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교수실에서

풍요와 강성의 시대, 자만을 경계하며

입력 2025. 08. 25   17:04
업데이트 2025. 08. 25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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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승식 소령 해군사관학교 기초과학과 교수
민승식 소령 해군사관학교 기초과학과 교수



우리는 종종 영웅들을 직접 만나 보고 싶어 한다. 장보고 대사의 기개, 이순신 제독의 충의, 수많은 선현의 결단을 떠올리며 그들과 같은 업적을 쌓을 수 있다면 얼마나 영광스러울지를 상상하곤 한다. 그러나 오히려 그분들이야말로 오늘날의 우리에게 “어떻게 그대들은 이토록 풍요롭고 강성한 나라를 만들게 됐는가?”라며 감탄할지 모른다.

2025년 현재 세계 5위의 군사력을 보유한 대한민국, K방산 수출로 국제사회가 주목하는 대한민국의 위상은 반만년 역사 속에서 가장 찬란한 시대를 만들고 있다. 과거 영웅들이 목숨 걸고 지키려 했던 나라는 이제 세계 안보의 중요한 축으로 자리 잡았고, 기술과 국력이 결합해 국제적 영향력을 넓혀 가고 있다. 이는 단순히 군사적 강대국의 반열에 올라섰다는 의미를 넘어 경제력과 문화적 저력까지 세계에서 주목받는 국가로 성장했음을 뜻한다.

강력함만으로 안심할 순 없다. 현대전은 장비와 숫자만으로 승패가 갈리지 않는다. 아무리 촘촘한 체계도 작은 빈틈이 생기면 반드시 공격받기 마련이다. 전통적인 전투 개념을 넘어 전자기·사이버·우주 영역까지 전장 범위가 확장된 지금은 더욱 그러하다. 군사적 강점을 유지하려면 평균적인 위험 수준을 낮추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며 최대 위험의 최소화, 즉 미니맥스(minimax) 전략이 필요하다. 이는 군사뿐만 아니라 사회 전반에도 적용될 수 있는 보편적 원리다.

전력 설계와 국방기획 과정에서 수많은 지표가 사용된다. 화력, 기동력, 지속 능력, 생존성, 경제성 등은 별도의 지표처럼 보이지만 실제론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다. 예컨대 화력 강화에 집중하면 지속 능력이 저하될 수 있고, 경제성을 지나치게 고려하면 생존성이 약화될 수 있다. 강력한 군사력은 특정 능력의 과시가 아니라 전체 체계를 균형 있게 조율하는 데서 나온다.

이런 맥락에서 해군사관학교 교수로서 책무는 더욱 무겁게 다가온다. 지식을 전달하는 데 머무는 게 아니라 국가가 쌓아 온 부와 힘을 지켜 낼 차세대 리더를 기르는 것이 본질적 임무여서다. 강의실에서 다루는 파동과 힘의 개념조차 단순한 공식이 아니라 전술적 판단과 리더십, 나아가 국가 전략과 연결돼야 한다. 파동의 전파가 매질 전체를 흔들 듯이 한 사람의 리더십은 부대 전체에 파급된다. 힘이 작용하면 반드시 반작용이 따른다는 뉴턴의 법칙은 지휘관의 결정이 장병들의 사기와 작전 성과에 어떻게 반영되는지를 은유적으로 보여 준다. 과학적 원리는 자연현상을 설명할 때도 이용되지만, 군사적 사고와 리더십 훈련에도 활용될 수 있다.

교육현장에서 우리는 자부심과 책임감을 느낀다. 오늘의 부와 힘은 수많은 선열의 희생 위에 세워진 것이며, 동시에 후대가 반드시 지켜야 할 소중한 자산이다. 사관생도들은 단순히 지식을 배우는 게 아니라 그 지식을 토대로 어떻게 판단하고 행동할 것인지, 나아가 어떻게 국가를 수호할 것인지를 고민해야 한다. 교육자들은 그 과정에서 끊임없이 성찰하며 함께 성장한다.

지금 우리는 반만년 역사 속 가장 강력한 순간을 살고 있다. 그러나 역사가 보여 주듯이 강력함은 자만하는 순간 무너진다. 교육현장에서 늘 다짐한다. 사관생도들이야말로 미래를 지켜 낼 주역이며, 이들을 올바른 장교로 기르는 일이 가장 큰 책무라는 것을 되새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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