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기고

[리더’s 다이어리] 실전으로 기른 ‘진짜 전투력’

입력 2025. 09. 11   15:03
업데이트 2025. 09. 11   15:04
0 댓글
송녹현 중위 육군21보병사단 천봉여단
송녹현 중위 육군21보병사단 천봉여단

 


머리로 알고 있는 것과 체감하는 것엔 분명한 차이가 있다. 지난 6월, 중대원들과 함께 실전을 방불케 하는 중대급 쌍방 마일즈 훈련에 임하며 그 차이를 절실히 느꼈다. 여단 내 인접 부대와 맞붙는 쌍방훈련인 만큼 우리 중대는 대대의 자존심을 걸고 전투에 임하는 태도부터 사소한 전술요소 하나까지 놓치지 않으려는 자세로 훈련을 준비했다. 공격작전에서는 기세와 기도를 유지해 원하는 시간과 장소에 전투력을 투사하고, 방어작전에선 적의 기도를 조기에 식별해 준비된 장소에서 싸우는 게 핵심이었다.

부대는 작전지역에 맞게 산악기동에 대비한 체력을 끌어올리며 하나하나 훈련을 준비했다. 지형정찰 단계부터 나무 사이를 누비며 적이 지나갈 접촉지·고지·기동로를 철저히 분석했다. 중대장님은 적 예상 접근로를 사전에 파악해 경계부대를 배치하는 전술적 계획을 세웠다.

결전의 날, 우리는 집결지에 모여 공격 개시선을 앞두고 소산·전술경계·임무보고·예행연습 등 유비무환의 정신으로 준비를 마쳤다. 그리고 소대원들에게 말했다. “중대장님의 판단을 믿고, 우리의 능력을 믿자. 목표 고지까지 도달하면 우리가 이긴다!”

서로를 향한 믿음은 긴장감을 설렘으로 바꿨다. 우리는 전투를 앞두고 자신감으로 충만했다. 빨리 고지에서 적을 만나고 싶을 정도였다. 공격작전은 험준한 계곡을 기동하며 시작됐다. 적의 시야를 회피하기 위한 전술적 판단이었다. 지난해 육군과학화전투훈련단(KCTC) 훈련에서 착안한 ‘호랑이 보법(땅을 두 손과 두 발로 짚으며 민첩하게 기동하는 기술)’을 활용해 우리는 빠르고 조용히 적과 조우하지 않은 채 목표 고지에 도달했고, 공격작전에 성공했다.

이어진 방어작전에선 차분함과 냉정함이 요구됐다. 적의 기도를 조기에 식별하기 위해 정찰부대를 운용했고, 상황이 발생하지 않더라도 침착하게 대응태세를 유지했다. 또한 수평적 전술토의로 장병 모두가 의견을 개진하도록 했다. 결과는 놀라웠다. 지휘관 의도가 중대원에게 깊숙이 스며들었고, 작전 중에는 마치 중대원들이 하나의 유기체와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이번 훈련은 ‘불확실한 전장에서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가’라는 본질적 질문을 우리에게 던졌다. 지휘관의 신속한 결단, 중대원들과의 단합이 생존의 핵심임을 깨달았다. 실전과 유사한 환경에서 ‘진짜 전투력’을 길러 낸 것이다. 강한 군대는 화려한 전술이 아니라 전투현장에서 얼마나 치열하게 고민하고 부대원들과 소통했는지, 불리한 상황에서도 투지를 갖고 임한 강한 사람들이 만들어 가는 것이다. 지금 그 ‘강한 사람’들과 함께하고 있다. 우리는 언제든 싸워서 이길 준비가 돼 있다.

< 저작권자 ⓒ 국방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댓글 0

오늘의 뉴스

Hot Photo News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