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짝이는 바다 윤슬을 보고 있노라면 잠시 무더위가 가시지만, 여름철 폭염은 참 이겨 내기 어렵다. 한낮 기온이 40도에 육박하고, 바닷바람이 품은 수분마저 날아가 입술에 소금기만 남는다. 육지에서 느끼는 여름 햇살도 강렬하겠지만, 여러 겹의 철판으로 이뤄진 바다 위 해군 군함이 머금은 열기는 상상 이상이다. 이런 여건에서 동·서·남해 우리 바다에서 묵묵히 부여된 임무를 수행 중인 해군 장병들이 있다.
사람들은 쌓인 피로를 풀고자 여름휴가를 떠나지만, 해군은 오히려 더 긴장하게 된다. 호우와 태풍이 언제 닥칠지 몰라서다. 특히 바다에서 맞는 폭염은 차원이 다르다. 대부분 강철 재질로 돼 있는 해군 함정은 한번 들어온 열기를 놔주지 않는다. 각종 장비와 엔진 등도 가동되기에 때로는 용광로처럼 느껴진다. 그럼에도 함교 근무자는 침로를 조정하며 끊임없이 주변을 경계하고, 기관실 근무자는 땀에 흠뻑 젖은 채 추진기관을 정비한다. 전투지휘실 근무자는 뜨겁게 달궈진 레이다를 운용하며 감시 임무에 소홀함이 없다. 철갑선과도 같은 군함에서 율곡이이함 승조원들은 각자 방식으로 무더위를 극복하고 있다.
때로는 시원한 계곡으로 휴가를 떠나고 싶지만, 임무를 내려놓을 순 없다. 우리 바다를 굳건히 지키기 위해선 한 치 빈틈도 없어야 한다. 적의 도발은 언제나 예고 없이 찾아오며, 우리가 잠시 눈을 감고 있는 순간을 노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우리 땅과 바다, 하늘을 감시하는 장병들은 언제나 깨어 있어야 한다.
율곡이이함을 비롯한 이지스구축함 승조원들은 한 달에 3주 이상을 바다에서 보내기도 한다. 더불어 각종 연합·합동훈련 등을 하다 보면 시간이 금세 흐르기 마련이다. 미사일 감시 등 적 위협에 대비하는 것만이 해군 함정의 임무는 아니다. 예컨대 여름휴가철에는 해양 레저 활동이 증가함에 따라 각종 재난사고가 더 자주 발생하므로 인명구조 등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한 임무도 맡고 있다. 이런 노력이 국가안보, 국민의 안전을 지키는 것과 직결된다는 점을 잘 알고 있기에 오늘도 율곡이이함 장병들은 자부심을 갖고 힘차게 파도를 가른다.
사람들은 여름 하면 눈부신 바다를 떠올리면서 바다를 휴식과 낭만의 공간으로 여기곤 한다. 해군은 우리 국민이 앞으로도 마음껏 바다를 누릴 수 있도록 해양주권을 보호하는 등 국가안보를 더욱 두텁게 할 의무가 있다. 망망대해에서 해군 장병들이 흘리는 땀을 모두가 볼 순 없겠지만, 옆에서 함께하는 전우들은 그 땀의 의미를 이해한다. 오늘도 뜨거운 철갑선에서 흘리는 해군 전우들의 땀방울이 우리나라와 국민을 더욱 안전하게 만드는 요소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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