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포스 언박싱 ① ‘공중급유’는 위험한 묘기였다?
상상이 현실로
1923년 복엽기 호스 연결이 최초
2차 대전 후 가속…6·25전쟁 활약도
공군력 핵심으로
급유서 수송까지…전력 증폭기 역할
재난구호·연합훈련 임무 등 팔방미인
국방일보가 에어포스 언박싱(Air Force Unboxing) 코너를 새롭게 시작했습니다. 에어포스 언박싱은 제품의 상자를 열어보듯 무기체계부터 훈련, 역사, 병영 생활까지 공군의 모든 것을 상세하게 파헤쳐 보는 코너입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성원 당부드립니다. 임채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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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공군의 주력 전투기 KF-16이 독도 상공에서 단독 작전을 수행할 수 있는 시간은 약 10분, 이어도 상공에서는 5분에 불과하다. 연료가 떨어지기 전 기지로 복귀해야 하기 때문이다. 만약 이 시간을 획기적으로 늘릴 수 있다면 어떨까? 상상을 현실로 만든 것이 바로 ‘하늘의 주유소’이자 ‘날아다니는 백조’로 불리는 KC-330 시그너스(Cygnus) 다목적 공중급유수송기다. 지난 4일 우리 공군은 같은 기종을 운용하는 영국 공군과 함께 공중급유훈련을 했다. 여기서 흥미로운 점은 오늘날 공군력의 핵심으로 꼽히는 공중급유가 100여 년 전, 목숨을 걸어야 할 만큼 위험한(?) 일이었다는 사실이다. 여기에는 어떤 사연이 있을까? 에어포스 언박싱, 첫 번째 주제는 공중급유다.
곡예에서 군사적 적용까지
다양한 얘기가 존재하나, 공중급유의 역사는 192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공중급유는 곡예비행 중 묘기로 여겨졌다. 비행 중 스턴트맨이 다른 비행기로 연료통을 들고 넘어가서 연료를 채워 넣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그 가능성을 눈여겨본 미국 육군 항공대 조종사들은 1923년 6월 27일, 두 대의 복엽기(DH-4B) 사이에 호스를 연결해 연료를 옮기는 데 성공하며 인류 최초의 공중급유를 기록했다.
이들은 여기서 멈추지 않고, 같은 해 8월 급유기에서 14번의 연료를 공급받으며 무려 37시간 25분 연속 비행하는 기록을 세웠다. 이후에도 여러 번 공중급유 시도가 이뤄지면서 장시간 비행기록이 경신됐다. 그저 ‘신기한 쇼’로 여겨졌던 공중급유가 훗날 하늘의 한계를 없애는 위대한 혁신의 시작점이 된 것이다.
공중급유에는 2개의 방식이 있다?
공중급유 기술이 본격적으로 발전한 것은 1·2차 세계대전 시기다. 이 과정에서 장거리 비행의 필요성을 느낀 영국의 비행사 앨런 코밤은 회사를 만들어 오늘날 공중급유 시스템의 기틀을 마련하는 데 기여했다.
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전투기용 급유 시스템의 필요성을 세계 각국이 절감하면서 개발은 가속화했다. 선두 주자는 단연 미국이었다. 기록에 따르면 2차 세계대전 직후 미 공군은 B-29 폭격기를 KB-29로 개조해 전용 급유기로 운용했다고 한다. 1949년에는 최초 무착륙 세계 일주 비행에 투입된 미 공군의 B-50 슈퍼포트리스 폭격기 ‘럭키 레이디-Ⅱ’에 네 차례 급유 임무를 완수하기도 했다.
흥미로운 점은 6·25전쟁 때에도 공중급유기가 활약했다는 것이다. 장호근 예비역 공군소장이 미 공군대학의 ‘한국전쟁 50주년 기념출판물’과 ‘한국전쟁 항공전사’ 등을 바탕으로 펴낸 『미 공군의 한국전쟁 항공작전』에 따르면 1951년 7월 6일 KB-29가 북한 지역에서 정찰 임무 중인 RF-80 4대를 공중급유했다.
이어 9월 28일에는 일본 요코다에서 한국으로 출격한 RF-80에, 다음 해 6월 7일에는 적 표적을 공격하기 위해 임무 수행 중이던 F-84에 각각 공중급유를 성공적으로 마쳤다.
이런 시도들을 바탕으로 오늘날 공중급유의 양대 산맥으로 불리는 두 가지 방식이 탄생했다. 바로 ‘플라잉 붐(Flying Boom)’과 ‘프로브 앤 드로그(Probe and Drogue)’ 방식이다. 이외 방식도 존재하나, 이 두 가지 방식을 가장 많이 사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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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의 주유소’ KC-330 시그너스
지난 4일 이뤄진 한·영 공중급유훈련이 특별한 이유는 양국이 동일 기종인 KC-330과 A-330을 운용하지만 주력 급유 방식이 다르다는 점에 있다. 앞서 언급했듯 우리 공군은 ‘플라잉 붐’ 방식에, 영국 공군은 ‘프로브 앤 드로그’ 방식에 더 익숙하다.
KC-330은 두 가지 방식을 모두 사용할 수 있기에, 이번 훈련은 서로의 장점을 배우고 어떤 상황에서도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연합작전 능력을 키우는 최고의 기회가 됐다.
100년 전 호스를 손으로 잡고 연료를 건네던 아슬아슬한 시도에서 시작된 공중급유는 이제 최첨단 기술의 집약체가 됐다. 시속 약 530km가 넘는 속도로 비행하는 두 항공기가 지름 10cm 남짓한 급유구를 정확히 맞추는 모습은 ‘하늘의 예술’에 가깝다.
KC-330은 전투기의 작전 반경과 체공 시간을 획기적으로 늘려줄 뿐만 아니라, 최소한의 연료로 이륙해 공중에서 연료를 채워 더 많은 무장을 탑재하게 해 주는 ‘전력 증폭기’ 역할을 한다. 또한 최대 300명의 인원과 47톤의 화물을 싣고 전 세계 어디든 날아갈 수 있는 수송 능력까지 갖춘 멀티플레이어다. 덕분에 해외 파병이나 재난 구호 임무는 물론 다국적 연합훈련 ‘피치 블랙’이나 ‘레드플래그 알래스카’에 참가하는 F-15K, KF-16U 전투기들을 중간 기착 없이 한 번에 목적지까지 이동시키는 임무를 완벽히 수행한다.
이처럼 KC-330 시그너스는 100년에 걸쳐 발전해 온 공중급유의 역사를 품고 우리 영공을 든든히 지키는 핵심 전력이자, 세계 어디든 우리 국익이 필요한 곳으로 날아갈 수 있는 능력을 상징하는 전략적 자산으로 활약하고 있다.
* 공중급유 방식
1. 플라잉 붐
- 방식 : 급유기에 뻗어 나온 단단한 막대(붐)를 항공기의 상면에 꽂아 급유하는 방식. 붐-리셉터클(Boom & Receptacle)이라고도 불림.
- 특징 : 빠르게 대량의 급유를 할 수 있으며 악천후에 강함. 우리 공군 주력 전투기인 F-15, F-16, F-35A 등이 사용.
2. 프로브 앤 드로그
- 방식 : 급유기에서 긴 호스 끝에 달린 바구니(드로그)를 늘어뜨리면, 전투기가 자체적으로 탐침(프로브)을 꽂아 넣는 방식.
- 특징 : 동시에 여러 대를 급유할 수 있지만 급유 속도가 느리고 악천후에 약한 편. 영국 공군이 주로 사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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