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기고

국제사회 연대 가교 역할하며 국익 기반 외교 펼쳐야

입력 2025. 09. 10   17:28
업데이트 2025. 09. 10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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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2025 서울안보대화 : 다중분쟁 시대의 안보협력 방향 

일본 방위상 10년 만에 방한
비핵화 의지 재확인 등 성과
다중분쟁 시대 대응책 논의 활발
기술주도 국방 혁신 협력에 관심
중견국 한국, 전략적 균형감 갖추고
비확산 레짐 핵심 국가 자리매김을

 

배학영 국방대학교 교수
배학영 국방대학교 교수

 


지난 8일부터 10일까지 사흘간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개최된 ‘2025 서울안보대화(Seoul Defense Dialogue·SDD)’는 역대 최대 규모로 진행됐다. 올해로 14회째를 맞이 한 이번 행사에는 남아프리카공화국·몽골·일본·크로아티아·필리핀 등 5개국 국방장관과 8개국 국방차관,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군사위원장 등 총 68개 국가 및 국제기구에서 1000여 명의 대표단이 참석했다. 특히 일본 나카타니 겐 방위상이 2015년 이후 10년 만에 방한해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의지를 재확인한 것은 주목할 만한 성과였다.

이처럼 올해 SDD는 다자안보회의라는 외형뿐 아니라, 주요 강대국과 이웃국들의 고위급 참여로 국제 안보 현안을 심도 있게 다룬 장으로 평가된다. 핵심 토의 개념은 다중분쟁의 대응, 인공지능(AI)과 안보 역량, 비확산 체제의 강화로 볼 수 있다.

첫째, 대주제이기도 한 ‘지정학적 도전의 극복: 협력을 통한 평화 구축’에 대한 토의에서는 미·중 전략경쟁,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인도·파키스탄 분쟁, 한반도 안보 불안 등 복합위기가 겹친 현 상황에 대한 대응을 논의했다. 이러한 다중분쟁 시대에 국제사회는 어느 한 국가의 힘만으로 위기를 관리하기 어려워졌고, 미국의 글로벌 리더십 또한 새로운 방식으로 조정되는 상황에서 참석자들은 대응책을 활발하게 논의했다.

둘째, AI를 중심으로 한 첨단 기술과 안보 역시 SDD의 핵심 의제로 부상했다. 본회의 세 번째 세션에서는 ‘AI 및 신기술을 통한 미래 안보 역량 강화’를 다뤘고 10일 특별 세션에서는 ‘첨단국방을 위한 인공지능 시대의 민·군 협력’을 주제로 각국 전문가들이 머리를 맞댔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최근 분쟁에서 드론·AI 기술의 활용이 두드러진 만큼, 참가국들은 기술주도 국방혁신을 위한 협력에 높은 관심을 보였다.

셋째, 지속되는 북한의 핵·미사일 고도화와 이에 따른 비확산 체제의 도전에 대해서도 심도 있는 논의가 이뤄졌다. 10일 열린 특별 세션에서는 ‘세계 핵 질서의 위기와 비확산 체제의 강화’를 주제로, 북한 문제를 비롯한 전 세계 핵확산 위험과 대응 방안을 다뤘다. 북한 김정은 정권은 노골적인 핵 위협은 물론 러시아와의 군사협력을 강화하며 국제 비확산 규범을 흔들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한·일 국방장관은 공동 발표문을 통해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재확인하고, 북한 위협 억제를 위한 한·미·일 공조를 지속하기로 했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이 9일 오전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2025 서울안보대화(SDD) 개회식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 이경원 기자
안규백 국방부 장관이 9일 오전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2025 서울안보대화(SDD) 개회식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 이경원 기자



올해 SDD에서 논의된 바는 곧 한국이 나아가야 할 안보 정책의 방향성을 시사한다. 이는 크게 중견국 전략, AI 규범 선도국, 비확산 책임국으로 요약될 수 있다.

첫째, 중견국으로서 전략적 균형 감각을 갖추는 것이다. 미·중 경쟁과 다중 분쟁의 교차로에서 한국은 동맹국들과 안보협력을 강화하되 주변국과의 갈등을 관리하는 실용 외교가 필수적이다. 세계 68개국을 서울로 모은 SDD와 같은 장을 지속적으로 제공해 국제사회 연대와 협력의 가교 역할을 함으로써, 한국은 국익 기반의 적극 외교를 펼치며 국제적 위상을 높일 수 있다.

둘째, AI 규범 선도국으로서 역할 정립이 요구된다. 군사 분야 AI 활용에 대한 논의에서 한국은 기술 강국이자 민주주의 국가로서 책임 있는 AI 개발과 통제의 글로벌 스탠더드를 만들어가는 데 앞장설 잠재력이 크다. 이미 정부 차원에서 국가AI전략위원회 출범 등 국내 대비를 갖추고 있는 만큼, 이제는 동맹·우방과 함께 AI 윤리 지침과 국제 규약 제정에 적극 참여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비확산 레짐(체제)의 책임 있는 핵심 국가로서 자리매김해야 한다. 북한 핵 위협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일부에서 제기되는 자체 핵무장론을 넘어서, 한국은 핵확산금지조약(NPT) 체제 수호와 강화에 앞장서는 것이 국제사회의 신뢰를 얻는 길이다.

한국은 한반도 비핵화 원칙 아래 미국의 확장억제 공약을 토대로 안보를 유지하는 한편, 국제 비확산 협의에 주도적으로 참여해 북한을 비롯한 규범 위반국에 대한 단호한 대응을 이끌어야 한다. 이는 향후 남북관계 개선과 평화 체제 구축 시에도 한국이 도덕적 우위와 협상력을 확보하는 밑거름이 될 것이다.

2025 SDD는 한국이 다자협력을 주도하고, 첨단기술 시대의 규범 형성과 글로벌 비확산 체제 수호에 선제적으로 이바지함으로써 한반도와 세계 평화에 이바지해야 한다는 의의를 갖는다. 이를 실천해나갈 때 한국의 안보는 올해 SDD의 표어처럼 ‘협력을 통한 평화 구축’의 길을 선도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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