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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동맹에서 통역의 역할

입력 2025. 09. 18   15:05
업데이트 2025. 09. 18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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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해율 준위 육군특수전사령부 정보참모처
정해율 준위 육군특수전사령부 정보참모처

 


드라마나 영화에는 주인공과 주인공이 빛나게 도와주는 조연이 있고, 이들을 조용히 따라다니는 그림자 같은 존재가 있다. 통역은 주인공이 빛나는 데 필요한 그림자와 같은 존재라고 생각한다.

을지 자유의 방패(UFS) 연습을 포함해 통역임무를 수행할 때마다 한미 간 ‘물 흐르듯 원활하고 정확한 의사소통’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절감한다. 특히 전문용어를 자주 사용하는 군사통역의 경우 단어 선택, 통역에서의 미세한 오류로 인해 작전계획·시행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인류사에서 가장 큰 비극 중 하나로 기록되는 일본 히로시마·나가사키 원폭 투하가 결정되는 일련의 과정을 보면 정확한 통·번역의 중요성을 되새겨 볼 수 있다. 포츠담선언 이후 연합군으로부터 일본의 조건 없는 항복 요구가 거세지는 가운데 당시 스즈키 간타로 총리는 포츠담선언의 논평을 유보한다는 의미에서 ‘묵살(默殺)’이란 단어를 사용했다. 일본어에서 묵살은 ‘무시한다’와 ‘논평을 보류한다’는 2가지 의미가 있는데, 일본의 한 매체는 묵살을 무시한다는 의미로 오역(誤譯)함으로써 이에 격분한 해리 트루먼 미국 대통령이 원폭 투하를 지시하는 문서에 서명하게 됐다는 숨겨진 이야기가 있다.

다양한 연합·합동특수작전 임무를 수행하는 우리 연합특수전구성군사령부는 그만큼 통역의 역할과 책임이 막중하다. 이러한 인식을 바탕으로 사령부는 연합연습 시 한미 간 원활하고 정확한 의사소통을 위해 본연습 이전 어학요원 집체교육에 매진했다.

해당 집체교육은 연합연습 이전부터 충분한 여건을 보장한 가운데 집중 실시돼 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었다. 이에 사령부부터 최소단위 전술 제대까지 언어장벽을 극복하고 한미 연합·합동전력이 하나의 유기체로 작동해 ‘원 팀 원 파이트(One Team One Fight)’ 정신을 바탕으로 부여된 특수작전 과업을 완수함으로써 성공적인 전구작전에 기여할 수 있었다.

변화하는 안보환경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동맹은 우리 군에 더 많은 역할을 기대한다. 현재의 한미동맹은 군사협력에서 포괄적 전략동맹으로의 발전을 모색하고 있다. 한미동맹이 복합적 영역으로 확대될수록 통역의 중요성은 더욱 증대할 것이다.

통역은 흑색 그림자와 같은 존재이지만 한미 간 신뢰와 협력 기반을 만드는 전략적 자산이며, 상황에 따라 존재감이 드러나는 ‘하얀 그림자’가 되기도 한다. 통역 전문인력을 양성하고 그 역할을 존중하는 인식이 뒷받침될 때 한미동맹은 더욱 탄탄한 미래를 향해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이번 연합연습 때 주인공들이 빛날 수 있도록 각자 자리에서 묵묵히 소임을 완수해 준 수많은 ‘하얀 그림자’들에게 찬사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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