흩어졌다 모이고
모였다가 흩어지는 말들
잊을 수 없는 말들 밤을 새우며
까만 하늘에 수다를 뿌리는 별들
메마른 마음들 촉촉이 적신다
내가 어디서 왔는지 알지 못하므로
내가 어디로 가는지도 알지 못한다
장미도 제 목숨 지키기 위해 품고 사는 가시
내가 나를 보호하기 위해 품고 사는 세 치 혀
어쩌다 자신을 찌를지라도
메타버스 타고 말꽃 곱게 피우는 밤
가끔 도심의 불빛이 하늘을 가려도
내 마음속 은하수는 강물처럼 흐르며
은행나무 이파리가 된 수다들
입속에서 핀 꽃들 웃음꽃 달고
노랑나비 되어 세상 훨훨 날아다닌다
인파 속에 하루를 지우며 사는
도심 속 나홀로족 무인도 친구들이여
내일을 열어주는 수다 사랑해요
<시 감상>
‘흩어졌다 모이고 /모였다가 흩어지는 말들’이 ‘까만 하늘’의 별처럼 빛나고, ‘메타버스를 타고’ 가상공간을 유행(遊行)한다. 시인은 관념적인 말(言)에 생명의 역동성을 부여해서 다소 부정적으로 인식되는 통념의 ‘수다’ 어감(語感)을 무한한 신비와 가능성이 내재된 세계로 이끌어 간다. 그렇게 시인이 개척해서 확장된 ‘수다’의 의미는 ‘내일을 열어주는’ 미래지향적 상상력이 꿈틀거리는 창조의 공간으로 변신한다.
이처럼 우리의 일상에서 흔히 쓰이는 언어의 통념을 톺아보고, 그것에서 의외성을 발견해 새로운 의미를 재현해 내는 일이 시인의 사명일 듯싶다. 우리는 시인이 그렇게 창조해 보여주는 언어를 들여다보며 공감한다. 특히 섬세한 감각이 돋보이는 우리의 모국어는 현실과 천상과 가상의 세계를 아우르며, ‘입속에서 핀 꽃들 웃음꽃’처럼 ‘말꽃 곱게 피우는’ 데 손색이 없으니 얼마나 축복인가.
『유엔미래보고서 2040』에 따르면 오늘날 존재하는 약 6000개 언어 중 절반이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고 한다. 한편 오래전에 사라진 구약성서의 히브리어는 벤 예후다의 노력과 이스라엘 사람들의 사랑으로 다시 태어났다.
이렇듯 언어도 생멸한다. 결국 모국어를 지키는 소명은 우리의 몫이다. 시인이 우리 모국어의 언어 미학으로 보여준 ‘내일을 열어주는 수다’의 나라에 사랑을 가득 채우며 가꾸는 것도 우리의 몫일 것이다.
차용국 시인·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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