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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군 ‘제2회 국제 저격수 경연대회’ 현장에 가다

입력 2025. 09. 15   16:59
업데이트 2025. 09. 15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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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격필살, 불꽃처럼 강렬했다
진검승부, 실력으로 압도했다
세계 최정예 요원 한자리…실전 사격능력 겨루며 노하우 공유·전투기술 향상 

 

‘원샷 원킬(One Shot, One Kill)’ 저격수의 존재 가치는 단 한 발로 전황을 바꿀 수 있다는 데 있다. 세계 각국의 최정예 저격수들이 이를 증명하기 위해 대한민국에 모였다. 지난 10일부터 15일까지 열린 ‘제2회 국방부장관배 국제 저격수 경연대회(K-ISC)’가 그것. 각국 저격수들의 치열한 대결이 펼쳐진 육군특수전학교를 찾았다. 글=박상원/사진=이경원 기자

 

‘제2회 국방부장관배 국제 저격수 경연대회(K-ISC)’에 참가한 장병이 지난 12일 육군특수전학교에서 열린 근거리 전투 능력 평가 종목에서 권총 정밀사격을 하고 있다.
‘제2회 국방부장관배 국제 저격수 경연대회(K-ISC)’에 참가한 장병이 지난 12일 육군특수전학교에서 열린 근거리 전투 능력 평가 종목에서 권총 정밀사격을 하고 있다.

 


군복·언어는 달라도 목표는 단 하나 

지난 12일 오전 9시 특수전학교 2경기장. 각기 다른 군복을 입은 저격수들이 하나둘 모여들었다. 언어는 달라도 표정은 모두 진지했다. 목표는 단 하나, 세계 무대에서 최고의 스나이퍼로 인정받는 것이다.

이번 K-ISC는 특수전학교와 육군특수전사령부 비호여단 훈련장에서 열렸다. 참가 규모는 역대 최대다. 독일·카타르·루마니아 등 9개국 15개 외국팀을 포함해 육·해·공군, 해병대, 해양경찰 등 총 52개 팀 149명이 참가했다. 참가자들은 부대 유형과 임무 특성에 따라 △레전드(Legend) △스페셜리스트(Specialist) △워리어(Warrior) 부문으로 나뉘어 경기에 나섰다.

참가팀은 △800~1000m 장거리 정밀사격 △이동형 로봇표적 제압 △주·야간 사격 △드론 표적 사격 등 실전 과제를 소화하며 기량을 겨뤘다. 또한 약 20㎏ 군장을 착용한 상태로 이동한 뒤 개인 전투부상자처치(TCCC)를 실시하는 등 다양한 환경에서 실전 사격능력을 평가받았다.

대회 마지막 날에는 대항군과 드론 위협을 가정한 ‘스트레스 사격’이 진행됐다. 참가팀은 약 10㎞ 떨어진 사격진지를 점령한 뒤 800m 이격된 핵심표적을 타격하며 실제 전장을 방불케 하는 긴장감을 체감했다. 지난 12일 특수전학교에서는 레전드와 스페셜리스트 경기가 혼합돼 진행됐다.

 

 

국제 저격수 경연대회에 참가한 각국 저격수들이 사격 기량을 선보이고 있다. 왼쪽부터 미국 육군, 태국군, 대한민국 해병대, 카타르군 저격수들의 사격 모습.
국제 저격수 경연대회에 참가한 각국 저격수들이 사격 기량을 선보이고 있다. 왼쪽부터 미국 육군, 태국군, 대한민국 해병대, 카타르군 저격수들의 사격 모습.

 

 


신속하게…장애물 돌파·이동 표적 제압


2경기장의 첫 과제는 ‘건물 내·외부 사격’이었다. 참가자들은 건물 외부에서 내부 4층까지 단숨에 올라가 자리를 잡고, 100~600m 떨어진 표적을 제압해야 했다.

알람이 울리자 둔탁한 전투화 소리가 계단을 가득 메웠다. 4층에 도착한 저격수들은 숨 고를 틈도 없이 창문 앞에 저격용 소총을 설치했다. 방아쇠가 당겨지고 날카로운 타격음이 훈련장을 울리자, 곧 “히트(명중)!”라는 평가관의 외침이 뒤따랐다.

이어진 종목은 이동형 로봇 표적 제압. 저격수들은 저 멀리 움직이는 모형에 총구를 겨눴다. 표적은 예측할 수 없는 속도와 방향으로 움직였고, 불과 몇 초 안에 결정을 내려야 했다. 총성이 울리고 탄착점이 중앙을 맞히자 심판진의 고개가 동시에 끄덕여졌다.


정확하게…근거리 전투·드론 표적사격

저격수의 역량은 원거리에서만 드러나지 않았다. 개활지인 1경기장에서는 권총을 활용한 ‘근거리 전투 능력 평가’가 이어졌다. 10~50m 거리에서 눈 깜짝할 사이에 승부가 갈렸다.

평가관의 신호와 함께 장병들이 계단을 뛰어 올라와 다섯 개 표적을 권총으로 제압했다. 이어 ‘텍사스 타깃(Texas Target)’ 종목이 시작됐다. 원형으로 회전하며 사수를 둘러싼 표적은 예측이 어려웠다. 그러나 몇몇 선수는 흔들림 없는 자세로 정확히 탄환을 표적에 꽂아 넣었다.

임병희(상사) 화기저격교관은 “텍사스 타깃은 해외 저격수들에게도 난도가 높은 종목”이라며 “짧은 시간 안에 판단력과 속사 능력을 동시에 발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권총 사격을 마친 참가자들은 곧바로 원점으로 돌아가 장거리 정밀사격으로 이어갔다. 숨 고를 틈조차 없는 연속 과제였다. 평가관들은 표적지를 직접 확인하며 탄착점을 수기로 기록했다.

3경기장에서는 ‘드론 표적 사격’이 이어졌다. 드론에 표적을 매단 뒤 비행하면 저격수가 이를 맞히는 방식이다.

처음에는 드론의 재빠른 움직임에 적응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었으나, 시간이 흐르자 장병들은 감각을 회복해 정확히 표적을 맞혔다. 기자가 “혹시 표적을 매단 드론을 실수로 맞힌 사례는 없었느냐”고 묻자, 평가관은 “참가자 모두 각 부대에서 최정예로 선발된 만큼 그런 일은 단연코 없었다”고 답했다.

 

 

 



공정하게…세계적 교류의 장으로

육군은 이번 대회에서 공정성을 최우선으로 삼았다. 난이도, 표적 제압률, 제한 시간, 전투기술 등 세부 항목별 점수를 종합해 성적을 산정했다.

경연대회 결과 레전드 부문 1위는 1군단 특공연대 박대운 상사·김성범 중사팀, 2위는 특전사 백호부대 김학진 상사·양희재 중사팀, 3위는 경찰특공대 박성호 경사·김진호 순경팀이 차지했다. 스페셜리스트 부문은 1위에 39사단 권성민 상사·이시훈 하사팀, 2위에 36사단 고현웅·홍민철 중사팀, 3위에 56사단 김경래 중사·박선우 병장팀이 올랐다.

워리어 부문에서는 1위에 9사단 박형우 상병, 2위에 해병대 1사단 오민석 일병, 3위에 해병대 1사단 장선우 병장이 선발됐다.

육군은 부문별 우수 성적팀에 금·은·동메달과 상패를 수여하고, 외국군 참가팀 전원에게는 우정패를 전달했다.

레전드 부문 1위를 차지한 박대운 상사는 “적을 압도하는 능력과 태세, 의지를 갖춘 세계 최고의 스나이퍼가 되겠다”는 소감을 전했다.

이안 모나한(하사) 미 육군 316기병여단 저격수 교관은 “동맹인 한국에서 열린 대회에 참가하게 돼 영광이었다”며 “세계 최고 수준의 저격수들과 노하우를 공유하며 전투기술을 높일 수 있었다”는 소감을 전했다.

육군은 이번 대회 성적 우수팀을 내년도 미국에서 열리는 국제 저격수 대회에 파견할 예정이다. 또한 외국군·타군 특수부대와의 연합 훈련을 확대해 실전적 교육훈련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부문별 1위
- 레전드 부문  : 육군1군단 특공연대 박대운 상사·김성범 중사팀
- 스페셜리스트 부문 : 육군39사단 권성민 상사·이시훈 하사팀
- 워리어 부문 : 육군9사단 박형우 상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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