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력이 전투력이다
③ 체력과 정신력 함양의 핵심 ‘국기(國伎)’ 태권도
우리 군 대표 수련체계 ‘국기’
1962년 국군체육단 정식 종목으로 채택
1971년 국방부 훈령 ‘체력단련 필수 교육’ 제도화
‘강한 체력·바른 정신·굳건한 전우애’ 수련
군 내 태권도 활성화 나서다
국방부·국기원 MOU 체결, 승단 심사 기회 부여
행정 간소화로 내년 3월부터 모바일 단증 발급
‘무도약장’ 제정 유단 장병들 자긍심 고취
수요일은 ‘전투체육의 날’이다. 우리 군은 체육 활동으로 체력뿐 아니라 정신력도 함께 함양하고 있다. 군이 도전과 위기 속에서도 흔들림 없는 충성과 희생정신으로 대한민국을 지켜올 수 있었던 것도 강인한 정신력이 뒷받침된 덕분이었다. ‘국기(國伎)’ 태권도는 장병 체력과 정신력을 동시에 증진하는 대표적인 수련체계다. 그러나 최근 들어 병영 내 태권도 수련은 탄력을 받지 못하고 정체됐다. 국방부는 식별된 문제점을 찾아 태권도 활성화를 위한 정책 추진에 나섰다. 김해령 기자/사진=국방부 제공·국방일보 DB
체력·정신력 함양…장병에게 필요한 무예
태권도는 오랜 역사와 전통을 지닌 우리 민족 고유의 무예다. 절제와 인내, 공동체 정신을 함양하는 수련이다. 오늘날 태권도는 국경을 넘어 전 세계 210여 개국 이상에서 수련하는 ‘글로벌 스포츠’로 발전했다.
태권도의 본질은 단순한 기술 습득을 넘어 신체적 단련과 정신적 수양을 동시에 추구하는 데 있다. 이는 군이 요구하는 ‘강한 체력, 바른 정신, 굳건한 전우애’와 맞닿아 있다. 장병 전투체력 향상과 정신 무장에 더없이 적합한 수련이다. 나아가 태권도는 규율과 질서를 몸에 새기게 하고, 자기 절제와 인내심을 길러 군 조직 생활에 필요한 기초 자질을 갖추게 한다. 이러한 특성 덕에 태권도는 장병들에게 가장 효과적인 체력단련이자 정신교육 도구로 자리 잡았다.
군에서 태권도 수련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때는 1960년대 초반이다. 6·25전쟁 이후 장병의 체력과 전투기술 보강이 절실히 요구되던 시기, 군은 다양한 무술 가운데 우리 고유의 무예인 태권도를 도입했다. 1962년 국군체육단에서 태권도를 정식 종목으로 채택했고, 1971년 국방부 훈령(부대관리훈령)으로 전 장병 일일 체력단련 필수 교육과목으로 제도화하면서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다.
군 태권도 수련은 현재도 쉼 없이 지속 변화·발전하고 있다. 국기원은 올 하반기부터 태권도 승단 심사에 ‘호신술’ 과목을 신설했다. 국방부는 이런 변화에 맞춰 실전성을 강화한 전투태권도를 적용한 군 내 태권도 승단 심사 개선(안)을 지난 7월에 정립, 전군에 보급 중에 있다. 개선된 승단 심사는 내년 1월 1일부로 적용된다. 기존 대비 손·발기술 통합과 연속 동작 시행으로 실전성이 강화됐고, 개인 전투기술 단련에도 도움이 줘 호신(護身) 효과도 있다고 국방부는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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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내 관심 하락에 국방부·국기원 맞손
군 내 태권도에 관한 관심은 하향 추세에 있다. 국방부는 저출산에 따른 병역자원 감소, 지휘부 관심 및 장병 동기부여 부족 등을 원인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에 국방부는 분위기를 반전할 새로운 제도들을 도입했고, 도전적인 시도들이 벌써 효과를 보고 있다. 올해 전반기 전군 태권도 승단 인원은 총 4834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511명(11.8%) 증가했다. 이 추세라면 올해 최종 승단 인원은 1만 명을 넘길 것으로 보인다.
이런 성과는 태권도의 ‘본산(本山)’ 국기원과 협력이 바탕이 됐다. 국방부와 국기원은 올해 초 관련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양 기관은 먼저 부정적 요소를 없애고자 올해 태권도 단증(1~5단) 발급 비용을 전년과 동결하기로 했다. 군 내 승단자가 감소하고, 병 봉급 인상에 따라 발급수수료 현실화가 요구돼 비용 인상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이뤄진 결정이었다. 국방부 관계자는 “상호 이해와 신뢰를 바탕으로 이 같은 결정을 내리게 됐다”고 설명했다.
장병의 태권도 승단 심사 기회를 최대한 많이 부여하고, 지도심사위원들의 여건 보장을 위한 조치도 마련했다. 군 태권도 지도심사위원 자격을 한시적으로 완화, ‘5단 이상’이면 군 내 심사 권한을 가질 수 있게 한 것이다. 기존에는 6단 이상, 승·품단 심사위원 자격 3급 이상 소지자만 심사할 수 있었다. 이로써 군 내 지도심사위원은 올해 95명을 확보, 지난해(50명) 대비 2배가량 늘어났다.
과거 군 내 지도심사위원 부재로 종종 계획된 장병 태권도 승단 심사가 취소되곤 했지만, 이 같은 일도 사라질 전망이다. 아울러 지도심사위원의 복장도 필수 승단(1단) 심사에 한해 태권도복이 아닌 전투복을 입을 수 있게 하는 등 행정 소요를 과감히 제거했다.
도서지역 등 격오지부대에서 복무하거나 장기간 함정근무를 하는 등 특수한 부대 환경에서 놓인 장병들을 위한 ‘비대면 승단 심사’도 허용했다. 지휘관 판단하 군사제한구역 외 지역에서 휴대전화 영상통화로 실시간 심사하는 방식이다.
장병들의 자발적인 태권도 수련을 유도하기 위한 교육자료도 전파했다. 국기원은 태권도 위상 및 단증 취득의 가치를 소개하는 영상자료를 직접 제작했고, 국방부는 각 군 본부를 통해 이를 장병들에게 배포했다. 자료에는 단순한 자격증 1개 취득이 아닌 태권도 단증이 어떻게 활용될 수 있는지 등이 담겼다.
나아가 국방부는 장병 대상으로 ‘모바일 단증 발급’을 국기원과 협의하고 있다. 태권도 승단 심사 후 단증이 지급되기까지 까다로운 행정 절차에 많은 시간이 소요되는 불편함을 해소하려는 노력이다.
통상적으로 태권도 단증 발급 절차는 각 군 본부가 승단 심사 합격자 명단 종합 후 국방부 보고→국방부가 국기원에 단증 발급 의뢰→국기원이 ‘카드형 단증’을 제작·발급해 국방부로 발송→국방부가 각 군 본부 및 사령부(군단급) 단위로 단증 분류해 우편 발송이었다.
여기서 3단계가 가장 오랜 시간이 걸리고 민원도 많이 제기됐다. 모바일 단증 발급시스템이 시행되면 3단계 과정은 불필요해, 행정 간소화 효과는 물론 민원을 사전에 예방할 수도 있게 된다. 모바일 단증 발급 시행은 내년 3월 승단한 장병부터 적용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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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 자체 노력도 선보여
국방부는 자체적으로도 태권도 활성화에 나서고 있다. 태권도 유단자를 포함 무도 유단 장병들의 자긍심 고취를 위한 ‘무도약장’ 제정이 대표적이다. 올해 후반기 약장 패용을 목표로 추진되는 무도약장은 여러 무도 단증 보유 시 단을 합산하지 않고 최고 단수만 적용한다. 단 수준에 따라 차등 적용(1~3단, 4~5단, 6단 이상으로 구분)될 예정이다.
대대급 이상 부대의 ‘태권도담당관’을 임명해 체계적인 업무를 유도하고, 필수 교육과목으로 태권도를 일일 전투체력단련 시 매일 수련할 것을 강조하고 있다. 이와 함께 군별 태권도 활성화에 크게 이바지한 우수부대를 연말에 선정해 국방부 장관 부대표창을 주고, 해당 지휘관에게 명예단증 발급을 국기원에 건의해 수여함으로써 지휘관의 관심을 유도할 계획이다.
국방부 병영정책과 관계자는 “태권도의 군 내 활성화는 장병들의 체력과 전투력 강화는 물론, 군과 사회가 함께하는 문화 체육활동으로서 의미가 크다”며 “앞으로도 제도적 지원과 프로그램 개선을 통해 태권도가 군 내 전투체력 향상과 장병 자긍심 증진의 핵심 수단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12일 경북 문경시 국군체육부대에서는 ‘제34회 국방부장관기 전국단체대항태권도대회’가 개최된다. 대회에는 군인부를 비롯해 중·고등부, 대학·일반부 등에 걸쳐 총 3500여 명의 선수가 출전한다. 국방부 관계자는 “대회는 건군 제77주년 국군의 날 기념행사 하나로 개최된다”며 “국군 장병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응원을 부탁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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