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story in 국방일보 - 1969년 8월 29일 자
현대전에서 제공권은 절대적입니다. 많은 국가가 우수한 전투기를 보유하기 위해 사활을 거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1969년 8월 29일은 대한민국 공군 역사에 큰 획을 그은 날입니다. 이날 당시 최신예 전투기였던 F-4D형 ‘팬텀’ 전투기를 세계 4번째로 인수했습니다.
전우신문(현 국방일보)은 당일 자 지면에 관련 내용을 상세히 보도했습니다. 대한민국은 공군력 강화가 절실했던 시기로 F-4D형 ‘팬텀’ 도입은 중요한 문제였습니다. 기사는 “한국 공군의 오랜 숙원이던 ○○대의 팬텀기 인수식이 29일 상오 임충식 국방부 장관을 비롯해 문형태 합참의장, 김성룡 공군참모총장, 스미스 유엔군 참모장, 맥기히 미 5공군사령관 등 한미 고위 장성 다수가 참석한 가운데 공군 ○○기지에서 성대히 거행됐다. 한미 공군기 편대가 축하비행을 벌이는 가운데 김성룡 공군참모총장과 스미스 유엔군 참모장은 이날의 역사적인 팬텀기 인수서에 서명을 했다”고 기록하고 있습니다.
성능과 관련한 언급도 있습니다. “일명 ‘미그’ 잡는 도깨비(MIG KILLER)로 불리는 팬텀기는 속도, 항속거리, 무장 및 공중기동 면에서 어떠한 공산계열의 전술기보다 월등하게 우수해 현재 미 전술 공군의 주축을 이루고 있으며, 미국이 가장 아끼는 무기 중 하나”라고 보도하고 있습니다.
이날 인도된 전투기는 미국에서 비행교육을 받은 16명의 조종사 중 6명이 직접 6대의 F-4D 조종간을 잡고 도착해 상징성을 더했습니다. 기사는 이와 관련해 “세계에서 가장 빠른(음속의 2.5배) 속도를 이룬 최신예 전폭기는 금주 초 미 본토 매클렐런 기지를 출발, 태평양을 횡단해 오키나와를 거쳐 태극 표시도 선명하게 이날 상오 11시 공군 ○○기지에 도착했다. 그동안 미국에서 비행훈련을 마친 강신구 중령의 지휘로 우리 공군 전투조종사들이 직접 조종해 온 것”이라고 기록하고 있습니다. 기사에서 언급된 강 중령은 유명 배우이자 전 국회의원이었던 고 신성일 씨의 친형입니다.
한국은 이날 인수로 미국, 영국, 이란에 이어 세계 4번째로 F-4D형 ‘팬텀’ 보유국이 됐습니다. 당시 공군력에서 북한에 열세였던 우리 정부는 지속적으로 미 정부에 F-4D형 ‘팬텀’ 도입 인도를 요구했고, 1968년 1월 21일 북한 무장공비의 청와대 기습사건과 미 푸에블로호 납북사건으로 한반도 긴장이 고조되자 외교적 역량을 총동원, 미 정부를 설득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결국 국군의 베트남전 3차 파병과 관련해 미 정부가 우리나라에 제공한 특별군사원조 1억 달러 중 6400만 달러를 들여 F-4D형 팬텀을 도입할 수 있었습니다. 이후 국민이 모은 성금으로 구입한 ‘방위성금 헌납기’ 등 수십 대를 추가 도입, 우리의 영공을 굳게 지켰습니다.
이렇게 도입된 F-4D는 세계 최장 운용기간인 41년간의 오랜 비행과 24년 이상의 무사고 비행 등 세계 항공사에 남을 경이로운 기록을 세우고 2010년 6월 퇴역했습니다. 지난해 6월에는 마지막으로 남아 있던 F-4E 팬텀Ⅱ 전투기가 퇴역식을 하고 공식 임무를 종료, 대한민국 영공수호에서 ‘팬텀’ 시대를 마감했습니다. 이영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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