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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신에 감사 마음 담은 ‘고국의 선율’ 한국·오만 국경 초월한 ‘화합의 울림’

입력 2025. 09. 15   17:35
업데이트 2025. 09. 15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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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 군악대대, 연합 위문공연 

양국 군악대원 190여 명
K군악 어우러진 무대 펼쳐
사물놀이가 흥 더하자
관객들 박수·환호로 화답
“한국 태평소 힘 느껴져” “BTS 팬” 
교민도 현지인도 ‘뜨거운 반응’

14일 오후(현지시간) 아라비아반도 동남부에 있는 오만의 수도이자 최대 항구도시 무스카트에 귀에 익은 선율이 울려 퍼졌다. 우리 국방부 군악대대와 오만군 군악대가 연합 무대를 선보인 것. 양국 군악대원들은 언어가 통하지 않아도 ‘군악’이라는 연결고리로 소통하고, 화합의 하모니를 울렸다. 힘찬 행진곡과 전통 리듬이 어우러진 이번 공연은 해외파병 장병들의 가슴에 벅찬 감동을 불어넣고, 양국 간 우정과 화합의 토대를 다졌다.  오만에서 글=조아미 기자 사진=청해부대 나은정 상사·김소영 하사

 

 

이날 공연은 190여 명에 달하는 양국 군악대원들이 ‘공연 전주곡’을 합동 연주하며 문을 열었다. 지휘는 심언호(육군중령) 국방부 군악대대장과 오만 군악대 사드 알하시미 육군대위, 무함마드 알브리키 공군준위가 번갈아 맡았다. 

이어 오만 군악대 오마니 밴드가 ‘글래디에이터(Gladiator)’의 웅장하고 용맹한 기상을 음악으로 표현했다. 우리 군악대대도 영화 ‘록키’의 주제가인 ‘고나 플라이 나우(Gonna fly now)’를 비롯해 퓨전국악 등을 다양하게 선보였다. 특히 군악대대 가수병인 그룹 워너원 출신 김재환 육군상병은 록 발라드 ‘아름다운 강산’을 풍부한 성량으로 불러 깊은 울림을 줬다.

관객석에 앉은 오만 교민과 현지인, 청해부대원 3000여 명은 우리 군악대대의 연주에 귀 기울이며 공연 모습을 연신 카메라에 담았다. 무슬림 전통의상 아바야를 입고 참석한 오만인 사나(30) 씨는 남편과 두 살배기, 유치원생 등 자녀 4명과 함께 공연을 지켜본 뒤 “오만에서 한국 사람 만날 기회가 없는데 신기하다”며 “한국의 전통 피리(태평소)에 힘이 느껴진다”고 느낌을 전했다.

오만에 사는 인도 출신 마히(15) 양은 “BTS 정국 팬”이라고 자신을 소개하면서 “케이팝이 좋아 하교 후 곧장 공연장으로 달려왔다”고 말했다.

오만 해군 군악대는 ‘출항’ 퍼포먼스와 함께 전통 악기 연주로 공연의 재미를 더했다. 청해부대 갑판병 남유찬 일병도 장병들과 함께 공연을 즐겼다. 남 일병은 “오만에서 같은 병사들을 만나니 반갑다. 오만 군악대의 공연은 처음 접하는데 군 생활의 활력소가 될 것 같다”는 소감을 밝혔다.

피날레는 양국이 연합으로 연주한 ‘신모듬’ 곡이 장식했다. 우리나라의 신명난 사물놀이가 가미된 음악이 공연의 흥을 돋우며 한·오만 협력의 굳건함을 되새기는 희망과 감동을 선사했다. 심 군악대대장이 객석의 박수를 유도하자, 관객들은 더 큰 박수와 환호로 화답하며 공연은 성황리에 마무리됐다.

자녀들과 함께 공연장을 찾은 교민 유호진(42) 씨는 “무역업을 하며 오만에 10년 정도 살고 있는데 교민이 별로 없는 곳이라 고국의 향수를 느낄 때도 있었다”면서 “머나먼 이곳까지 대한민국 군악대대가 와서 공연하는 모습을 보니 한없이 자랑스럽고 뿌듯하다”고 전했다.

 

 

14일 오후(현지시간) 오만 무스카트시 쿠룸광장에서 진행된 ‘한·오만 군악대 연합 위문공연’ 중 오만 군악대 오마니 밴드의 공연 모습.
14일 오후(현지시간) 오만 무스카트시 쿠룸광장에서 진행된 ‘한·오만 군악대 연합 위문공연’ 중 오만 군악대 오마니 밴드의 공연 모습.

 

‘한·오만 군악대 연합 위문공연’에서 국방부 군악대대가 공연을 선보이고 있다.
‘한·오만 군악대 연합 위문공연’에서 국방부 군악대대가 공연을 선보이고 있다.



여섯 번째·다섯 번째 파병…김재현 원사·김선일 상사 이색 이력도 화제

14일 ‘한·오만 군악대 연합 위문공연’을 관람한 청해부대 장병들 중에는 다수의 파병 이력을 자랑하는 장병들이 포함돼 눈길을 끌었다.

대표적인 인물이 청해부대 해군특전장병(UDT/SEAL) 김재현 원사. 그는 청해부대 4진부터 46진까지 총 6회의 파병 이력을 가지고 있다. 이는 UDT 내에서는 처음이자, 해군 내에서도 거의 드문 이력이다. 김 원사는 오랜 기간 파병을 지원하게 된 계기에 대해 “첫 파병은 국내에서 해보지 못한 작전을 하고 싶은 마음에 지원했고, 이번 46진 파병은 내년 전역 전 군을 위해 헌신을 하고 싶어서 지원했다”며 “군 생활의 마지막을 바라보고 있지만, 처음도 마지막도 한결같이 임무 수행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청해부대 조리장 김선일 상사도 청해부대 21진부터 5회 파병 이력을 가지고 있다. 파병 장병들이 장기간 항해로 힘들어하면서도 ‘밥 먹는 맛에 버틴다’ ‘밥 먹는 게 유일한 낙’이라고 말할 때 보람을 느낀다는 김 상사는 “조리는 단순히 식사를 준비하는 게 아니라 장병들의 사기 진작과 전투력 유지를 위한 가장 기본이 되는 ‘작전’이라는 사명감을 가질 수 있는 자랑스러운 군사특기”라고 설명했다. 그는 “청해부대 46진 최영함 승조원들과 함께 완벽한 임무 수행 후 무사 귀환하겠다”고 밝혔다.


경성윤 국방부 군악대대 위문공연 인솔단장 
경성윤 국방부 군악대대 위문공연 인솔단장 


인터뷰  경성윤 국방부 군악대대 위문공연 인솔단장 
“군 문화교류 중동 거점 확보… 국방·방산 협력 시너지 창출” 

국방부 군악대대가 창설 후 처음으로 해외 파병부대 장병 위문공연을 위해 중동을 찾았다. 광복 80년을 맞아 국방부가 특별한 선물을 준비한 것. 위문공연단은 공연뿐 아니라 양국 간 군 문화 협력회의를 추진하는 등 군사·외교적 협력을 문화 분야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경성윤(육군대령) 국방부 군악대대 위문공연 인솔단장을 만나 행사 전반에 대해 들어봤다. 다음은 일문일답.


- 최초로 해외 파병부대 위문공연을 추진했다. 
“국방부와 각 군 군악대는 그간 다수의 국제군악제에 참가해왔다. 우리 군악대의 우수한 역량을 세계에 알리고 참가국 간 우호를 증진하는 역할을 지속하기 위해서였다. 올해는 광복 80주년을 맞은 뜻깊은 해인 만큼 과거를 기념하는 차원을 넘어 현재 우리가 누리는 자유와 평화를 미래 세대에게 전달함으로써 진정한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 점에서 자유와 평화의 가치를 먼 타국에서 묵묵히 실천하고 있는 해외파병 장병들을 격려하는 것이 큰 의미가 있다고 판단해 기획하게 됐다.” 

- 첫 행사인 만큼 인솔단장으로서 책임감도 느낄 것 같다. 어떤 효과를 기대하는지?
“이번 공연을 통해 파병 장병들의 사기진작과 교민들의 애국심 증진에 이바지하고, 우리 파병부대에 대한 현지의 우호적인 분위기 확산에도 많은 도움이 되리라 기대한다.” 

- 최근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케데헌)’가 큰 인기를 얻으면서 K팝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중동 국가에 K군악을 어떻게 알리나? 
“이슬람 문화권인 중동지역에서는 전통적으로 음악에 대한 관심이 별로 높지 않다. 초등학교 교과목에도 음악이란 과목이 없을 정도다. 그런데 최근 중동의 젊은이들 사이에서 K팝의 인기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고 한다. 특히 아랍에미리트(UAE) 대학가에는 K팝 동아리가 확산하고 있으며, 대학생 4명 중 1명은 한국 노래의 일부를 부를 수 있는 수준이라고 들었다. 이를 반영해 이번 공연에서는 자극적이지 않은 잔잔한 올드 팝과 유명 성악곡들 위주로 연주하는 동시에, K팝 등을 골고루 편성했다.” 

- 중동에서는 K방산도 주목받고 있다. 이번 공연은 방산 협력을 넘어 국방 협력이라는 포괄적 차원에서도 의미가 있다고 본다.
“오만은 중동지역의 중립국으로서 역내 세력균형 유지에 큰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UAE는 중동의 문화와 경제의 허브로서 다양한 국가와 활발히 교류하고 있다. 그동안 양국과의 협력이 주로 군사·방산 중심이었다면, 이제는 한 걸음 나아가 문화와 예술 측면에서의 교류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번 공연이 양국 간 문화교류의 시작을 알리는 첫걸음이 되리라 기대한다.” 

- 행사에서는 오만, UAE와 군 문화교류 협력 회의도 진행한다. 회의에서 어떤 내용이 다뤄지나? 
“중동지역에서 군 문화교류의 거점을 확보하고 양국 간 신뢰를 더욱 단단히 하며 이를 바탕으로 국방, 방산 등 폭넓은 분야에서 협력의 시너지를 창출하는 것이 목표다. 이를 위해, 양국 간 문화 협력 분야에서 인적교류나 양국의 협력을 강화할 수 있는 실천적 방안 등을 같이 논의한다.” 

- 해외 파병부대에서 근무하는 장병들에게 전하고 싶은 얘기가 있다면. 
“해외 파병부대 장병들은 국가의 부름에 응답해 사랑하는 가족의 품과 조국을 떠나 낯선 환경과 어려움 속에서도 흔들림 없이 부여된 책임을 다하고 있다. 지금도 세계평화를 위해 헌신하고 있는 이들의 땀과 노고가 국제사회에서 대한민국의 위상을 더욱 높이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번 공연이 잠시나마 위로와 격려의 장이 되기를 바란다.” 오만에서 글·사진=조아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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