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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습의 본질과 군 교육의 재설계

입력 2025. 10. 02   12:06
업데이트 2025. 10. 02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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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대한 전문군무경력관 나군 육군정보통신학교 사이버/C4I교육단
함대한 전문군무경력관 나군 육군정보통신학교 사이버/C4I교육단


육군정보통신학교에서 교육생들을 가르치는 교관이다. “수료와 함께 배운 것을 위병소에 반납하고 왔습니다”라는 교육생들의 농담은 현재 우리 교육현장의 현실을 뼈아프게 드러내는 말로 다가온다. 결국 우리가 가르치는 건 ‘지식’이지만 정작 교육생들이 위병소에 반납하고 갖고 가는 건 ‘시험 점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현대 교육심리학과 인지과학에서는 학습의 본질을 단순한 기억이 아닌 이해와 적용을 통한 지식 구조화로 본다. 심리학자 레프 비고츠키는 교육을 받아 습득한 지식이 학습자의 내부 심리체계에 의미 있는 방식으로 뿌리내릴 때 진정한 성장이 이뤄진다고 주장했다. 즉, 지식은 자신의 것으로 ‘소화’돼야 한다.

현행 군 교육시스템, 특히 과목별 1~8교시로 연속 편성된 구조는 학습 내재화를 어렵게 만든다. 하루 동안 여러 과목을 연속적으로 수강하면서도 중간에 배운 내용을 소화하고 정리할 개인 시간은 거의 없다. 이에 따라 지식은 외형적으로만 전달되며, 실제 과업에서의 적용력이나 비판적 사고로 이어지지 못한다.

이와 관련, 심리학자 존 스웰러의 ‘인지부하이론(Cognitive Load Theory)’은 여러 시사점을 준다. 인간의 단기 기억에는 한계가 있으며, 연속적이고 과도한 정보 입력은 학습효과를 오히려 저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종일 수업만 진행되고, 학습자 개인이 복습하거나 정리할 시간이 없는 상황에서 장기 전이가 매우 제한적이라는 것을 뜻한다.

일과 시간 내에 ‘개인 내재화 시간’을 공식적으로 포함해야 한다. 예를 들면 6교시 이후 1~2시간은 학습 내용을 정리하고, 야전부대별 실무를 연결하며 부족한 부분을 채우는 개인 내재화 시간을 확보하는 것이다. 이후 야간엔 충분한 휴식을 보장해 뇌가 학습된 내용을 정리하고 통합하는 데 필요한 수면 기반 기억 강화(Sleep-based consolidation)를 가능하게 해야 한다.

실제 핀란드는 교과 내용 암기보다 탐구 중심, 프로젝트 기반 학습으로 구성해 개념을 일상생활과 연결하고 스스로 사고하게 하는 교육을 한다. 또한 연속적인 학습을 하기보다 수업 시간 45분, 자유 놀이 시간 15분을 제공하며 쉬는 시간에 뇌가 배운 내용을 정리하고 내재화할 수 있는 시간을 보장한다. 이러한 학습법은 학습과 관련해 낮은 스트레스와 높은 성취도를 보여 준다.

이처럼 교육은 단순히 ‘많이 가르쳤다’가 아니라 ‘얼마나 내재화됐는가’를 기준으로 설계돼야 한다. 이제는 군 교육도 학습 본질에 맞춰 내재화 중심의 패러다임 전환을 모색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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