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신의 주인공
수해복구 지원에서 국민 생명 지킨 육군32·39사단 장병들
기록적인 집중호우와 극한폭염이 이어진 지난달, 우리 군(軍)은 국민들이 하루빨리 일상을 회복하길 바라는 간절한 마음으로 수해복구 대민지원을 전개했다. 장병들은 굵은 땀방울을 흘리며 흙더미를 치우고 무너진 담을 세웠다. 시설물을 정리하고 방역활동을 지원했다. 국민의 군대를 실천하려는 헌신이었다. 그곳엔 눈에 띄지 않은 헌신의 주인공도 있었다. 생사의 기로에 선 국민을 지키기 위한 군 의료인들이다. 박상원 기자/사진=부대 제공
32사단, 2주간 수해복구 대민지원 구슬땀
지난달 19일, 충남 아산시 염치읍. 폭염주의보가 내려진 오후, 32보병사단 승리여단 장병들이 침수 잔해를 정리하던 곳에서 한 40대 남성이 갑자기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이를 목격한 진형남(대위) 의무중대장과 석향진(군무주무관) 응급구조담당관이 재빨리 현장으로 뛰어갔다.
그들은 휴대한 응급가방에서 온열질환 방지 키트를 꺼내는 동시에 환자의 의식과 호흡을 확인하며 곧바로 119에 연락했다. 그러나 인근 곡교천 범람 여파로 도로는 토사와 가재도구에 막혀 구급차 진입이 쉽지 않았다. 지체할 수 없다고 판단한 두 사람은 군 구급차에 환자를 태워 병원으로 직접 향했다.
차 안에서 산소포화도 측정기를 연결해 상태를 확인하고, 생리식염수와 시원한 물로 체온을 낮추며 환자와 끊임없이 대화를 이어갔다. 환자는 신속하게 병원에 도착해 의료진에 인계됐고 빠르게 회복할 수 있었다. 진 대위는 “군인이자 의료인으로서 시민이 위험에 처했을 때 즉시 행동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
다음 날인 20일, 충남 예산군 삽교읍. 대민지원 중이던 32사단 충절여단 장병들이 마을 골목길에서 도움을 요청하는 소리를 들었다. 성승훈(군무주무관) 응급구조담당관이 달려가 보니, 70대 할머니가 빗물에 젖은 바닥에 넘어져 의식을 잃고 있었다.
성 주무관은 먼저 외상 여부를 확인하고, 어르신을 그늘로 옮긴 뒤 휴대 체온계로 체온을 측정했다. 더운 날씨에 장시간 노출된 탓에 체온은 상승했고, 산소포화도도 떨어져 있었다. 그는 얼음팩과 부채로 체온을 낮추고, 물을 소량씩 섭취하게 하며 호흡을 안정시켰다. 주민들은 “우리 군이 아니었다면 이렇게 빠른 조치는 어려웠을 것”이라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성 주무관은 “누군가의 생명을 지키는 순간에는 모든 것을 멈추고 집중한다”며 “앞으로도 그런 선택을 주저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이번 집중호우로 가장 큰 피해를 본 지역은 세종시와 충남 천안·아산·공주·서산·당진·태안·예산·부여 등 9개 시·군이다.
이 지역에 있는 32사단은 지난달 약 2주간 침수 가옥 519채, 비닐하우스 366동, 농경지 7개소, 용수로 정비 및 토사 제거 40개소의 대민지원을 펼쳤다. 사단 관계자는 “복구 지원은 종료됐지만, 대전·세종·충남지역 지자체와 협력해 군이 필요한 곳이라면 즉각 투입하겠다”며 “피해 주민들이 하루빨리 일상으로 돌아가길 바란다”고 전했다.
39사단 “국민 생명·안전 사수 최우선”
육군39보병사단 장병들도 수해복구 과정에서 위기에 놓인 국민을 구했다. 지난달 31일 새벽, 경남 함안군 군북사거리. 수해복구 지원을 위해 산청으로 향하던 사단 의무대 김시환(군무주무관) 응급구조담당관은 도로 건너편에서 SUV 차량과 오토바이가 충돌하는 장면을 목격했다.
김 주무관은 운전병인 문정훈 일병에게 “차를 세우고 현장 통제를 해 달라”고 한 뒤 곧바로 부상자에게 달려갔다. 의식·호흡·맥박을 확인한 그는 머리 뒤쪽 출혈을 발견하고 경추보호대를 적용, 멸균 거즈로 상처를 압박 지혈했다. 문 일병은 진입 차량을 막아 2차 사고를 예방했다.
새벽 시간대라 병원 연락이 지연될 수 있는 상황에서도 김 주무관은 환자 곁을 지키며 맥박과 호흡을 주기적으로 확인했다. 119 구급대가 도착하자 환자의 상태와 응급처치 내용을 차분히 전달하며 인계를 마쳤다. 김 주무관은 “교통사고 환자가 후유증 없이 회복하길 바란다”며 “군인으로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것이 최우선”이라고 말했다.
폭염과 집중호우, 예기치 못한 사고 속에서 이들이 보여준 행동은 하나의 메시지를 전한다. 위기 속에서 군은 언제나 국민 곁에 있으며, 부대와 임무를 넘어 한 사람의 생명을 위해 최선을 다한다는 약속이다. 그들의 헌신이 이어지는 한 ‘국민을 지키는 군’이라는 이름은 변함없이 빛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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