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본격적인 진급 시즌이 다가왔다. “적과의 전쟁보다 진급 전쟁이 더 치열하다.” 그만큼 진급은 군인의 삶에서 민감하고, 때로는 치열하게 다가오는 문제다. 진급 명단이 발표되는 날 어떤 집은 축하전화가 이어지고, 어떤 집은 말없이 저녁상을 치운다. 그 희비 속에는 군인과 가족이 함께 겪는 웃음과 눈물이 담겨 있다.
진급은 능력과 노력이 중요한 바탕이지만 조직의 필요, 시기와 환경, 평가자의 시각 등 복잡다단한 요소가 함께 작용한다. 그 결과는 때로 기대와 다를 수 있다. 진급은 중요한 이정표이나 한 사람의 전부를 말해 주진 않는다. 계급은 변해도 인격과 본질적 존엄, 사명은 변하지 않는다.
존경받는 진급자는 기쁨을 절제하고, 겸손을 잃지 않으며, 주어진 자리를 책임과 섬김으로 채운다.
한 영관장교는 진급 직후 부하 전원을 불러 이렇게 말했다. “이 계급장은 나 혼자만의 것이 아니라 여러분이 함께 만든 것이다.” 그는 이후에도 인사권과 권한을 신중히 행사하며, 부하와 동료의 신뢰를 더욱 두텁게 쌓았다. 진급의 기쁨에 취해 권위와 권한을 남용하는 경우도 있다. 책임보다 권한을 앞세워 주변을 힘들게 하고, 부대와 조직에 악영향을 미친다. 계급은 올랐지만 인격은 오히려 작아진 셈이다.
진급에서 이름이 빠진 날, 마음 한구석이 허물어지는 듯한 상실감이 밀려온다. 그 순간은 자신의 내면을 깊이 들여다보고 더 단단해질 수 있는 또 하나의 기회가 된다. 한 위관장교는 비선 이후 그 시간을 자기존엄을 확인하고 지키는 시기로 삼았다. 새로운 전문 분야 교육을 자원하고, 해외 연합훈련에 참가해 시야를 넓혔다. 그는 “비선은 끝이 아니라 나를 확장시키는 전환점이었다”고 말했다.
비선의 시간은 ‘내면을 단단하게 하는 기회’ ‘새로운 변화와 성장을 준비하는 시간’ ‘사명에 충실하며 진정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계기’가 된다. 진급 여부와 관계없이 자신의 태도와 선택이 미래를 결정짓는다. 진급이 곧 성공이고, 비선이 곧 실패인 것은 아니다.
각자 자리에서 어떻게 살아 내느냐가 진짜 성공을 결정한다. 사실 군 복무 중에는 진급을 전 생애적 시각으로 바라보기가 쉽지 않다. 눈앞의 경쟁과 평가에 마음이 쏠리기 때문이다. 시간이 지나 전역 후 삶을 맞이하면 계급과 진급이 인생의 한 시기일 뿐이며, 이후의 길이 훨씬 길고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래서 진급 여부에 흔들리기보다 전역 이후까지 이어지는 삶의 기초를 지금부터 다져야 한다.
더 나아가 진급에 매달리거나 얽매이는 것은 인생의 본질이 아니다. 지금의 프레임 안에서 자신을 성공·실패로 낙인찍는 것은 스스로의 가능성을 제한하는 일이다. 한 사람의 가치는 계급이나 속한 자리에 있지 않고, 어떤 사람으로 살아가느냐에 달려 있다. 진급은 하나의 이정표일 뿐 진짜 여정은 그 이후 시작된다. 사명과 가치는 계급과 무관하게 이어지고, 본질적 존엄은 어떤 상황에서도 유지된다.
군은 진급자와 비선자가 각자 자리에서 충실히 역할을 다할 때 강해진다. 누구는 그 자리를 빛나게 하고, 누구는 새로운 길을 개척하며, 모두가 같은 목표를 향해 나아간다.
계급장은 언젠가 내려놓아도 그동안 쌓아 온 신뢰와 존경은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 진급은 순간이지만 인격과 사명은 평생의 길이다. 그 길 위에서 만난 동료, 쌓은 경험, 지켜 온 가치가 군복을 벗은 뒤에도 그 사람을 빛나게 하는 가장 큰 별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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