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군사 드론과 AI, 전장의 공식이 바뀐다

곤충만 한 정찰병들이 적진 한복판을 헤집다

입력 2025. 09. 30   14:03
업데이트 2025. 09. 30   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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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론과 AI, 전장의 공식이 바뀐다
나노 기술과 마이크로 전자공학이 만든 초정밀 정찰체계

소재 혁신 힘입어 ‘극한의 소형화’ 가능
노르웨이산 18㎝·32g 드론 실전 활약
모기·벌 비행 원리 모방 상당 수준 도달
인공지능 더해지면 집단 임무 수행까지
구조·수색·의료 민간 분야 응용 기대도
개인정보 침해 등 윤리적 논란은 과제

텔레다인 플리어 디펜스사가 개발한 초소형 드론 블랙 호넷. 출처=텔레다인 플리어 디펜스 공식 홈페이지
텔레다인 플리어 디펜스사가 개발한 초소형 드론 블랙 호넷. 출처=텔레다인 플리어 디펜스 공식 홈페이지

 


무게 74㎎. 벌이 한 번에 옮길 수 있는, 꿀보다도 가벼운 무게다. 2025년 7월, 중국 베이징이공대학 자오제량 교수팀이 공개한 이 초경량 뇌 조종장치는 살아 있는 벌의 등에 장착해 3개의 바늘로 뇌에 전기자극을 주는 방식이다. 놀랍게도 벌은 90% 확률로 명령에 따라 움직인다. 연구진은 이 ‘사이보그 벌’이 군사용 정찰이나 재난 현장 수색에 활용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는 더 이상 공상과학이 아닌 현실이다. 초소형 정찰 기술이 새로운 차원에 진입한 것이다.

완전히 인공적으로 제작된 초소형 드론도 실전에서 활약하고 있다. 노르웨이 텔레다인 플리어 디펜스(Teledyne FLIR Defense)사의 블랙 호넷(Black Hornet)이다. 길이 18㎝, 무게 32g에 불과한 이 드론은 30분간 비행하며 2㎞ 떨어진 곳까지 정찰할 수 있다. 미군과 영국군은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에서 블랙 호넷을 실전 투입해 전투원들이 위험한 건물에 직접 들어가지 않고도 내부 상황을 파악할 수 있게 했다. 현재 다수 국가 군대가 이 기술을 도입해 사용하고 있다.


이런 극한의 소형화를 가능하게 만든 핵심은 나노 기술의 혁신적 발전이다. 나노 기술은 원자와 분자 수준에서 물질을 조작하는 기술로 놀라운 성질을 가진 소재들을 만들어낸다. 탄소나노튜브는 강철보다 100배 강하면서 무게는 6분의 1에 불과해 초경량 고강도 드론 뼈대 제작을 가능하게 했다. 그래핀은 탄소 원자 한 층으로만 이뤄져, 얇고 투명하며 다이아몬드보다 강하고 전기 전도성이 뛰어나 날개와 회로를 동시에 구현할 수 있다. 이런 소재들을 1㎝도 안 되는 공간에 정교하게 배치해 카메라, 통신 장비, 비행 제어 컴퓨터, 배터리를 모두 집약시킬 수 있게 됐다. 

진정한 혁신은 자연에서 영감을 얻을 때 일어난다. 과학자들은 모기가 조용하고 효율적으로 나는 방법, 벌이 바람 속에서도 안정적으로 비행하는 비결, 파리가 벽에 거꾸로 매달리는 원리 등을 연구했다. 모기의 날개는 초당 600~800번 진동하는데, 압전 나노 소재를 이용한 인공 근육으로 이런 빠른 진동을 재현할 수 있다. 압전 소재는 전기 신호를 받으면 즉시 수축·팽창해 모기 날개 같은 빠른 움직임을 만들어낸다. MIT와 하버드대 연구진이 개발한 생체모방 드론들은 실제로 이런 기술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하버드의 로보비(RoboBee) 프로젝트는 벌 크기의 드론이 실제로 공중에 떠 있을 수 있음을 입증했다.

 

 

텔레다인 플리어 디펜스사가 개발한 초소형 드론 블랙 호넷. 출처=텔레다인 플리어 디펜스 공식 홈페이지
텔레다인 플리어 디펜스사가 개발한 초소형 드론 블랙 호넷. 출처=텔레다인 플리어 디펜스 공식 홈페이지



국가별 기술 경쟁도 치열하다. 미국은 국방고등연구계획국(DARPA)을 통해 곤충 크기 수준의 마이크로 공중 운반체 개발을 지원하고 있다. 중국은 사이보그 벌 기술로 기존 싱가포르에서 개발한 초경량 장치의 3분의 1 무게인 74㎎ 기록을 달성하며 급속히 추격하고 있다. 이전에는 딱정벌레나 바퀴벌레에 사용되던 기술이 이제 더 효율적인 벌로 확장된 것이다. 벌은 쉬지 않고 5㎞를 날아갈 수 있어 기존 곤충들보다 훨씬 유용하다.

한국도 이 분야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국내 연구기관들은 초소형 센서와 통신 기술을 통해 기반 기술을 축적하고 있다. 특히 세계 최고 수준의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기술이 초소형 드론 부품 제작에 중요한 자산이 되고 있다. 메모리 반도체를 만드는 정밀 공정 기술이 초소형 드론의 두뇌 제작에 직접 활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가 보유한 미세 공정 기술은 곤충 크기 드론 개발에 핵심 경쟁력을 제공한다.

실전 적용 분야는 무궁무진하다. 군사 분야에서는 적진 깊숙이 침투한 정보 수집, 화학무기 등 위험물질 탐지, 인질 구출이나 대테러 작전의 사전 정찰 등에 활용된다. 기존에는 위험해서 접근할 수 없던 지역도 초소형 드론을 통해 안전하게 정찰할 수 있게 됐다. 민간에서는 지진이나 건물 붕괴 현장의 생존자 수색, 원자력 발전소 같은 위험 시설의 협소 공간 점검에 사용된다. 환경 분야에서는 숲속 깊은 곳이나 동굴 안까지 들어가 생태계를 조사하고, 오염 물질을 찾아내며, 멸종 위기 동물들을 모니터링하는 역할을 한다. 초소형 드론은 사람이 직접 갈 수 없는 곳의 정보를 실시간으로 수집해 환경 보호에 큰 도움을 주고 있다.

여기에 인공지능이 더해지면서 초소형 드론들은 진짜 살아 있는 것처럼 행동할 수 있게 됐다. 목표 지점까지 알아서 날아가고, 장애물을 피하며 중요한 장면을 자동으로 촬영한다. 컴퓨터 비전 기술을 활용해 실시간으로 영상을 분석하고, 의미 있는 정보만 전송하는 기능도 갖추고 있다. 심지어 여러 대가 협력해 마치 벌떼처럼 집단으로 움직이며 임무를 수행한다. 한 대는 경계를 서고, 다른 한 대는 촬영을 하며, 또 다른 한 대는 통신 중계를 하는 식으로 역할을 분담한다.

의료 분야 응용도 기대된다. 현재 초소형 드론에 약물을 탑재해 체내 특정 부위에 정확히 전달하는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마치 영화처럼 미세한 드론이 혈관을 따라 이동해 암세포만 골라 공격하는 정밀 의료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열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배터리 기술이 가장 큰 도전 과제로 남아 있다. 아무리 작고 가벼운 드론을 만들어도 배터리가 무거우면 소용없기 때문이다. 다행히 그래핀 기반 에너지 저장 장치가 기존 배터리보다 빠르게 충전되면서도 수명이 길어 해결책이 될 수 있다. 태양전지를 날개에 내장하거나, 비행하면서 생기는 진동으로 전기를 만드는 압전 소자 기술이 개발되고 있다.

새로운 과제도 나타나고 있다. 너무 작아서 기존 레이다로는 탐지하기 어렵다 보니 이를 찾아내는 새로운 탐지 기술이 필요하다. 이에 따라 음향 센서를 이용한 날개 소리 탐지, 인공지능 기반 비정상 비행 패턴 분석 등이 연구되고 있다. 또 개인정보 보호와 관련된 윤리적 문제가 제기되고 있어 적절한 사용 기준과 규제 마련이 중요한 과제로 대두되고 있다. 특히 중국의 사이보그 벌처럼 실제 생물체를 이용하는 기술은 윤리적 논란도 제기되고 있다.

벌만큼 작은 초소형 정찰병들이 우리 주변을 날아다니는 시대가 현실이 됐다. 나노 기술과 생체모방 기술이 만들어낸 이 혁신은 전쟁 양상을 바꿔놓을 뿐만 아니라 재난 구조, 환경 보호, 의료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인류의 삶을 향상시킬 것이다.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작지만 무한한 가능성을 품은 이 작은 기술 혁명은 원자 하나하나를 다루는 기술이 얼마나 놀라운 미래를 만들어낼 수 있는지 보여준다. 우리나라도 이런 미래 기술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도록 지속적인 연구 개발과 투자가 필요하다.

전장이 바다로 확장된다면 드론은 수중을 어떻게 탐색하고 작전을 수행할까? 다음 회에서는 해양에서 활약하는 지능형 수상, 수중 드론의 실체를 들여다본다.

 

필자 김형석 한성대학교 국방과학대학원 국방전력학과 교수는 한국대드론산업협회 드론센터장을 맡고 있다. 저서로는 『하늘의 창과 방패, 드론전쟁의 최전선』이 있다.
필자 김형석 한성대학교 국방과학대학원 국방전력학과 교수는 한국대드론산업협회 드론센터장을 맡고 있다. 저서로는 『하늘의 창과 방패, 드론전쟁의 최전선』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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