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17일부터 사흘간 600㎜에 달하는 폭우가 우리 지역에 쏟아졌다. 폭우가 할퀴고 지나간 뒤 전남 담양군을 포함, 6곳이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됐다. 호우 피해현장은 말 그대로 ‘삶의 흔적’이 지워진 듯했다. 허리춤까지 잠긴 비닐하우스, 뒤엉켜 버린 수경 농작물 재배용 베드, 진흙 속에 묻힌 딸기와 토마토 등 작물들은 복귀의 희망조차 흐릿하게 만들었다.
그 현장에 우리 부대원들이 발을 내디뎠다. 현장에 도착한 우리는 폭우가 휩쓸고 간 농가를 바라보며 어디서부터 손을 써야 할지 막막했다. 처음 만난 농가의 주인은 세상이 무너진 표정으로 우리를 맞이했다. 하우스 안에 죽어 있는 물고기와 뒤집혀 있는 농작물을 보며 호우 당시 처참함을 짐작할 수 있었다.
수십 년간 경작해 온 딸기밭이 망가진 모습을 마주한 농가 주인은 말을 잇지 못했다. 힘겹게 피해 복구 내용을 설명하는 농가 주인의 모습이 더욱 힘겨워 보였던 것 같다. 그럼에도 농가 주인에게서 피해 복구현장에 관한 설명을 들은 부대원 모두가 마치 실제 작전에 투입된 듯한 의지를 불태웠다.
하지만 대부분이 농사 경험이 전혀 없는 ‘MZ세대’였다. 삽을 들어도, 갈고리를 쥐어도 어딘가 어설프게 보였다. 우리는 ‘잘하려고’가 아니라 ‘도우려고’ 왔다는 마음 하나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오로지 농민들의 마음에 다가가겠다는 일념으로, 서툰 손길이지만 정성을 담아 하우스 안의 진흙을 퍼내고 쓰러진 수경 재배 베드를 조심스레 세웠다.
하우스 바닥은 질퍽이고 하우스 안 온도는 섭씨 35도를 훌쩍 넘겼다. 힘든 작업환경이었지만 누군가의 소중한 생계가 묻혀 있는 공간에서 우리는 한 포기의 작물도 허투루 대하지 않았다.
시간이 지나자 부대원들의 손발이 맞아 가며 복구 속도가 점점 빨라졌다. 누군가 지시하지 않았지만 스스로 일손이 필요한 곳으로 옮겨 가며 복구작전을 전개하는 모습에 부대원의 단결력과 협동심을 느낄 수 있었다. 밀폐된 하우스에서 흙먼지와 구슬땀이 뒤섞여 온몸이 흙투성이가 됐지만, 마음은 한결 가볍고 깨끗해지는 기분이었다.
복구작업이 끝나 갈 무렵, 농가 주인이 조용히 다가와 우리의 손을 잡고 눈물을 흘렸다. 아무 말 없었지만 그 눈물엔 고마움과 안도, 다시 살아 보겠다는 의지가 담긴 것처럼 느껴졌다. 그날의 눈물은 우리가 흘린 땀과 뒤섞여 잊을 수 없는 울림으로 남았다.
비록 서툴렀지만 진심은 분명히 닿았고, 부대원들은 구슬땀을 흘리며 협동심과 단결력을 키웠다. 부대원들이 흘린 땀방울만큼 누군가의 눈물을 닦아 주고 우리의 손길이 누군가에게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용기를 건넨 것이다.
앞으로도 국민이 아픔을 겪는 자리엔 항상 앞장서 정성을 다해 국민에게 감동을 주고, 묻혀 버린 희망을 일으켜 세워 희망을 주는 특전부대원의 사명을 다하고자 노력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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