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교양 정덕현의 페르소나

'새'로운 도전 '내' 것임을 알기에 '기'세로 다 이룬다

입력 2025. 08. 20   16:19
업데이트 2025. 08. 20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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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덕현의 페르소나 - ‘에스콰이어’의 일 잘하는 막내, 정채연

아이돌 벗고 연기돌 변신, 진짜 변호사 꿈꾸는 미생,깨지면 어때 아직 젊잖아...
대형 로펌서 성장하는 신참 변호사 열연
‘다이아’로 활동…배우 전향 후 입지 쌓아
낯설어도 부딪치며 성장하는 패기 닮은꼴

 

JTBC 토일드라마 ‘에스콰이어’ 강효민 역 배우 정채연. 사진=JTBC
JTBC 토일드라마 ‘에스콰이어’ 강효민 역 배우 정채연. 사진=JTBC



실력을 갖춘 것과 실제 실력을 발휘하는 건 다른 이야기다. 학교에서 줄곧 수석을 차지했다고 사회에 나와서도 척척 일을 잘 해내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이론과 현실이 다르고, 회사 같은 조직에서의 성과는 혼자가 아니라 여럿이 함께 해나가야 한다. 대부분의 사회 초년생이 겪는 성장통은 바로 이 지점에서 시작된다.

JTBC 토일드라마 ‘에스콰이어’는 바로 이런 사회 초년생들의 성장기를 그린 작품이다. ‘변호사를 꿈꾸는 변호사들’이라는 부제처럼, 여기 등장하는 신입변호사 강효민(정채연 분)은 변호사 자격증을 가졌지만 대형로펌인 법무법인 율림의 새내기다. 변호사이긴 하지만 아직 사회생활이 서툴고, 실제 법정에도 서본 적 없는 사회 초년생. 게다가 율림 같은 대형로펌에서 그녀는 자신처럼 자격증을 갖춘 변호사들과 치열한 경쟁을 벌여야 한다.

그런데 강효민은 파트를 선택하는 데 있어서부터 다른 새내기 변호사들과는 다른 길을 간다. 업무가 많아 야근하기 일쑤고, 남다른 인센티브가 있는 것도 아니며, 나아가 팀장인 윤석훈(이진욱 분) 파트너 변호사조차 들어오는 걸 반대하는 송무팀에 굳이 들어가려 한다. 선택의 이유도 다소 엉뚱하게 들린다. “사람들은 여러 다른 색의 사랑을 해요…그리고 그 사랑으로 상처도 받죠. 그 상처가 극에 달하면 소송을 생각해요. 극에 달한 상황에서 최후의 수단으로 법이 자신의 행복을, 행복할 권리를 지켜줄 거라고 생각하죠. 저는 그런 사람들을 대변하는 일을 하고 싶어요.” 하지만 그 말은 반대하던 윤석훈 변호사를 설득시킨다. 그것이 사실상 자신들이 하는 일의 본질을 꿰뚫는 이야기였기 때문이다.

남다른 관점 때문이었을까. 강효민은 송무팀에 들어가서 처음으로 맡게 된 강동도시가스 자문에서 의외의 성과를 보여준다. 그저 주주총회에 참석해 그 절차가 문제없이 진행되고 있는지를 자문하는 역할이었지만, 주총 자료까지 굳이 확인한 후 이상한 점을 발견한 것. 7년 전부터 특정 지역에서만 매출이 급감한 걸 발견한 그녀는 강동도시가스 담당자에게 이유를 묻는다. 하지만 돌아오는 답변은 주총 절차 자문을 하는 변호사가 질문할 사항은 아니라는 냉랭한 반응이었다. 그럼에도 강효민은 이 문제를 그냥 넘기지 않는다. 자신이 발견한 의문점을 끝까지 파고드는 성격을 지닌 이 인물은 그 가스를 쓰는 지역을 찾아가 현장조사를 한다. 이를 통해 그간 사용량에 별다른 변화가 없었다는 걸 확인한 강효민은 누군가 중간에서 ‘사용열량’을 조작했다는 사실을 알아낸다.

그 누구도 문제 삼지 않고 넘어갔던 것들을 강효민 같은 새내기 변호사가 찾아낸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늘 같은 루틴으로 돌아가는 일상 속에서 살다 보면 무엇이 잘못됐는지 의심조차 하지 않고 지나치는 일이 허다하다. 하지만 이런 일 자체가 새로운 새내기라면 시각이 다를 수밖에 없다. 이 지점에서 오히려 신입이고 막내이기 때문에 조직에서 발휘할 수 있는 장점이 드러난다. 아무런 루틴이 없어 편견도 없는 신입의 눈만이 가질 수 있는 문제 발견의 가능성이 그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건 새내기들이 자신의 문제의식을 조직에 얼마만큼 설득시킬 수 있는가다. 이를 위해 강효민은 실제 현장조사를 하고 증거들을 찾아내 상사인 윤석훈 변호사를 설득한다. 결국 이를 통해 강효민 변호사는 영세한 소시민의 주머니를 상습적으로 털어간 도시가스 절취범을 찾아내는 성과를 낸다.


JTBC 토일드라마 ‘에스콰이어’ 강효민 역 배우 정채연. 사진=JTBC
JTBC 토일드라마 ‘에스콰이어’ 강효민 역 배우 정채연. 사진=JTBC

 

JTBC 토일드라마 ‘에스콰이어’ 강효민 역 배우 정채연. 사진=JTBC
JTBC 토일드라마 ‘에스콰이어’ 강효민 역 배우 정채연. 사진=JTBC



물론 강효민 변호사도 이 과정에서 실수를 저지른다. 사회생활이 익숙하지 않아 현장조사를 한다며 무단으로 결근하고 지각해 조직 생활의 룰을 어기게 된 것이다. 이에 대해 윤석훈 변호사는 “이번 일로 무단 결근과 지각이 무마됐다고 생각하지 말라”고 따끔하게 지적한다. 즉, 자신의 위치에서 능력을 발휘한 건 맞지만 아직까지 사회초년생으로서는 배워야 할 것이 많은 새내기라는 걸 분명히 한 것이다.

‘에스콰이어’가 그리고 있는 능력과 일에 대한 남다른 열정을 가진 일잘러 새내기의 성장기는 이 배역을 연기하는 정채연 배우와도 맞닿아 있다. 정채연은 아이돌 그룹 아이오아이와 다이아로 대중에게 자신의 존재를 알린 후 배우로 전향한 ‘아이돌 출신 배우’다. 2016년 tvN 드라마 ‘혼술남녀’를 통해 배우 데뷔를 한 그녀는 연기자로서의 가능성을 보였고, 이후 ‘다시 만난 세계’ ‘투제니’ ‘첫사랑은 처음이라서’ ‘연모’ ‘금수저’ 등 꾸준한 작품활동으로 경험을 쌓아왔다. 그리고 2022년 BH엔터테인먼트와 전속 계약을 맺으면서 배우 활동에 대한 의지를 보여줬다. 특히 전작인 ‘조립식 가족’에서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았지만 끈끈하게 살아가는 가족을 서로 이어주는 명랑 쾌활한 윤주원이라는 인물은, 정채연이 갖고 있는 생명력이 잘 드러나게 해준 역할이었다. 그리고 1년 만에 ‘에스콰이어’로 돌아온 정채연은 또 한 번 성장한 모습을 보여준다.

물론 연기자로 시작한 것이 아닌지라 발성 문제부터 표정 연기까지 작품을 할 때마다 아쉽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던 정채연이었다. 그건 실력이나 자질이 부족하다기보다는 아직 연기의 세계에 익숙하지 않은 점에서 비롯된 아쉬움들이었다. 그럼에도 성장해가는 모습은, 그런 평가들을 지적이 아니라 문제로 받아들이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해 온 정채연의 새내기다운 면모를 가늠하게 한다. ‘에스콰이어’의 강효민 변호사라는 실력파 막내의 역할이 정채연이라는 배우가 현재 처한 상황과 겹쳐 보이는 이유다.

준비돼 있다고 하더라도 어디든 낯선 일에 새로 뛰어드는 건 쉽지 않다. 하지만 익숙지 않아 발견하게 되는 문제의식은, 때론 루틴하게 돌아가는 조직의 문제를 찾아내는 가능성이 되기도 한다. 그러니 낯설어도 부딪치는 새내기의 패기는 사회 초년생만이 가질 수 있는 장점이 아닐까. 물론 시행착오를 통해 사회생활의 룰 또한 배워나가야 하겠지만.


필자 정덕현은 대중문화평론가로 기고·방송·강연을 통해 대중문화의 가치를 알리고 있다. MBC·JTBC 시청자위원을 역임했고 백상예술대상·대한민국 예술상 심사위원이다.
필자 정덕현은 대중문화평론가로 기고·방송·강연을 통해 대중문화의 가치를 알리고 있다. MBC·JTBC 시청자위원을 역임했고 백상예술대상·대한민국 예술상 심사위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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