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 육군

[헌신의 주인공] 영어·수학부터 삶의 경험까지…군인 선생님이 전부 가르쳐줄게

입력 2025. 08. 05   16:30
업데이트 2025. 08. 05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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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신의 주인공 - 육군39보병사단 독수리여단 장병들

장병들, 매주 토요일 교육봉사 
입대 전 전공·특기 고려…16명 선발
미술·피아노 등 다양한 수업 진행
휴가·외출 조정하며 책임감 키워
선생님이자 버팀목으로… 
부대 체육대회 함께하며 신뢰 쌓고
학생들의 20대 이후 삶도 같이 고민
아이들이 좋아한다는 말 가장 큰 힘

지난해 9월부터 매주 토요일 오후가 되면 경남 고성군 아동보호시설 보리수동산에 ‘특별한 손님’들이 찾아온다. 보리수동산에서 생활하는 초·중·고교 학생들은 전투복을 입고 찾아오는 손님인 ‘군인 선생님’들을 반갑게 맞는다. 선생님들은 교과 수업은 물론 예체능 교육과 놀이까지 하며 학생들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고 있다. 육군39보병사단 독수리여단 장병들이 그 주인공이다. 최한영 기자/사진=부대 제공

 

신예도 병장이 담당 학생의 학업성취도에 맞춰 수업을 하고 있다.
신예도 병장이 담당 학생의 학업성취도에 맞춰 수업을 하고 있다.

 


지역 아동보호시설에 열리는 ‘특별한 교실’

여단은 지역사회와 상생하고, 나눔과 소통의 가치를 실천하기 위해 교육 봉사를 시작했다. 봉사 시작 전 53명의 지원자 중 16명을 선발했다. 장병들의 입대 전 전공·경력·특기, 학생수와 그들의 수요를 고려해 교육 효과를 높일 수 있도록 인원을 정했다.

첫 교육 봉사부터 참여한 신예도 병장은 “보리수동산에서 지내는 친구들이 시간이 흘러 지금을 추억할 수 있는 기억을 만들어주겠다는 생각으로 임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주대 의대 졸업 후 입대한 신 병장은 수학·영어 외에도 평소 익힌 피아노 지도, 챗GPT 사용법까지 가르치며 학생들을 만나고 있다.

봉사 중이던 선생님이 전역하며 생긴 빈자리는 다른 장병이 메운다. 생활관 동기인 고재휘·이민재 상병은 지난 6월 합류했다. 입대 전 대학에서 산업디자인을 전공한 이 상병은 “기존 교육이 교과과목 위주다 보니 미술을 배우고 싶어 하는 학생이 있을 거란 생각에 손을 들었다”고 설명했다. 영어를 맡은 고 상병은 “어린 시절 부모님과 떨어져 조부모님과 생활했을 때를 떠올렸다”며 “부모님이 안 계시거나 부모님과 많은 시간을 보내지 못하는 이곳 학생들에게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되기 위해 지원했다”고 전했다.

장병들은 토요일 점심 식사를 마치자마자 보리수동산으로 향하는 차에 오른다. 오전에 수업을 준비하는 시간까지 고려하면 주말 하루가 사라지는 셈이다. 학생들이 원하는 내용을 확인하고 준비하는 것도 오롯이 이들의 몫이다. 이 상병은 학생들 요청에 따라 매주 캐릭터디자인 교육을 하고 있다. 입대 전 전공(산업디자인)과 다르다 보니 일과 후 시간을 내서 학생들이 좋아하는 캐릭터를 검색해 그려 보고, 매주 필요한 도구를 챙기는 노력을 해야 한다.

그런데도 장병들은 매주 토요일 보리수동산에 가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는다. 고 상병은 첫 교육봉사를 끝내고 부대로 돌아오는 차를 탔을 때 친구들이 손을 흔드는 모습을 보며, 조부모님 댁 방문 후 집으로 돌아올 때 버선발로 따라 나오셨던 할머니 모습을 떠올렸다. 그는 “그때의 뭉클함을 계속 간직하며 수업 준비부터 철저히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독수리여단 장병들이 부대 체육대회에 보리수동산 학생들을 초청해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독수리여단 장병들이 부대 체육대회에 보리수동산 학생들을 초청해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전역해도 교육은 이어지도록 인수인계

지금은 군인 선생님과 학생들이 절친한 사이가 됐지만 처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다. 신 병장은 “학생들에게 어떻게 다가가야 할지 고민이 컸다”며 “교육봉사가 끝나고 야구나 얼마 전 인기를 끈 ‘오징어게임’ 속 놀이를 하며 친해졌다”고 웃으며 말했다. 이 상병도 “학생들이 그림을 따라 그려주니 즐거워하며 금세 어색함이 사라졌다”고 회상했다.

그렇게 맺은 인연은 장병들의 책임감을 높인다. 휴가·외출을 되도록 교육 봉사가 있을 때를 피해서 잡는 것도 암묵적인 규칙이 됐다. 여단도 기존 교육봉사 장병이 전역해도 보리수동산 학생들이 같은 교육을 연계성 있게 받을 수 있는 여건을 제공하고 있다. 기존 장병이 전역하기 전 새로 합류할 사람을 추가 모집해 인수인계할 수 있는 기간을 갖는다.

매 분기 개최하는 부대 체육대회에도 보리수동산 학생들을 초청하며 접점을 넓히고 있다. 교육봉사 장병과 학생들은 짝을 지어 축구, 줄다리기 등을 즐기는 한편 상호 신뢰감을 높인다.

이 과정에서 학생들이 정서적 안정을 누리고, 남은 인생을 잘 살아가는 데 필요한 롤모델을 만나는 효과도 누리고 있다. 장병들도 자신들의 말 한마디가 학생들에게 미치는 영향을 알기에 많은 책임감을 느낀다. 신 병장은 “이들보다 조금이나마 나이와 사회 경험이 많은 사람으로서 세상을 바라보는 눈을 키워주려 한다”며 “학생들이 20대가 됐을 때의 삶을 함께 고민하는 것도 신경을 쓰고 있다”고 언급했다.

보리수동산 관계자들이 장병들에게 건네는 감사 인사도 큰 힘이 된다. 이 상병은 “당직 선생님들이 갈 때마다 커피·차를 준비해주시고, 부대로 복귀할 때는 ‘아이들이 정말 좋아한다’ ‘시간 내서 와줘서 정말 고맙다’고 말씀하신다”고 강조했다.

 

 

고재휘(왼쪽)·이민재 상병이 일과 후 시간을 이용해 학생들을 가르칠 준비를 하고 있다.
고재휘(왼쪽)·이민재 상병이 일과 후 시간을 이용해 학생들을 가르칠 준비를 하고 있다.



“선한 영향력 발휘하도록 노력” 

‘군인 선생님’ 장병들은 앞으로도 매주 보리수동산을 찾는 수고를 아끼지 않겠다고, 이변이 없는 한 전역할 때까지 계속 학생들을 찾겠다고 입을 모았다. 신 병장은 “학생들이 어른이 됐을 때, 지금 저와 함께했던 경험을 떠올리며 웃음 지을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고 상병도 “이제는 친한 동생이 된 학생들에게 선한 영향력을 발휘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여단은 “앞으로도 지역사회와 화합하며 우리 군의 따뜻한 이미지를 확산하기 위한 다양한 활동을 지속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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