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군사 드론과 AI, 전장의 공식이 바뀐다

새 떼로 위장한 채 코앞까지…알아챘을 땐 이미 늦어

입력 2025. 09. 23   16:35
업데이트 2025. 09. 23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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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론과 AI, 전장의 공식이 바뀐다
하늘의 카멜레온, AI 드론 군집이 만드는 완벽한 적응형 스텔스

적응형 기술 핵심 소재 ‘메타머티리얼’
레이다 신호 흡수해 탐지거리 확 줄여
드론 표면엔 사람 피부처럼 ‘스마트 스킨’
바람·온도 등 파악해 스텔스 특성 조절
숨기는 능력에 맞춰 찾는 기술도 발전
군사 넘어 민간 분야서도 다양한 활용

 

2023년 5월 22일 경기 포천시 승진과학화훈련장에서 열린 연합합동 화력격멸훈련에서 비행하고 있는 군집드론. 세계 각국은 인공지능(AI)이 조종하는 적응형 스텔스 드론 군집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경원 기자
2023년 5월 22일 경기 포천시 승진과학화훈련장에서 열린 연합합동 화력격멸훈련에서 비행하고 있는 군집드론. 세계 각국은 인공지능(AI)이 조종하는 적응형 스텔스 드론 군집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경원 기자



레이다 조작병들은 처음에는 그저 철새 떼가 지나가는 것으로 생각했다. 화면에 나타난 수십 개의 점이 전형적인 V자 편대를 이루며 남쪽으로 날아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레이다 신호 강도도 새들과 똑같았고, 비행 패턴도 자연스러웠다. 하지만 10분 후 그 ‘새 떼’는 갑자기 완전히 다른 모습을 드러냈다. 각각의 개체들이 순식간에 흩어지면서 20여 개의 중요 군사 시설을 동시에 정밀 타격한 것이다. 그제야 깨달았다. 그들이 새 떼라고 생각한 것은 실제로는 인공지능(AI)이 조종하는 ‘적응형 스텔스 드론 군집’이었다는 것을.

이것은 미래의 시나리오일지도 모르고, 어쩌면 현재 어딘가에서 진행되고 있을지도 모른다. 바로 차세대 드론 기술의 핵심인 ‘적응형 스텔스’가 만들어낼 수 있는 현실이기 때문이다. 단순히 레이다에 잡히지 않는 것을 넘어 상황에 따라 완전히 다른 존재로 변신할 수 있는 지능형 드론이 개발되고 있다. 이들은 때로는 새떼로, 때로는 기상 현상으로, 심지어는 아예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자신을 위장한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을 AI가 실시간으로 판단하고 조절한다.

전통적인 스텔스 기술과 이 새로운 기술의 차이는 마치 사진과 동영상의 차이와 같다. F-117이나 B-2 같은 기존 스텔스기들은 고정된 특성을 지닌 ‘사진’ 같은 존재였다. 반면 새로운 적응형 스텔스 드론들은 상황에 따라 계속 변화하는 ‘동영상’ 같은 존재다. 실제로 현대 전장에서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보여지는 강력한 전자전 능력이나 다양한 국가가 운용하는 다층 레이다 망에 따라 기존 스텔스 기술의 한계를 드러내고 있어 적응형 기술의 필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이 혁신의 핵심에는 메타머티리얼(Metamaterial)이라는 혁명적인 소재가 있다. 자연에 존재하지 않는 특별한 전자기적 특성을 인위적으로 만들어낸 이 소재는 전자파를 자유자재로 조절할 수 있다. 중국 과학원 광학전자연구소는 자신들이 개발한 메타 표면 기술은 0.3㎓부터 40㎓까지 넓은 주파수 범위에서 레이다 신호를 10분의 1에서 1000분의 1까지 줄일 수 있다고 공식 발표했다. 기존에 레이다에 의해 탐지되던 드론이 작은 새 한 마리 정도의 신호만 내거나 아예 보이지 않게 만들 수 있다는 뜻이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이런 특성을 실시간으로 바꿀 수 있다는 점이다. 영국 BAE시스템스가 2014년 공개한 ‘스마트 스킨(Smart Skin)’ 기술이 그 대표적인 예다. 이 기술은 쌀알만 한 크기의 수만 개 센서를 드론이나 항공기 표면에 마치 스프레이 페인트를 뿌리듯 적용할 수 있다. 그러면 기체 전체가 마치 사람의 피부처럼 주변 환경을 느끼게 된다. 바람이 어떻게 불고, 온도가 어떻게 변하며, 기체에 어떤 힘이 가해지는지를 실시간으로 파악해 그것에 맞게 스텔스 특성을 즉석에서 조절한다. 마치 카멜레온이 주변 환경에 따라 색깔을 바꾸는 것과 같은 원리다.

진정한 혁신은 AI가 이런 시스템의 두뇌 역할을 하면서 일어난다. AI 기반 메타머티리얼 설계 시스템은 환경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실시간으로 흡수율을 동적으로 조절한다. 정찰 임무 중에는 최대 스텔스 모드로 운용하지만, 공격 직전에는 일부 스텔스 성능을 포기하고 센서와 통신 성능을 최대화하는 식으로 상황에 맞게 즉시 조절한다.

이런 지능형 제어는 군집 드론에서 더욱 위력을 발휘한다. 50대의 드론이 새 떼를 흉내낼 때 각자 다른 역할을 맡지만, 적의 레이다에는 모두 동일한 새로 보이며, 심지어 바람의 영향을 받아 자연스럽게 흔들리는 모습까지 AI가 계산해서 재현한다.

 

나노결정 기반 메타물질 완전흡수체의 반사 색상(왼쪽)과 매릴린 먼로를 구현한 이미지(오른쪽). 사진=한국전자통신연구원
나노결정 기반 메타물질 완전흡수체의 반사 색상(왼쪽)과 매릴린 먼로를 구현한 이미지(오른쪽). 사진=한국전자통신연구원



한국도 이 분야에서 세계적 수준의 기술력을 확보하고 있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이 2019년 4월 공식 발표한 나노결정 기반 메타물질 완전흡수체는 넓은 대역에서 빛과 전자파를 흡수할 수 있다. 이는 액체 상태로 코팅하는 방식을 통해 넓은 면적에 저렴하게 적용할 수 있어 드론에 활용하기에 최적화돼 있다. 국내 방산업계도 관련 기술 개발에서 상당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 KF-21 보라매 전투기 개발 과정에서는 향후 적응형 스텔스 기술 도입을 고려한 설계가 적용됐으며, 주요 방산업체들이 개발한 레이다 기술과 전자전 장비의 높은 국산화율은 적응형 스텔스 시스템 개발의 핵심 기반이 되고 있다.

메타머티리얼 기술의 발전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노스캐롤라이나 주립대학교가 2021년 5월 공식 발표한 새로운 세라믹 기반 메타머티리얼은 기존 소재보다 90% 이상의 레이다 에너지를 흡수할 수 있으면서도 250도 이상 고온에서도 성능이 떨어지지 않는다. 고속으로 비행하는 드론은 공기 마찰로 표면이 뜨거워지는데, 이를 해결할 수 있는 획기적인 진전이다. 더욱이 액체 형태로 뿌려서 굳히는 방식으로 적용할 수 있어 기존 드론도 쉽게 개조할 수 있다.

이런 기술들의 실전 위력은 숫자로도 확인되고 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레이다 흡수율을 10%만 개선해도 탐지 거리가 30~40% 줄어든다고 한다. 즉, 100㎞ 밖에서 발견되던 스텔스 드론을 60㎞까지 접근해야 겨우 찾을 수 있다는 뜻이다. 미국도 이런 기술을 핵심으로 보고 있다. 2025년 3월 보잉 F-47이 차세대 공중우세(NGAD) 프로그램의 승자로 선정되면서 적응형 스텔스 기술이 대형 전투기는 물론 무인 협력 전투기(CCA)라 불리는 차세대 드론에도 적용될 예정이다.

물론 새로운 도전도 있다. 스텔스 기술이 발전하면 탐지 기술도 함께 발전하는 것이 기술 발전의 역사다. ‘숨기는 기술’과 ‘찾는 기술’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면서 인공지능을 활용한 패턴 분석과 보안 기술도 함께 발전하고 있다. 다행히 이런 군사 기술이 민간에도 도움이 되고 있다. 5세대(5G) 기지국의 전파 간섭 해결, 자율주행차의 센서 성능 향상, 스마트폰 안테나 개선 등에 메타머티리얼 기술이 활용되면서 우리 일상도 더 편리해지고 있다.

새떼처럼 위장한 AI 드론 떼가 하늘을 누비는 시대가 성큼 다가왔다. 카멜레온처럼 순간순간 모습을 바꾸는 지능형 스텔스 기술과 집단으로 움직이는 드론들이 만나면서 전쟁의 모습을 완전히 바꿀 새로운 무기가 탄생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이 분야에서 쌓아온 뛰어난 기술력과 미래를 내다본 준비는 다가올 미래 전장에서 나라를 지키는 든든한 방패막이가 될 것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위협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초소형 드론은 작지만 막강한 전술적 가치를 지닌다. 다음 회에서는 손바닥 위에서 펼쳐지는 정밀 전쟁을 소개한다.

 

필자 김형석 한성대학교 국방과학대학원 국방전력학과 교수는 한국대드론산업협회 드론센터장을 맡고 있다. 저서로는 『하늘의 창과 방패, 드론전쟁의 최전선』이 있다.
필자 김형석 한성대학교 국방과학대학원 국방전력학과 교수는 한국대드론산업협회 드론센터장을 맡고 있다. 저서로는 『하늘의 창과 방패, 드론전쟁의 최전선』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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