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훈련병의 편지

‘빨간명찰’의 의미 내가 만든다

입력 2025. 09. 10   15:15
업데이트 2025. 09. 10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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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민 이병 해병대교육훈련단
이세민 이병 해병대교육훈련단

 


3대 해병이다. 154기 할아버지, 812기 아버지의 발자취를 따라 같은 길을 걷고 있다. 어릴 때부터 자연스레 해병대 이야기를 들으면서 자라서인지 해병대에 입대하는 것은 선택이 아니라 당연한 과정이었다.

아버지는 할아버지의 뜻을 이어 해병대에 자원입대하신 뒤 군 복무를 마치셨다. 전역 후에는 해병대전우회 전주지부를 설립해 지역사회에 봉사하며 해병대 정신을 실천하셨다. 아버지를 따라 전우회 모임에 다니면서 선후배 해병들의 모습을 지켜봤다. 몇십 년이 지나도 변치 않는 전우애와 유쾌한 군 시절 이야기, 함께 있을 때 느낄 수 있는 끈끈한 전우애는 나를 매료시켰다.

입대를 결심할 때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 해병대만이 가야 할 길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입대하던 날, 늘 무뚝뚝하던 할아버지께서 환하게 웃으며 배웅해 주셨다. 아버지는 “멋진 해병이 돼 돌아오라”며 당부의 말씀을 전하셨다. 그 순간 3대 해병이라는 책임감과 자부심이 마음속에 깊이 새겨졌다.

교육훈련단에서의 생활은 나 자신을 크게 바꿔 놨다. 사회에선 소심하고 주눅 들어 있었지만, 점점 자신감 넘치고 강인한 모습으로 변해 갔다. 기초군사훈련, 해병대 특성화 훈련, 극기주까지 이어지는 과정이 결코 쉽지는 않았다. 특히 천자봉 고지를 오를 때는 온몸이 무너지는 듯했지만 ‘한 번 해병은 영원한 해병’이라는 구호를 외치며 끝까지 버틸 수 있었다. 나를 지탱한 건 3대 해병이라는 자부심과 함께 땀 흘린 동기들과의 전우애였다.

혼자선 감당할 수 없는 고통도 전우와 같이라면 극복할 수 있다는 사실부터 작은 생활습관 하나라도 지키는 게 군인정신을 확립한다는 것까지 지난 6주간의 훈련에서 많은 것을 배웠다. 반복되는 훈련과 일과 속에서 어린 티를 벗고 진정한 해병으로 거듭나고 있음을 느꼈다. 드넓은 연병장에서 동기들과 해병의 긍지를 외치고, 실무 부대로 나아갈 순간이 다가오고 있다. 그 모습을 바라보실 아버지의 환한 미소, 할아버지의 따뜻한 눈빛을 떠올리면 가슴이 벅차다.

이제 ‘3대 해병’이란 자부심을 가슴 깊이 새기고, 무적해병의 이름에 걸맞게 군 생활을 이어 갈 것이다. 남은 군 생활 동안 주어진 임무를 성실히 완수하고, 전역 후에도 해병다운 기개와 정신으로 사회에서 당당히 살아갈 것이다. 어떤 어려움 앞에서도 물러서지 않고 ‘한 번 해병은 영원한 해병’이라는 정신으로 끝까지 최선을 다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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