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한 외국인 노동자가 지게차에 실린 벽돌 더미에 온몸이 묶인 채 동료들로부터 괴롭힘을 당하는 모습이 보도돼 많은 사람의 공분을 산 적이 있다. 전남 나주시의 한 벽돌공장에서 외국인 노동자가 일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고 동료들로부터 괴롭힘을 당했다는 것인데, 인권단체의 도움으로 일반에게 알려졌고 대통령까지 인권유린의 잘못을 질타하고 나섰다.
사람이 어떻게 저럴 수 있을까 혀를 차면서도 이런 반인륜적 행위가 지금도 전국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니 걱정이다. 실제로 외국인 노동자들이 당하는 폭행이나 감금, 성희롱과 추행, 임금 체불 등 인권침해 사례가 끊이지 않고, 산업재해로 다치거나 사망하는 이도 크게 늘어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우리나라에 체류 중인 외국인은 265만여 명으로 전체 인구의 5.2%에 달한다. 이들 중 상주 외국인 노동자만 156만 명이 넘어 우리나라 노동시장에서 외국인이 차지하는 비율은 날로 커지고 있다. 그럼에도 공존·공생의 문화는 마련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돌이켜 보면 우리나라도 60여 년 전 독일에 광부와 간호사를 파견한 이래 많은 노동자가 중동, 베트남 등지에서 외국인 노동자로 활동하며 우리 산업 발전의 기초를 세웠다. 이들이 이역만리 타국에서 악조건을 견디며 고국으로 보내온 자금으로 경제를 살리고 산업 기반을 만들고 키웠던 것인데, 마침내 반세기 만에 우리나라도 외국인 노동자가 그들의 꿈과 희망을 키우는 기회의 땅이 됐다.
아쉬운 점은 그런 자랑스러운 성취에도 우리 사회 한쪽에선 거기에 부응하는 성숙한 공생문화를 만들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활동한 많은 외국인 노동자가 일정 기간을 보내고 고국으로 돌아가 성공적으로 제2의 삶을 이끌면서 한국과 아름다운 인연을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앞서 문제가 된 나주의 외국인 노동자나 불의의 산업재해를 당해 후유증을 안고 있는 노동자와 같이 안타까운 파국이 벌어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에 시급히 관련 대책을 세워 나가야 한다.
무엇보다 외국인 노동자들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한 법적·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 지금도 외국인 노동자는 법적으로 국내 노동자와 동등한 권리를 보장받는 것으로 돼 있지만 현실과 괴리가 있다.
문제가 생길 때마다 인권단체 및 민간 사회단체의 문제 제기와 지원에 의존해 땜질 처방을 내놓고 있는데, 이제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제대로 실태를 파악하고 피해를 예방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야겠다.
아울러 관련자들의 인식을 변화시키기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해야 한다. 외국인 노동자를 고용하는 사업체 관계자는 물론 외국인 노동자 스스로도 인권의식을 가지고, 문제가 생기면 선제적으로 가해자와 피해자를 분리해 대응할 수 있는 장치를 갖출 필요가 있다.
세계화의 물결은 이미 우리 일상 깊숙이 들어와 있다. 외국인 노동자와 함께 살아가는 것은 이제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고, 그 흐름은 더욱 가속화될 것이다. 우리 모두 되돌릴 수 없는 세계화의 흐름과 다문화를 일상으로 받아들이며 공존·공영하는 새로운 표준을 만들고 그에 적응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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