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story in 국방일보 - 1970년 9월 3일 자
|
시대가 변하면 문화도 달라집니다. 결혼문화도 그중 하나입니다. 과거 결혼 적령기는 일반적으로 20대 중·후반이었습니다. 지금은 30대 중반을 훌쩍 넘어선 경우가 많습니다. 결혼 자체에 대한 인식도 크게 달라졌습니다. 반드시 해야 되는 필수조건에서 선택사항으로 간주하는 이가 적지 않습니다. 비혼과 독신을 바라보는 부정적 시선도 많이 사라졌습니다.
이런 변화는 청년층 실업난과 높은 주택가격, 육아 등 다양한 문제가 복잡하게 얽힌 결과입니다. 안타깝지만 이는 ‘저출산’ 기조로 이어지며 우리 사회의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국방에 미치는 영향도 심각합니다. 병력 수급에 적지 않은 차질을 빚고 있습니다. 한때 안정적으로 60만 명 선을 유지하던 전군 병력이 이미 50만 명 이하로 줄어들었고, 이러한 감소세는 계속될 것으로 예측됩니다.
1970년 9월 3일 자 전우신문(현 국방일보)에서는 흥미로운 기사를 볼 수 있습니다. ‘모범용사에 주어진 선물’이란 제목의 기사입니다. “제대하는 날 신부를 제대 선물로 맞아 사회로 진출하는 고아 출신 모범용사가 있어 화제를 모으고 있다”로 시작하는 기사는 제대 당일 부대에서 결혼식을 올린 고아 출신 조사성(26) 병장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어려서 양친을 잃은 조 병장은 제대 당일 부대 장병들의 축복 속에 부대 교회에서 ‘결혼식’을 올렸습니다. 제대 명령을 받고 혈혈단신으로 사회로 복귀하는 조 병장을 안타깝게 여긴 부대장과 부대원들이 조 병장의 제대 당일 ‘진중 결혼식’을 계획했습니다. 기사는 “평소 조 병장의 근면성과 인간미를 존경해 왔다는 조 병장의 애인 장양과 그의 가족을 설득해 제대하는 날을 택해 결혼식을 올리기로 했다”고 설명합니다.
부대장이 주례를 맡은 결혼식 당일, 신랑 조 병장은 군복을 입고 신부를 맞이했습니다. 결혼식이 끝난 뒤 조 병장은 “오늘의 감격을 되살려 농촌으로 들어가 힘껏 일하며 불우함을 딛고 용감하게 삶을 개척하겠다”고 말했다고 기사는 전합니다.
결혼식 비용 일체는 평소 모든 일에 솔선수범했던 조 병장을 위해 뜻을 모은 전우들이 담당했습니다. 전우들은 별도로 모금한 성금 2만1200원도 새로 시작하는 부부에게 전했습니다. 부대장은 ‘살림살이 주방세트’를 추가로 선물했습니다.
기사는 “신부의 손을 잡고 3년간 정들었던 부대의 정문을 떠나는 조 병장은 다정했던 전우들을 되돌아보며 석별의 정을 아쉬워했다. 한편 불우했던 ‘모범병사’가 외롭지 않게 군문을 떠나는 모습을 본 부대장과 장병들은 이들의 앞날을 축복하며 조 병장 내외를 실은 차가 보이지 않을 때까지 손을 흔들어 환송했다”며 결혼식 마지막 장면으로 마무리됩니다. 행복한 미래를 꿈꾸는 부부의 뒷모습이 그려집니다.
이영선 기자
오늘의 뉴스
Hot Photo News
많이 본 기사
이 기사를 스크랩 하시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