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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4, 기억해야 할 그날

입력 2025. 08. 01   16:35
업데이트 2025. 08. 04   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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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가음 중위 육군1보병사단 수색대대
김가음 중위 육군1보병사단 수색대대


대한민국 서부전선 비무장지대(DMZ) 작전을 펼치는 육군1보병사단 수색대대 정훈장교다. 8월 4일은 ‘DMZ 목함지뢰 도발사건’이 발생한 지 10년이 되는 날이다. 많은 시간이 흘렀지만, 작전 현장에는 아직도 그날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이 글은 단순한 사건의 회고가 아니라 우리가 지켜야 할 ‘가치’와 ‘책임’을 되새기기 위한 기록이다.

2015년 8월 4일 오전, 경기 파주시 DMZ 남방한계선 인근에서 수색작전을 전개하던 중 2차례 지뢰 폭발이 발생했다. 당시 의무관 임무를 수행 중이던 하재헌 하사는 양쪽 다리를, 부팀장 임무를 맡았던 김정원 중사는 오른쪽 발목을 잃는 중상을 입었다.

한반도는 극도의 긴장감에 휩싸였고, 현장에 남은 전우들의 기억과 상처는 지금도 깊이 각인돼 있다. 그날 이후 우리 수색대대원들은 같은 희생이 반복되지 않도록 경계태세를 더욱 철저히 유지하고 있다. 이 순간에도 DMZ 최전방에서는 수많은 장병이 묵묵히 철책을 순찰하며 보이지 않는 위협과 맞서고 있다.

올해로 10주년을 맞은 ‘Remember 804’ 전투영웅들의 헌신을 담은 영상을 제작하게 됐다. 그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자 분노와 두려움, 전우를 지키겠다는 결의가 생생히 느껴졌다.

영상 속 이야기를 정리하며 스스로에게 물었다. “무엇이 이들을 이토록 담대하게 만들었을까?” “우리는 이 정신을 제대로 이어가고 있는가?” 그들은 자신을 희생하며 전우를 지켰고, 군인으로서 사명이 무엇인지 온몸으로 증명했다. 바로 그 헌신이 오늘날 우리 군을 더욱 단단하게 만들었고, 국민의 신뢰는 그러한 책임감 위에 세워졌다.

우리가 그날을 기억하는 이유는 과거에 머물기 위함이 아니라 오늘의 평화를 더욱 굳건히 하기 위해서다. 평화는 우연히 주어지는 게 아니라 수많은 땀과 책임, 희생 위에서 이뤄진 결과다. 지금 내가 누리는 평화는 누군가가 가족을 뒤로한 채 전방에서 묵묵히 임무를 수행하고 있기에 가능한 일임을 기억해야 한다.

‘DMZ 목함지뢰 도발사건’이 발생한 지 꼭 10년이 된 2025년 8월 4일. 우리는 다시 스스로에게 물어야 한다. “그날을 우리는 기억하고 있는가?” “다시는 그런 희생이 일어나지 않게 할 수 있는가?” 그날의 아픔을 잊지 않는 것이야말로 우리가 평화를 지키는 가장 강력한 방법이다. 잊지 말자. 평화는 기억 위에서 완성된다. “804, 기억해야 할 그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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