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직근무를 서던 어느 날, 새벽 3시30분에도 많은 방의 불이 켜져 있었다. 마침 물을 마시러 나온 생도에게 “왜 이 시간까지 안 자냐”고 묻자 그는 “내일 전공 시험이 있어서 지금 자고 있는 4학년 생도는 없을 겁니다”고 답했다. 기상 시간이 6시20분인 점을 고려하면 생도들은 사실상 밤을 새우는 셈이다. 엄격한 생도 생활과 방대한 간호학 전공 공부를 병행해야 하는 생도들에게 수면은 자연히 후순위로 밀려난다.
수면을 포기하는 이들은 비단 생도뿐만 아니다. 2021년 한 연구에 따르면 직업군인 중 적정 수면을 취하지 못하는 비율은 58.8%로, 일반인(51.4%)보다 유의미하게 높았다. 군인들은 과중한 업무로 밤늦게 일과를 마치고 새벽 일찍 출근하는 경우가 잦으며, 당직·훈련·야간 경계근무 등으로 인해 일주기 리듬이 깨지기도 한다.
군인은 양질의 수면을 확보하기 어려운 환경 속에 놓여 있다. 그러나 우리는 최상의 전투력을 발휘하기 위해 ‘잘 자야 한다’. 수면은 단순한 휴식이 아니라 전투 준비이기 때문이다. 수면이 부족하면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이 과도하게 분비되고 면역기능과 집중력, 반응속도 등이 현저히 저하된다. 이는 생존과 직결되는 전장 환경에서 치명적인 약점이 된다.
최근 피로감을 카페인이나 니코틴으로 덮으려는 경향이 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대응은 미래에 깨어 있어야 할 집중력과 체력을 앞당겨 소진하는 것이며, 오히려 회복을 지연시키고 생체 리듬을 더욱 교란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깨어 있어야 하는 군인’은 역설적으로 ‘잘 자는 법’을 반드시 알아야 한다. 낮 동안 충분한 햇볕을 쬐고, 일정한 기상·취침 시간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멜라토닌 분비를 유도하는 자연광은 일주기 리듬을 재설정하는 데 효과적이며, 수면과 기상의 주기를 고정시키는 것은 회복의 출발점이 된다.
효율적으로 자기 위한 준비도 병행돼야 한다. 수면 1시간 전에는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PC에서 나오는 블루라이트를 피해야 한다. 카페인이 없는 따뜻한 음료를 마시거나 독서·명상 같은 저자극 활동으로 신체를 이완시키는 것도 좋다.
졸림이 뚜렷이 느껴질 때 침대에 눕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며, 억지로 누워있기보다 졸음을 유도하는 루틴을 만드는 것이 핵심이다. 가능하다면 어두운 환경을 조성하고(암막커튼·안대 등), 반복되는 수면 방해 요인을 사전에 차단하는 것이 중요하다.
만약 수면장애가 지속된다면 단기 수면제를 통한 치료도 고려할 수 있다. 수면제는 올바르게 사용하면 의존성 없이 수면 회복을 도울 수 있으므로 전문가의 상담을 전제로 한 단기적 접근은 충분히 합리적이다.
잘 자야 잘 할 수 있다. 시험을 앞둔 사관생도는 물론 고도의 집중력과 체력이 요구되는 임무를 수행하는 군인이라면 우선순위 체크리스트에 ‘잘 자기’를 반드시 포함해야 한다. 우리는 그동안 수면의 중요성을 너무도 쉽게 뒷전으로 미뤄왔다. 이제는 수면이 곧 전투준비라고 여기고, 잠을 제대로 자기 위한 노력을 시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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