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기고

한 지붕 아래 육·해·공군이 다 모였다?!

입력 2025. 09. 28   16:21
업데이트 2025. 09. 28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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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인가족의 날 수기공모전 수상작 소개


시간을 과거로 되돌려놓은 듯 열악한 생활 환경, 가족·친구·지인과 못 만나는 외로움, 생사의 기로를 넘나들어야 했던 출산과 육아 과정, 경력단절까지. ‘군인가족’이라는 이름으로 감내해야 하는 수많은 어려움이 있다. 하지만 ‘군인가족’이기에 갖는 긍지와 자부심으로 ‘행복’이라는 하루하루를 만들어 가는 이들의 글을 소개한다. 제2회 군인가족의 날을 기념해 7월 한 달간 국방부에서 공모한 수기공모전 출품작 234편에서 선발된 60편 중 4편이다. 비슷한 길을 가고 있을 모든 ‘군인가족’에게 위로와 격려, 응원이 되기를 바란다. 박지숙 기자

 

김선희 / 서석주 해군준위 배우자
김선희 / 서석주 해군준위 배우자



30년 전 친구 소개로 한 남자를 만나게 됐다. 마른 체형에 까맣게 그을린 얼굴이 첫인상이었다. 

첫 만남에서 직업이 해군부사관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얼굴이 까무잡잡한 이유는 바다에서 햇볕에 자주 노출돼 그런 것이었다. 시간이 흘러 남자친구에서 애인이 됐고 그때, 난 서울에서 직장 생활을 하고 있었다. 남편은 경남 진해에서 함정 근무를 하고 있었는데 장거리 연애를 하면서 가끔 군복을 입고 올 때면 특유의 냄새가 나곤 했었다. 나중에 알게 된 것이지만, 해군 함정 근무자들만의 독특한 냄새(배 냄새)가 있다는 것을 그때 알게 됐다.

당시 주위에서 군인과 결혼하면 배우자가 희생해야 하는 순간이 많다는 걸 자주 듣곤 했다. 군인 남편을 따라 계속 이사하다 보면 아내들은 한 직장에 정착하기 어려워 끝내는 직장을 그만두게 될 수도 있다는 것, 아이를 낳을 때 ‘독박육아’를 할 수 있다는 것, 심하면 출산할 때 신랑이 옆에 없을 수도 있다는 것 등이었다. 그럼에도 2000년 드디어 우리는 부부의 연을 맺게 됐고 그해 첫째가 태어났다.

‘독박육아’가 현실로 다가왔다. 이듬해 남편이 발령이 나면서 평택에서 살게 되었고, 잦은 이사도 현실이 됐다.

남편은 남편대로 나는 나대로 서로 바쁘게 생활하던 중, 남편은 중급반 교육 일정으로 2함대를 떠나 다시 경남 진해로 내려가게 됐다.

그러던 어느 날, TV에서 참수리 357호정의 침몰 소식이 전해졌다. 중급반 교육을 내려가기 전 남편이 두어 달 전까지 타던 배가 참수리 357호정이었다. 전사하신 분들의 사진이 TV에서 나올 때 소스라치게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평택에서 생활할 때 우리 집에 식사하러 오기도 하고, 자주 봤던 남편의 동료였다. 가슴이 너무 아파 눈물만 계속 흘러내렸다. 아직도 윤영하 정장님 등 전사하신 분들의 웃는 얼굴과 목소리가 눈에 선하다.

남편은 당시 전역까지 생각했다는데 충분히 이해가 됐다. 하지만 슬픔은 뒤로 하고 남편은 교육 수료 후 다시 2함대로 돌아갔다. 나 같으면 두 번 다시 타고 싶지 않을 것 같은 참수리에서 2년 동안 더 근무했고, 현재까지 32년간 수많은 함정과 육상부대에서 당당하게 근무하고 있다.

함정근무할 때는 퇴근해서도 기관실 장비, 배 걱정만 하는 사람이었고, 육상에서는 후배들을 교육하는 교관으로 그리고 훈련을 담당하는 관찰관으로 근무하면서 후배들의 발전을 도왔다. 그 결과 영광스럽게도 현재는 1함대에서 해군 준사관으로서 성실하게 근무 중이다.

남편은 우스갯소리로 나중에 죽으면 화장해서 유골을 바다에 뿌려 달라고 했던 사람이다. 이런 남편의 해군 사랑과 자부심이 우리도 모르게 아이들에게도 전해져 아빠를 따라 나라에 충성하는 군인의 길을 걷게 만드는 원동력이 아니었나 싶다.

현재 큰딸은 국군수송사령부에서 육군중위로, 둘째 아들은 공군항공정보단 공군하사로 근무 중이다. 한 지붕 아래 한 가족이 육·해·공군 3군의 길을 걷고 있다. 아빠를 이어 아이들도 군인의 길을 걷고 있다는 것! 나아가 한 가족이 육·해·공군 3군이라는 것. 이러한 것들이 그 무엇보다 자랑스러운 일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현재 나는 발달장애인 주간활동서비스센터에서 활동 지원 교사 일을 하고 있다. 발달장애인을 돌보는 일이 그리 만만치 않지만 이보다 더 힘들고 어려운 일이 군인의 길이 아닌가 생각이 든다. 가끔 나 빼고 세 명이 군대 얘기를 할 때는 무슨 말인지 도통 이해가 안 될 때가 많지만, 이것 또한 군인 아내, 군인 엄마의 숙명이 아닐까 싶다.

앞으로 남편이 몇 년 남지 않은 군 생활을 멋지게 잘 마무리할 수 있으면 좋겠고, 우리 딸, 아들 역시 건강하게 명예롭게 아빠처럼 곧고 당당하게 군 생활을 해나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마지막으로 남편이 군인인 것이, 그 군인의 배우자인 것이, 아들·딸이 군인인 것이, 그 군인의 엄마인 것이 정말 자랑스럽다.

군인의 아내로 엄마로서 옆에서 포근히 안아 줄 수 있는 든든한 항구가 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다짐하고 또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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