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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교에게 ‘손끝 감각’이 필요한 이유

입력 2025. 08. 18   16:23
업데이트 2025. 08. 18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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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진호 소령(진) 육군3사관학교 군사사학 교수
송진호 소령(진) 육군3사관학교 군사사학 교수

 


군사학은 사회과학의 한 분야다. 사회과학은 이론이나 법칙을 도출하고 가설을 입증하는 데 중점을 둔다. 다만, 사회과학은 자연과학과 달리 이론을 검증하기 위한 실험실 내 통제된 실험이 제한된다. 이러한 이유로 사회과학은 과거의 역사적 사례로 이론을 검증하는 방법론을 택한다.

군사학은 사회과학의 한 범주로서 기존 전쟁 사례를 기반으로 군사이론을 도출하는 연구가 주를 이룬다. 그중에서도 ‘전쟁 승리’라는 종속변수를 위해 긴요한 독립변수를 찾는 실증적인 분석이 주요한 연구 경향이다.

미국의 군사학자인 B. A. 프리드먼이 집필한 『전술의 정석』에서는 군사학 가운데서도 ‘전술’을 다룬다. 특히 ‘전투 승리’라는 종속변수를 위한 독립변수인 다양한 ‘전술준칙’을 제시하며, 이를 물리적·정신적·도의적 준칙으로 구분하고 있다.

저자는 물리적 준칙으로 기동·수적 우세·화력·템포를, 정신적 준칙으로 기만·기습·혼란·충격을, 도의적 준칙으로 사기·단결력·리더십 등을 제시한다. 저자는 이러한 준칙들을 여러 전사(戰史)를 근거로 그 적합성을 입증한다. 이에 더해 본인이 제시한 준칙들을 유기적으로 융합함으로써 전투에서 승리할 확률을 배가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또한 전술적 성공이 상대의 도의적 상태를 파괴할 수 있다고 봤다. 기동·수적 우세·화력·템포라는 물리적 요소를 활용해 기만·기습·혼란·충격의 정신적 효과를 창출하고, 이를 통해 전술적 성공을 달성할 수 있다. 적 역시 공포와 두려움을 느끼는 인간이다. 지속적인 아군의 전술적 성공은 적에게 정신적 공황을 유발해 사기·애국심·리더십 등 적의 도의적 상태를 파괴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조화로운 전술준칙의 결합은 전술적 성공을 가능하게 하며, 궁극적으로는 전투를 승리로 이끈다. 이것의 가장 좋은 예는 1940년 독일의 프랑스 침공이다. 당시 독일은 기동과 기습이라는 물리적·정신적 준칙을 결합한 전격전(Blitzkrieg)으로 프랑스군의 도의적 요소인 사기와 단결력을 무너뜨리며 전술적 성공을 거둬 전투에서 승리할 수 있었다.

저자는 기동·충격·리더십 등을 전투 승리를 위한 ‘법칙(Law)’과 ‘원칙(Principle)’이 아닌 ‘준칙(Tenet)’으로 정의했다. 이는 사회과학의 방법론적 한계에서 기인한 것이다. 급변하는 전장에서 군사이론을 적용하는 것은 자연과학과 달리 통제된 조건을 전제로 하는 이론의 적용이 아니다. 즉, 저자가 ‘준칙’이란 단어를 선택한 것은 전장환경에 대한 고려가 없는 기계적인 이론의 적용을 방지하기 위함이다.

이러한 이유로 장교에게는 예리한 ‘손끝 감각(Fingerspitzengef●hl)’이 필요하다. 손끝 감각이란 독일군이 사용하는 용어로, 전장의 불확실성과 우연성을 특징짓는 ‘전쟁의 안개(Fog of War)’를 효과적으로 극복하는 능력을 말한다. 다시 말해 특수성과 가변성이 상존하는 전장을 명확하게 파악하는 전술적 통찰력과 본능적 직관력, 이를 기반으로 한 유연한 대응 능력을 의미한다. 클라우제비츠도 ‘군사안(Coup d’œil)’이란 개념에서 한눈에 전장을 꿰뚫어 보고 본질을 파악하는 능력을 조명하고, 이를 바탕으로 유연한 대응을 강조했다.

손끝 감각이라고 표현되는 통찰력, 직관력, 대응력은 풍부한 경험으로 배양될 수 있다. 하지만 지금 당장 한 장교가 짧은 시간에 많은 경험을 하는 것은 제한된다. 부단한 전사 연구와 심도 있는 교리 학습은 부족한 경험을 보완하고 통찰력, 직관력, 대응력을 기르는 데 핵심적 토대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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