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하반기, 독일 연방군 포병 고군반 교육과정에 참가할 뜻깊은 기회를 얻었다. 독일군은 한때 유럽 최고의 군사력을 자랑했고, 현재도 북서대양조약기구(나토)의 주축으로서 서방 안보의 중심 역할을 맡고 있다. 6개월간 독일군과 함께 생활하며 막연하게 알고 있던 유럽 군대의 현실을 직접 보고 느낄 수 있었다. 선진 군대로 불리는 독일군이지만, 실제로 마주한 그들의 모습이 완벽한 군대는 아니었다.
소련 붕괴 이후 냉전체제가 해체된 지난 30여 년간 독일은 뚜렷한 외부 위협 없이 지내 왔다. 그 결과 국방보다 경제에 더 많은 자원을 집중했고, 국방예산은 지속적으로 축소됐다. 줄어든 군비는 나토 연합방위체제로 보완하고자 했다. 이를 위해 프랑스, 네덜란드, 폴란드 등과의 다국적 부대가 조직됐다. 군의 편제도 ‘국토(본토) 방위’가 아닌 ‘해외파병’에 맞춰 변화됐다. 이런 변화에 따라 2011년에는 징병제를 폐지하고 모병제로 전환했지만, 병력 모집 시 수적 부족과 질적 수준 저하로 현재 징병제 재도입이 논의되고 있다.
군인에 대한 충분한 보상과 사회적 인식이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모병제를 실시한 독일군은 모병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병사의 평균 연령은 30대에 달한다. 국토 면적은 우리보다 3배 이상 넓지만, 병력은 약 18만 명으로 우리 군의 40% 수준이다. 현재 독일 육군은 완편 3개 사단 규모로 축소됐다. 줄어든 병력만큼 장비가 첨단화돼야 군사력 유지가 가능한데, 국방예산 축소로 장비 확보도 제약받고 있다. 세계 최고 성능을 자랑하는 PzH2000 자주포도 독일군 보유 수량이 100여 문뿐이다. 내가 교육받던 시기에는 우크라이나 탄약 지원으로 가용한 포탄이 없어 10월에 예정됐던 포탄사격 훈련이 12월 초에야 진행됐고, 훈련일정 중간에 장비 정비 문제로 훈련이 무산되기도 했다.
독일군과 함께하며 여러 문제점을 체험하고 우리 군이 나아갈 방향성도 고민해 봤다. 먼저 변화하는 시대 흐름을 읽지 못하고, 단편적인 상황만을 근거로 성급히 국방정책과 목표를 설정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선택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느꼈다. 반드시 냉정하고 철저한 현실 분석이 뒷받침돼야 한다. ‘안보 없는 경제는 있을 수 없다’는 대전제처럼 경제성장을 이유로 국방비를 쉽게 축소하는 일 또한 경계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독일의 큰 경제파트너였던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을 거치며 일순간에 적이 된 것처럼 우리 역시 국제정세가 급변할 수 있음을 명심하고 다양한 안보전략과 만반의 전투준비태세를 갖춰야 한다. 국가 안보는 군만의 몫이 아니다. 국민과 군 구성원 모두가 같은 시선으로 안보를 바라보고 함께 고민할 때 비로소 우리 군이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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