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프랑스 루르드 성지에서 열린 천주교 국제군인대회에 참가했다. 바로 ‘제65차 국제군인성지순례’인데, 전 세계 38개국에서 1만6000명이 모였다. 우리나라에선 육군·공군 군종신부들과 예비역, 현역 간부 신자 및 군 가족 등 총 33명이 함께했다. 그때 느꼈던 몇 가지 사항을 나눠 보고자 한다.
먼저 대회 취지가 인상 깊었다. 루르드 성지는 천주교 신앙인들에게는 성모님의 주요 발현지이자 치유의 샘이 있는 곳으로, 19세기 후반부터 이미 유명했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많은 상이군인이 생겼고, 그들을 데리고 루르드 성지 치유의 샘을 방문하는 이가 점점 늘었다. 그러다가 아예 상이군인들을 비롯한 모든 군인을 위해 매년 루르드 성지에서 대회를 하기에 이르렀다.
그러한 역사로 인해 지금도 치유의 샘에 들어갈 때나 통행 시엔 항상 상이군인들이 우선이다. 너나 할 것 없이 상이군인들이 길을 갈 때는 모두가 급히 길을 터주며, 때로는 타 국가이더라도 거수경례로 예를 표하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
두 번째는 국기를 향한 존중이었다. 루르드 성지 전통에 따라 대회 기간 공식적으로 성지에 들어갈 때는 각 국가의 국기를 앞세우고 행진했다. 그러면서 각 국가의 군가나 성가 등을 우렁차게 부르는데, 나라별 특색도 느낄 수 있다(예를 들어 이탈리아는 군홧발 소리에 맞춰 카랑카랑하게 “이탈리아!”라고 외쳤는데 수백 m 전부터 이탈리아군이 오는 것을 알 수 있을 정도였다).
이렇게 행진하면 골목길에서도 모두가 길을 비켜 주며 다른 나라 국기에도 거수경례로 존중을 표했다. 태극기를 앞세우고 갈 때도 마찬가지였다. 이런 모습을 보면서 (비록 의장용 태극기가 무거웠지만) 국기를 향한 마음을 다져 볼 수 있었다.
또한 타 국가 군인과 같은 신앙을 가진 군인이라는 동질감으로 어울린 것도 뜻깊었다. 연륜이 묻어나는 군인들도 보였지만, 생도들도 많이 참가해 앳된 청년들이 적지 않게 눈에 띄었다.
대회 기간 정복, 군복을 입고 같이 기도하며 카페나 바에서 얘기를 나누고 사진도 같이 찍는 등 신앙과 군인이라는 정체성으로 한데 어우러져 뿜어내는 그 젊은 활력이 참으로 벅찼다.
특별한 만남도 두 번 있었다. 먼저 루르드에선 초를 봉헌하며 기도하는 전통이 있다. 미국 군종교구에서 육·해·공군 및 해병대와 콜럼버스기사단서 마련한 대형 초 여러 개를 봉헌했다. 우호의 상징으로 당시 병상에 있던 전임 천주교 군종교구장인 유수일 프란치스코 주교를 위한 초도 봉헌해 줬다.
또 6·25전쟁 네덜란드 참전용사 두 분을 만나 식사도 했다. 그분들이 먼저 한국 순례단이 온 것을 알고 한 번 만나고 싶다고 한 데 따른 것이다. 정전협정 체결 하루 전날 가장 친했던 두 전우를 잃었다고 말씀하실 때 눈시울이 붉어지는 모습을 보면서 참전용사분들의 희생이 얼마나 큰지 다시 한번 깨달았다. 그분들의 희생에는 비할 바 못되나 우리나라 전통기념품과 부대 배지 등을 드리며 약소하게나마 감사함을 표했다.
이렇듯 대회 기간 함께 기도하고 어울리며 우리는 같은 신앙을 가진 군인으로서 하나 됨을 느꼈다.
이 땅에서 지금 벌어지고 있는 전쟁이 하루속히 끝나길 기도하며 우리 군인들이 평화의 파수꾼 역할을 잘 수행하길 바랐다. 군에서 신앙, 종교가 평시에도 실제로 중요한 일치의 끈, 활력소가 될 수 있다는 것을 깊이 절감하는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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