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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년 전 병영, 기른 가축 팔아 내무반에 전축 마련

입력 2025. 09. 18   15:04
업데이트 2025. 09. 18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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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story in 국방일보 - 1971년 9월 18일 자

 



군 복무 장병들에게 병영은 생활터전입니다. 병영 내에서 일상이 이뤄지고 전우들과 공간을 공유합니다. 병영생활의 중요성이 간과될 수 없는 이유입니다. 이 때문에 군 당국은 매년 적지 않은 관련 예산을 투자하고 항상 장병들의 요구에 귀 기울입니다.

모든 게 그렇듯이 병영 풍경도 세월과 함께 변해 왔습니다. 지금은 당연하게 생각되는 일상이 과거엔 상상할 수 없었던 일이 많습니다. 반대의 경우도 있습니다. 예전엔 지극히 평범하던 풍경이 요즘 시각에선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다반사입니다.

1971년 9월 18일 자 전우신문(현 국방일보)의 기사는 이러한 병영 풍경의 한 단면을 보여 줍니다. ‘자활로 이룬 명랑한 병영’이라는 제목의 기사로 육군7303부대 전차중대의 병영생활을 소개하는 내용입니다.

기사가 전하는 풍경은 지면 곳곳에서 보이는 제목부터 예사롭지 않습니다. ‘모기장 마련해 여름철 건강 만점’ ‘개·돼지 등 길러 내무반에 전축 마련’ ‘가축 길러 사병 복지시설 마련’ 등 지금은 생각할 수도 없는 풍경을 강조합니다. 기사 내용은 더 구체적입니다.

“첫 번째 사업으로 선택한 것이 돼지·개들을 기르는 가축사육이었다. (중략) 장병들의 급식 후 남는 ‘짬통’을 정성스레 모아 사육하는 가축들은 병사들의 정성 어린 손에 의해 무럭무럭 자라난 것이다. 기른 가축을 팔아 사병 복지시설을 마련하자는 꿈은 손쉽게 이뤄졌다”며 실제 장병들이 병영에서 시행된 사례들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기사의 또 다른 내용은 당시 어려웠던 시대상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빼놓을 수 없는 것은 이미 마련, 설치한 진중문고와 TV. 이제는 여가만 있으면 TV와 전축을 최대로 활용해 명랑·화목한 군대 가정을 영위하며 정신전력 강화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문장에선 당시 장병들의 소박한 자부심이 전해집니다. 휴대전화 보급 등으로 TV 이외의 다양한 방법으로 여가시간을 활용할 수 있는 현 장병들의 기준에선 이해하기 쉽지 않은 성취감입니다.

이외에도 부족한 물자를 스스로 마련해야만 했던 시대 상황이 기사 곳곳에서 보입니다. 모두가 힘들었던 시절, 군 역시 예외일 수 없어서입니다. 국가의 부족을 부대 자체적으로 해결하면서도 국가방위라는 본연의 임무에 최선을 다했던 그 시대 선배 전우들의 어려움과 노고가 기사 전반에 묻어 있습니다.

기사는 당시 동원훈련에 참가한 선배들이 남기고 간 말을 전하며 마무리합니다. “우리가 중대 생활할 때는 꿈도 못 꿀 일이었는데…. 정말 부럽소. 이런 병영에서 근무한다면 집보다 더 좋겠는데…. 일찍 제대한 것이 후회되는군….” 익숙한 풍요로움에 자신도 모르게 습관성 불만이 몸에 밴 현 세대에게 ‘만족’이란 무엇인지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합니다. 이영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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