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기고

굳건한 한미동맹, ‘Good morning’에서 시작된다

입력 2025. 09. 03   15:34
업데이트 2025. 09. 03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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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동 이사 JFKN어학연구소
김선동 이사 JFKN어학연구소

 


1996년 8월 중순,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한미연합군사령부. 중위 시절 국방부 의장대대 소속으로 유엔군사령부(유엔사) 의장중대(Honor Guard)로 첫 출근을 하게 됐습니다.

게이트를 지나 사령부 본청 뒤편 의장대 건물까지 이어진 가로수 길을 따라 걸으며 스스로 다짐했습니다. “오늘 마주치는 모든 사람에게 먼저 ‘굿모닝(Good morning)’이라고 인사하자.” 그때 약 100m 전방에서 한 미군 여군이 걸어오고 있었습니다. 순간 심박수가 올라가는 걸 느꼈지만, 곧바로 마음을 다잡았습니다.

중고교·육사 시절까지 10년 넘게 영어 공부를 해 왔고, 임관 후에도 아침저녁으로 꾸준히 훈련해 왔기에 자신감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10m 남짓 남은 순간 입에서 “Good mor…”이 채 나오기도 전 여군이 먼저 “Hi!” 하고 지나가 버렸습니다.

그 자리에 얼어붙어 멍하니 선 채 얼굴이 화끈 달아오르는 것을 느꼈습니다. 동시에 뼈아프게 깨달았습니다. “내가 배운 영어는 실제 상황에선 한마디도 꺼내지 못하는, 죽은 영어(Dead English)였구나.”

그날의 민망한 경험은 단지 어학 능력의 문제를 넘어 연합작전 수행 때 실전 의사소통 능력이 얼마나 중요한지 처음으로 절실히 느끼게 한 계기가 됐습니다. 이후 일반전초(GOP) 철책을 오르내리며 작전 임무를 수행할 때마다 자문했습니다. “지금 이곳에서 연합작전이 실시된다면 미군과 정확히, 효과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가?” 그 질문은 저를 단련시켰습니다. 영어라는 도구를 단순히 학습 대상이 아니라 전장에서도 통하는 작전 수행력의 일환으로 받아들이게 된 것입니다.

군 생활 중에는 GOP 지역에서 유엔사 군사정전위원회와의 실무 접촉, 군사영어반 수료, 영국 지휘참모대학 연수, 한미 연합연습 시 대항군사령부 총참모부 임무, 한·BCTP-미·MCTP 간 양해각서(MOU) 체결 등 다양한 연합활동에 참여하며 실전 영어 역량과 연합작전 이해도를 키워 나갈 수 있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실감한 건 하나였습니다. 군에서의 영어는 생존 기술이며, 임무 완수를 위한 실전 무기라는 것입니다.

전역 후에는 JFKN어학연구소 주재현 대표와 함께 전국 전후방 부대를 직접 찾아가고 있습니다. 당일 미국 영어 뉴스를 기반으로 한 ‘위문강의’와 ‘기부활동’으로 장병들에게 자투리 시간을 활용한 실전 영어 학습법을 소개합니다. 단기간에 효과를 기대하기보다 하루 20분씩 꾸준히 학습함으로써 어학연수 이상의 효과를 체감할 수 있도록 돕고 있습니다.

여기서 강조하고 싶은 점은 분명합니다. 군 복무 중 영어는 선택이 아닌 필수입니다. 단순한 자기계발 차원을 넘어 유사시 연합작전을 성공적으로 해내기 위한 전투 기술이며, 간부에게는 반드시 요구되는 작전 능력입니다.

우리는 세계 최강의 군사동맹 중 하나인 한미동맹의 일원입니다. 그 강력함은 시스템만으로 완성되지 않습니다. 동맹의 중심에는 사람과 사람 간 신뢰가 있고, 그 신뢰는 ‘의사소통’이라는 연결고리 위에 세워집니다. 영어는 그 고리를 단단히 연결해 주는 열쇠입니다.

후배 장병 여러분께 전하고 싶습니다. “자신 있게 ‘Good morning’을 외칠 수 있도록 준비합시다.” 그 한마디가 한미동맹을 실천하는 출발점이자 대한민국 안보를 지키는 든든한 시작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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