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병영의창

산이 들려준 전쟁의 흔적

입력 2025. 09. 05   17:25
업데이트 2025. 09. 08   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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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수 교사 안산공업고등학교 군특성화반
김민수 교사 안산공업고등학교 군특성화반



지난 4월, 안산공업고등학교 군특성화반 학생들과 함께 6·25전쟁 격전지였던 경기 양평군 청운면 유해발굴 현장을 찾았다. 교실에서 배우는 역사나 군사 이론이 아닌, 역사의 현장을 직접 밟아보는 뜻깊은 시간이었다.

청운면은 6·25전쟁 초기부터 전략적으로 매우 중요한 지역이었다. 특히 이 일대는 산악지형을 활용한 치열한 전투가 펼쳐진 곳으로 국군과 미군, 그리고 중공군이 격렬한 백병전을 벌였던 비극의 땅이다. 당시 전투에서 많은 젊은 병사가 목숨을 잃었고, 아직도 그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현장에 도착하자 유해발굴 지원부대 대대장님과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 소속 오승래 주무관이 당시 전투의 역사적 배경과 발굴 현장의 의미를 상세히 설명해 주셨다. 청운면 일대는 전선이 좁혀지고 다시 넓어지는 과정에서 여러 차례 주인이 바뀌었던 전략 요충지였고, 특히 산악지형을 둘러싼 치열한 공방전이 반복되며 수많은 전사자가 이곳에 묻혔다고 한다.

실제 발굴 현장을 눈으로 목격하자 그 느낌은 더욱 가슴에 와닿았다. 뒤엉켜 나온 낡은 군화 조각, 철모, 탄피, 군장품 속에서 중공군과 미군, 국군의 유품들이 혼재돼 발견됐다. 일부 유골이 조심스럽게 발굴되는 모습을 지켜보는 학생들의 표정은 경건하고 숙연했다. 수십 년의 세월을 지나 오늘에야 빛을 본 이 작은 유품과 유해들은 그 자체로 전쟁의 참혹한 현실을 고스란히 증언해 줬다.

이번 체험을 마친 뒤 군특성화반 학생 대표인 3학년 이민혁 학생은 “평소 교실에서 배우는 역사나 군사학 관련 수업보다 훨씬 더 큰 울림을 느꼈다”며 “우리가 살아가는 지금의 대한민국이 얼마나 많은 희생 위에 세워졌는지 실감했다. 앞으로 군인의 길을 걷는 사람으로서 조국을 지키는 사명감을 잊지 않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우리 안산공업고등학교는 군특성화 교육을 통해 학생들에게 전문 기술뿐만 아니라 올바른 국가관과 역사의식을 심어주기 위해 노력해 왔다.

특히 전쟁의 참혹함을 잊지 않고 다시는 이러한 비극이 반복되지 않도록 군인의 길을 걸을 준비를 하는 학생들의 다짐을 지켜보며 교사인 나 역시 새로운 책임감을 느꼈다.

대한민국의 오늘은 결코 당연한 것이 아니다. 아직도 이 땅 어딘가에는 돌아오지 못한 이들의 흔적이 남아 있고, 그 위에 우리가 살아가고 있다.

앞으로도 안산공업고등학교는 학생들이 튼튼한 기술력과 굳건한 애국심을 겸비한 대한민국의 미래 인재로 성장하도록 끊임없이 지원해 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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