다양한 기타 유형의 위협에도 주목했다. 이러한 내용은 이전 행정부와 비교해 중국 위협에 집중하겠다는 의지가 한층 강해졌음을 보여주는 동시에 러시아의 위협을 본질적 차원의 도전으로 규정하지 않겠다는 시각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국방전략의 첫 번째 추진전략인 ‘억제력의 재구축’과 관련해서는 본토 방어, 대중국 억제, 동맹·우방국의 역량 강화 등 접근법을 구체화했다. 본토 방어 측면에서는 △국경 봉쇄 △불법 이민 및 마약 밀매 등의 침략 행위 격퇴 △핵전력 현대화·다변화 △사이버 역량 강화 △지속 가능한 대테러 작전 △차세대 미사일 방어망인 ‘골든돔(Golden Dome)’을 통한 방어 등을 제시했다. 특히 국내 치안 영역을 본토안보의 관점에서 규정했다는 점에서 이전 행정부와 차별화된 접근법을 보였다. 반면 대중국 억제 강조는 국방전략의 연속성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동맹·우방국의 역량 강화 방침은 전략 경쟁기 미 국방전략의 연속성을 보여주는 동시에 역할 분업의 논리를 공식화했다는 측면에서 기존 행정부와 차별화된 접근법이기도 하다.
전략 경쟁기 미 국방전략의 연속성과 변화는 2025 NDS의 두 번째 및 세 번째 추진전략을 통해서도 확인된다. 우선 군사력의 재건 및 방위산업 기반 재건은 연속성을 보여주는 것이다. 2018 NDS에서 강조한 국방조직 개혁 의지와 함께 2022 NDS에서 강조한 탄력적 합동군, 국방생태계 구축과 일맥상통한 내용이기 때문이다. ‘전사의 정신’ 회복 역시 미 국방조직 구성원의 복지 향상을 통한 전투 임무 전념을 강조한다는 점에서 연속성을 보여준다. 동시에 전임 바이든 행정부의 다양성·평등·포용성(DEI) 정책을 청산하겠다는 정치적 차별화의 성격을 지녔다는 점에도 유의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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