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훈련병의 편지

무의미함을 이겨낸 무기 ‘회복탄력성’

입력 2025. 10. 01   15:58
업데이트 2025. 10. 02   08:35
0 댓글
오서진 이병 육군32보병사단 신병교육대대
오서진 이병 육군32보병사단 신병교육대대



훈련소에서 첫 주를 보내는 것은 듣던 대로 쉬운 일이 아니었다. 급격한 환경 변화 속에서 시간이 참 느리게 갔다.

2주 차를 보내고 돌아보니 1주 차 때 힘들었던 건 의구심 때문이었다. ‘왜 여기에 있지?’ ‘뭐 하고 있는 거지?’와 같은 생각이 자주 떠올랐다. 이런 현상을 ‘무의미함의 메아리’라고 이름 붙였다. 메아리는 보통 조용한 산속에서 크게 소리치면 소리가 점점 작아지며 울리는 현상이다. ‘무의미함의 메아리’도 그러하다. 처음엔 그렇게 컸던 무의미함도 훌륭한 교관님들의 진심 어린 지도와 배려 덕분에 점점 사라지고 그 자리는 보람과 자부심으로 채워졌다.

입대 초기의 무의미함이 보람과 자부심으로 바뀌는 데 큰 도움을 준 것은 ‘소중한 나의 병영일기(소나기)’다. 소나기에는 매일 기록하는 공간이 있다. 바로 ‘Mental Warrior’s Week’다. 신앙전력화 교육 때 군종장교님에게서 활용법을 교육받았는데, 매일 다양한 주제에 관해 생각해 보며 회복탄력성을 높일 수 있는 워크북이다. 월요일에는 일주일의 계획 부분, 화요일에는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부분, 금요일에는 감정과 사건을 적고 긍정적 의미를 찾는 부분 등이 있다.

소나기에서 하루 일과를 정리하면서 실수하고 부족했던 일을 반복하지 않게 됐다. 전우들에게 느꼈던 서운함, 걱정스러움, 불안정한 마음 등의 감정이 잠들기 전 해소돼 다음 날 좋은 인간관계에도 도움이 됐다.

예컨대 화요일에 ‘생큐 소머치’난을 활용해 입영 초기 우의 정리가 잘되지 않아 헤맸을 때 알려 준 동기에게 감사의 마음을 적고 표현했는데, 그 동기와 가까워졌을 뿐만 아니라 생활관 분위기가 화기애애해졌다. 또 어느 날은 총기 분해 실습을 잘하지 못해 많이 속상했는데, 금요일에 ‘감정일기’를 활용해 하루를 돌아보며 스스로 적는 객관적 조언 부분에 “앞으로는 긴장을 덜하고, 실전을 연습이라고 생각하고, 연습을 실전이라고 생각해 보자”라고 적었다. 놀랍게도 속상한 마음이 가라앉았다.

스스로 적은 조언이었지만 이후 실습부터는 감사하게도 좋은 결과를 거두게 됐다. 하루를 기록하고 돌아보는 훈련을 하면서 무의미함이 보람과 자부심으로 바뀌는 변화를 경험한 것이다.

이 글이 훈련병들에게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소나기 218쪽에 적힌 말의 일부를 인용하고자 한다. “근심은 알고 나면 허수아비다. …근심에 무심할수록 포박은 허술해진다.”

 

< 저작권자 ⓒ 국방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댓글 0

오늘의 뉴스

Hot Photo News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