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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름을 넘어 남다름으로...나는 대한민국 여군이다

입력 2025. 09. 04   17:23
업데이트 2025. 09. 04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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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군의 날
육·해·공군·해병대 4인4색 여군 부사관

군인은 성별로 구별되지 않는다. 과거 ‘여군’은 이질적인 존재로 여겨졌으나 이제 그런 인식은 무의미해졌다. 모두 국가와 국민을 지킨다는 본분을 가질 뿐이다. 그럼에도 여군의 길은 여전히 조명할 만하다. 오래전 시대의 한계를 넘어선 도전이 있었기에 오늘의 평등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우리 군이 9월 6일을 ‘여군의 날’로 제정해 그 발자취를 기리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여군의 날 75주년을 맞아 군의 전투력을 굳건히 받치는 여군 부사관 4명의 ‘특별한 선택’을 들어봤다. 글=김해령 기자 사진=부대 제공·한재호 기자

 

오은주 육군상사 / 태극마크 꿈꿨지만 이제는 국가대표 특급전사…태극기는 나의 자부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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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성, 군인이 되다 

‘태극마크’를 가슴에 달고 싶어 했던 서울시청 여자 핸드볼 실업팀 소속 오은주 선수는 갑작스럽게 발목을 다쳐 오랜 시간 경기에 나서지 못했다. 함께 찾아온 정신적 스트레스는 노력의 한계까지 느끼게 했다. 그러나 그는 절망하지 않았다. 차분히 인생의 비전을 다시금 고민했다. 어린 시절부터 늘 국가대표를 꿈꿔온 그는 육군 부사관에 지원했다. 그는 “‘태극기를 달고 조국을 위해 목숨까지 바칠 수 있는 군인이야말로 진정한 국가대표가 아닐까?’란 생각이 들었다”고 군문에 들어선 배경을 설명했다. 

이제 그는 어떤 옷보다 전투복이 어울리는 군인이 됐다. 옷깃에 당당하게 상사 계급장을 단 오은주 육군상사는 “운동선수로서 최정상에 오르기 위해 노력한 순간을 생각하니 처음에는 (부사관 지원을) 쉽게 결정하지 못했다”며 “그러나 선수 시절 강도 높은 훈련으로 다져진 체력과 열정은 군인으로서 큰 자산이 됐다”고 말했다.

군인의 매력을 느끼고 진로를 바꾼 선택도 있었다. 이다혜 공군상사는 대학에서 경찰행정학과를 전공했다. 공무원인 아버지 영향을 받아 일찍이 경찰이 되겠다고 마음 먹고 이뤄진 자연스러운 결정이었다. 대학 전공 과정을 이수하던 그는 군인이 돼 초빙강사로 돌아온 후배를 보고 큰 울림을 받았다. 이 공군상사는 “‘군인이 되면 나라를 위해 무언가 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 공군 부사관을 지원했다”고 회상했다. 그는 현재 전공과 특성이 비슷한 군사경찰병과에서 주어진 임무를 수행 중이다.

군인의 매력은 운동을 즐기던 소녀의 마음까지 사로잡았다. 장지윤 해병상사는 고등학생 때 체육대학교 입시학원을 다녔다. 어려서부터 운동을 좋아했으니 체대를 가야겠다는 게 막연한 이유였다. 그러던 중 우연히 본 여군 관련 다큐멘터리는 그녀의 인생을 바꿨다.

반면 자연스럽게 군인이 된 이도 있었다. 강원 동해시에서 태어나고 자란 박은혜 해군상사에게 해군은 언제나 아주 가까운 존재였다. 친구들 아버지 대부분이 해군이었고, 군복을 입고 출퇴근하는 어른들의 모습을 보며 ‘나도 멋진 군인이 되고 싶다’는 꿈을 꿨다. 어린 시절의 감정은 도화선이 돼 그의 발걸음을 해군으로 향하게 했다. 상사 계급장을 달고 어엿한 베테랑이 된 박 해군상사는 “‘여군도 기술 중심 전투력의 핵심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부사관이 됐다”고 상기했다. 그는 남군 비율이 높은 추진기관 분야에서 충분히 역량을 발휘하고 있다. 그녀는 “기술은 성별을 가리지 않고, 중요한 건 열정과 태도, 그리고 도전하는 마음”이라고 강조했다.


이다혜 공군상사 / 전우마라톤 10㎞ 부문 2회나 당당하게 1위…체력은 나의 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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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지윤 해병상사 / 이 옷을 입는 순간 국민·해병대 대표하는 사람…군복은 우리의 사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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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스로 능력을 입증하다

남군이 주를 이루는 병영에서 여군으로의 생활은 쉽지 않다. 하지만 박 해군상사처럼 많은 여군이 능력을 인정받았다. 오 육군상사는 처음 자대 배치를 받았을 때 사연을 얘기하며 유사한 사례를 소개했다. 그는 “남군 부하들이 진심으로 따르는 전투전문가가 되고자 동등한 훈련과 체력단련을 했다”며 “그 결과 매년 동일 연령 남군 기준에 충족하는 특급전사를 달성하는 것은 물론 탁월한 전투기술을 갖춘 군인으로 인정받게 됐다”고 전했다.

이 공군상사도 강인한 군인이 되고자 체력을 길렀다. 그는 “국방일보 전우마라톤 대회에 처음 출전했을 때 겨우 완주했을 정도로 힘겨웠다”며 “그 뒤로 체력 단련 강도를 높여야겠다고 마음먹고 매일같이 꾸준히 운동했다”고 했다. 그 결과 이 공군상사는 2015년과 2017년 전우마라톤 대회 10㎞ 부문에서 당당하게 1위를 기록해 국방부장관상을 받았다.

오히려 여군만이 가지는 강점을 내세우기도 한다. 박 해군상사는 ‘섬세함’과 ‘다양한 관점’을 예시로 들었다. 그는 “군에서 요구되는 강인함과 결단력 외에 여군은 상대방 상황을 섬세히 살피고, 팀원 간 조화로운 협력을 유도하는 강점을 지니고 있다”며 “또 직관적이고 세밀한 관찰력 덕에 현장에서도 상황을 보다 자세히 파악하고, 빠르게 대응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여군들은 자신들이 입은 군복이 자랑스럽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오 육군상사는 “매일 아침 전투복을 갖춰 입고 우측 어깨에 달린 태극기를 보며 강한 자부심을 느낀다”며 “언제 어디서든 군복을 입고 전투할 준비가 돼 있고, 이러한 자부심을 바탕으로 끊임없이 성장해 나가겠다”는 각오를 내비쳤다. 장 해병상사는 “군복은 단순한 옷이 아니라 국가를 위한 사명과 책임의 상징”이라면서 “이 옷을 입는 순간 해병대와 국민을 대표하는 사람이 된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러나 여전히 제도적으로 아쉬운 점은 있다. 여군들은 전문성·역량 증진을 위한 기회, 육체적·정신적 지원 강화 등을 여군에게 필요한 처우개선 과제로 꼽았다. 오 육군상사는 “여군 비중이 높아진 만큼 여러 분야에서 전문성을 높이고 경력을 쌓을 수 있게 복무 여건과 훈련 기회를 지속적으로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관련 제도 마련을 주장했다. 박 해군상사는 “군대는 신체적·정신적으로 많은 도전이 따르는 곳이기에 여군들이 자신감을 갖고 안정적으로 군 생활을 이어가도록 환경을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여군의 신체적 차이를 고려한 맞춤형 장비·시설, 자신을 표현할 자유롭고 열린 환경이 필요하다”고 요청했다.

일·가정 양립을 위한 제도적 보장과 인식 개선에 관한 요구도 있었다. 이 공군상사는 “육아시간 사용에 관한 주변 인식이 이전보다 많이 좋아졌지만 아직도 부정적인 시선이 있다”고 했다. 장 해병상사는 여군뿐만 아니라 초급간부 처우 개선이 필요하다는 뜻을 피력했다.


박은혜 해군상사 / 세밀한 관찰력으로 빠른 현장 상황 대응…섬세함은 나만의 강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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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만치 않은 군인의 길, 긍정적으로 임하라”

여군들은 여군, 부사관을 꿈꾸는 이들에게 군인은 결코 만만한 직업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박 해군상사는 “부사관은 단순한 직업이 아닌, 맡은 역할에 대한 책임감과 사명감이 항상 따라야 하는 직책”이라며 “또 병사와 후배들을 이끌어가는 리더의 길이기도 해서 의미가 있다는 점을 항상 기억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 공군상사도 “‘군 간부가 멋있어 보인다’는 생각만으로 입대하지 않았으면 한다”며 “국가를 위한 사명감을 가지지 않고 군 복무를 이어가는 건 힘들다. 보호받아야 하는 여성이 아닌, 나라를 위해 봉사하는 군인으로서 남군과 같은 군인이라는 마음가짐으로 군 생활을 했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여군 부사관 후배들에게는 긍정적인 생각을 갖고, 자신을 믿으며 군 생활에 임하라고 주문했다. 장 해병상사는 “무의식중 하는 행동이 모여 인생의 방향을 결정하기에 삶의 마인드가 굉장히 중요하다”며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생각으로 군 생활에 자신 있게 임하자”고 힘줘 말했다.

오 육군상사는 “군 생활을 통해 꾸준한 도전과 실수를 이겨내고 과정을 견뎌냈을 때 이룩한 성과는 결코 배신하지 않는다는 걸 경험했다”며 “힘든 과정과 시련 속에서도 자신을 믿으며 포기하지 않고 목표를 향해 한 걸음, 한 걸음 꾸준히 나아간다면 꿈은 반드시 이뤄질 것”이라고 격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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