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일(job)이 생길 거야
이가희 예비역 해군중사·파라타항공 서울지사 승무원
절차·팀워크에 의지해 안전 확보 중요
함정·항공기, 다른 듯하지만 닮은 공간
화재 진압·비상탈출…훈련 덕에 능숙
꾸준히 실천하는 습관 배운 군 생활
망망대해 살피던 눈, 승객 여정 책임
“승객의 비행이 안전하고 편안하며 행복한 여정의 처음과 끝이 되도록 하는 게 제가 하고 싶은 일입니다.”
신생 항공사의 객실 승무원으로 새출발을 앞둔 이가희(예비역 해군중사) 씨. 지난 4일 서울 강서구 마곡동에 위치한 파라타항공 서울지사에서 그를 만나 제대군인에게 또 다른 가능성과 희망의 메시지가 돼 줄 이야기를 들어봤다.
이씨의 취업 도전기는 바다도, 하늘도 아닌 ‘무대’에서 시작됐다. 초등학교 때 한국무용을 시작해 대학까지 무용을 전공했던 그에게 코로나19는 인생의 전환점이었다. 졸업 후 아동센터에서 무용강사로 일하던 중 코로나19로 기관이 폐쇄돼 갑작스레 일자리를 잃었고, 무기력함 속에서 새로운 길을 모색해야 했던 것.
“어떻게 하면 더 의미 있게 나를 성장시킬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어릴 적 무용단으로 섰던 첫 무대인 군악대와의 합동공연이 떠올랐어요. 그때 군인들을 보면서 멋있다고 생각했죠.”
무용단 시절 위문공연을 다니며 자연스레 품었던 군인을 향한 동경심과 코로나19라는 국가적 어려움을 함께 이겨 내고 싶다는 마음이 그를 군인의 길로 이끌었다. 특히 배를 다루는 기술은 어디서나 경험할 수 없는 전문 분야라는 생각에 해군을 선택했다.
2021년 3월 해군하사로 임관한 이씨는 독도함에서 전탐사로 근무를 시작했다. 레이다와 각종 센서를 활용해 주변 표적을 추적·분석하며 함의 기동과 항해 판단을 지원하는 임무였다.
|
“바다에는 신호등도, 차선도 없어요. 정확한 보고와 민첩한 판단, 팀워크가 곧 안전으로 이어집니다.” 그는 낯선 장비와 용어, 매 순간 긴장감을 견뎌 내며 집중력과 책임감을 키워 나갔다.
군 생활은 이씨에게 자신감을 선물했다. 어떤 환경에서도 끝까지 버티고 성장할 수 있다는 확신은 새로운 도전을 향한 열망으로 이어졌고, 군 생활 3년차에 이씨는 전역을 결심했다. 객실 승무원이라는 새로운 꿈은 그의 성향과 경험이 자연스럽게 이어진 선택이었다.
“무용단과 함정 근무를 하면서 늘 하나의 팀으로 움직일 때 가장 큰 보람을 느꼈기에 이 일이 저와 잘 맞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렇게 승무원의 꿈을 안고 올 2월 전역한 이씨는 군에서 배운 끈기와 실행력을 바탕으로 잠깐의 여유도 두지 않았다. 전역하자마자 영어학원을 등록하고 승무원 준비생 스터디에 들어가며 취업 준비에 매진했다.
“몸은 피곤했지만, 오히려 그 과정에서 큰 동기를 부여받았습니다. 함께 준비하는 동료를 보며 목표가 더 선명해졌고, 제대로 된 길을 걷고 있다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그는 취업 과정에서 군 경력을 적극 활용했다. “함정과 항공기에는 닮은 점이 많아요. 불확실한 환경에서 절차와 팀워크에 의지해 안전을 확보해야 하는 공간이거든요. 함정 근무 때 기른 위기 대응 능력은 승무원의 역할과 정확히 연결됐어요.”
이러한 준비와 노력은 빠르게 결실을 봤다. 단 2개월 만에 신규 항공사인 파라타항공의 객실 승무원으로 합격해 취업에 성공한 것이다.
해군 시절 ‘안전은 곧 생명’임을 체득한 이씨와 안전을 최우선 가치로 삼는 파라타항공의 철학은 잘 어울렸다. 현재 그는 객실 승무원 초기 교육을 수료하고 첫 운항을 기다리고 있다. 화재 진압, 응급처치, 비상탈출 등 안전교육은 함정에서 수없이 반복해 왔기에 능숙하게 해낼 수 있었다.
그러나 승무원으로서의 새로운 도전도 있다. 바로 서비스 부문이다. 군대에서 간결하고 명확한 지시어에 익숙했던 이씨에게 상냥하고 친절한 말투를 체득하는 과정은 쉽지 않았다.
“처음에는 말투가 딱딱해 아직 군인 같다는 소리를 듣기도 했어요. 승객에게 좋은 기억을 남기기 위해 말투 하나도 중요하다는 것을 느끼고 표정이나 톤 연습을 꾸준히 하는 중이에요.”
이씨는 전역을 앞둔 장병들을 위한 조언을 잊지 않았다. “너무 불안해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어려운 시간은 결국 언젠가 좋은 일의 초석이 된다고 생각해요. 코로나19로 좌절을 겪었던 제가 군인을 거쳐 지금의 승무원이 될 수 있었던 것처럼요.”
덧붙여 군에서 배운 가치는 어느 분야에서든 귀중한 자산이 되니 작은 목표부터 꾸준히 실천하는 습관과 군 경력을 사회와 연결하는 작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파라타항공은 30일 국내 노선을 시작으로 연내 일본과 베트남 등 국제선 취항도 준비 중이다. 이씨는 파라타항공 1기 승무원으로서 첫 비행을 앞두고 이 순간이 각별하게 다가온다고 이야기한다.
“해군 복무 당시 신형 호위함 춘천함의 인수요원으로 발탁돼 첫 출항 과정을 함께했어요. 그때처럼 신규 항공사의 시작을 같이한다는 것에 큰 책임감과 성취감을 느껴요.”
그의 목표는 앞으로 들어올 후배 승무원에게 귀감이 될 수 있는 리더로 성장하는 것이다. 동료와는 서로 존중하며 성장하는 파트너로, 승객에게는 행복을 전달하는 안내자로 자리매김하는 게 이씨가 꿈꾸는 승무원의 모습이다. 망망대해를 바라보던 전탐사가 이제는 하늘 위에서 승객의 안전한 여정을 책임지는 객실 승무원이 됐다. 바다에서 하늘로, 이씨는 군 경험을 든든한 발판 삼아 자신만의 항로를 그려 나가고 있다.
글=김세은 인턴기자/사진=이윤청 기자
오늘의 뉴스
Hot Photo News
많이 본 기사
이 기사를 스크랩 하시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