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김연아 선수는 완벽에 가까운 연기로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 금메달을 차지했다. 그 영광의 순간은 수많은 실패와 좌절을 거친 끝에 찾아온 결과였다. 어린 시절 그는 점프에 실패해 수없이 넘어졌고, 부상과 슬럼프를 겪으면서 국제대회에서 기대 이하의 성적을 기록하기도 했다. 하지만 김연아는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았다. 오히려 실패를 분석하고 이를 학습해 연습방법과 프로그램을 바꿨다. 그렇게 기량을 완성해 나갔다.
밴쿠버 동계올림픽의 성공은 ‘실패를 피한 결과’가 아니라 ‘실패를 디딤돌로 삼은 결과’였다. 이 사례는 발전의 핵심이 바로 실패를 포용하는 문화에 있음을 잘 보여 준다.
우리 군도 마찬가지다. 새로운 무기체계와 전술을 도입하는 과정은 김연아의 훈련 과정과 같다. 처음엔 수많은 실수와 시행착오가 따르지만, 이를 무조건 실패로 낙인찍으면 더 이상 도전하지 못한다. 군의 특성상 완벽성과 안정성을 중시하다 보니 작은 오류조차 용납하지 않는 분위기가 존재한다. 실패를 허용하지 않는 조직문화는 도전을 주저하게 만들고, 결국 발전을 가로막는다. 완벽을 추구하는 건 필요하지만, 과정에서의 실패를 학습과 성장의 기회로 전환해야만 한다.
실제로 과학기술의 역사 역시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았기에 발전할 수 있었다. 수천 번의 시행착오 끝에 전구를 발명한 에디슨, 수많은 추락을 감내한 라이트 형제, 수십 차례의 폭발을 겪은 뒤 안정성을 확보한 로켓, 끝없는 오류 수정으로 지금의 수준에 이른 인공지능(AI). 이 모든 발전의 공통점은 실패를 금지하지 않고, 실패를 실험 과정의 일부로 받아들였다는 것이다. 우리 군이 과학기술 강군으로 도약하려면 바로 이런 정신이 필요하다.
육군사관학교 과학기술연구사업단의 노력은 그 좋은 예다. 연구사업단은 민간의 첨단 기술을 군의 특수한 환경에 접목하는 ‘스핀온(Spin-on) 전략’을 추진 중이다. AI 기반 지휘체계, 유·무인 복합체계(MUM-T), 로봇, 우주 등 4차 산업혁명기술을 실험적으로 도입하는 과정에서는 오류와 문제 발생이 필연적이다.
그러나 이런 실패가 없다면 새로운 개념은 탄생할 수 없고, 실험에서 얻은 교훈이야말로 미래 전투력 발전의 토대가 된다. 김연아 선수가 수천 번의 연습을 하며 넘어지고 일어나길 반복한 끝에 올림픽 무대의 완벽한 연기를 완성한 과정과 다르지 않다.
결론적으로 진정한 발전은 실패를 피하는 데서 오지 않는다. 실패를 학습하고, 그것을 조직 전체의 지혜로 승화시킬 때만 가능하다.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김연아 선수가 실패를 디딤돌 삼아 금메달이란 성과를 만들어 낸 것처럼 우리 군도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도전하는 문화가 필요하다. 실패를 처벌하거나 낙인찍는 문화를 넘어 실패에서 얻은 교훈을 축적하고 공유하는 문화가 자리 잡아야 한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조직문화야말로 도전과 혁신을 지속시키는 원동력이자 우리 군을 과학기술 강군으로 이끄는 가장 중요한 힘이다. 실패는 끝이 아니라 새로운 출발이며, 실패에서 배우는 조직만이 미래를 준비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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