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불행하도록 태어난 동물이다. 더 정확히 얘기하면 사람은 불행하도록 만들어져 있다. 무슨 생뚱맞은 소리냐고 할지 모르지만 사실이다. 우리의 DNA는 행복보다 불행을 훨씬 오래 기억하도록 만들어져 있다. 생존 때문이다.
인지과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사람들이 일상의 행복을 기억하는 시간은 한나절에 불과하다. 심지어 일생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한 로또 당첨과 같은 큰 행운도 보통 3개월, 길어도 6개월이 지나면 일상으로 돌아온다고 한다. 일생에 한 번도 없을 행운이라면 평생 행복에 취해 살아야 하는 게 마땅치 않을까?
반대로 누구에게 뺨이라도 한 대 맞으면 그 기억은 평생 간다. 일상생활에서 들은 기분 나쁜 말도 거의 몇 년은 남는다. 적극적으로 노력하지 않으면 평생 갈 수도 있다. 이처럼 사람의 뇌 구조는 불행을 훨씬 오래 기억하게 돼 있다. 이는 생존과 관련 있어서다.
생존을 위협하는 모든 환경과 행위가 좋을 리 없다. 그 위협을 간과하거나 쉽게 잊어버리는 족속이 오랫동안 대를 유지하고 생존할 가능성도 별로 없다. 인간이 이렇게 지구의 패자(覇者)가 된 것은 불행을 오래 기억하고, 그에 잘 대처해 와서라고도 볼 수 있다.
새로운 일에 부정적인 건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사람이 타성에 안주하려는 것도 자연스러운 일이다. 지금까지 안전하게 살아왔다면 그 생활을 일부러 부수고 나가 생존을 위협할 필요는 없다. 안전한데도 계속 생활의 안정을 뒤흔드는 일을 한다면, 그건 바보 같은 일이다. 인류가 이렇게 번성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안전하다고 판단되면 새로운 위험한 짓을 하지 않고 안주하며, 타성에 젖어 살고, 새로운 시도를 삼갔기 때문이다.
조금 이상하게 들리는가? 역사의 발전은 모험을 무릅쓴 사람들이 하지 않았던가? 맞다.
역사의 전기는 끊임없이 새로운 걸 시도했던 사람들에 의해 이뤄졌다. 하지만 그 사람들이 당대에 주변 사람들에게서 ‘정신이 나갔다’는 소리를 얼마나 많이 들었을지는 보지 않아도 알 수 있다. 새로운 모험을 했던 훨씬 많은 이가 생활의 어려움을 겪었고, 수명을 단축시켰으며, 주변 사람들을 곤란하게 만들었다는 사실은 중요치 않다. 그건 우리가 알 바가 아니다. 어차피 패자에게는 관심도, 정보도 없지 않나.
미국의 통계에 따르면 수많은 벤처기업의 5년 생존율은 평균 약 45%, 8년 생존율은 20%가 채 되지 않는다. 그런데도 많은 이가 성공한 몇몇 사람만 기억하며 꿈을 좇아 신사업에 달려들고 사라져 간다. 대다수의 망한 사람은 누군지 알 수 없고 알려고 하지도 않는다.
꿈의 시대다. 하고 싶은 것을 하며 지내야 하는 게 당연한 시대이고, 그게 행복이라고 생각한다. 패자 부활이라는 말이 유행이고 당연시된다. 그러나 한 번 실패하면 인생이 10년씩 늦어진다. 다행히 수명이 길어져 부활할 시간은 있으니 시도는 해 볼 만하다. 기억할 것은 모든 시도는 실패할 가능성이 있으며, 숨겨진 실패 확률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크다.
스스로 내 삶을 불안해하고, 예측 가능한 것에 노력을 집중하며 안정을 추구하는 것은 훌륭한 생존방식이다. 그게 확률 분포에서 2시그마, 95% 안에 드는 사람의 행동이다. 그걸 우리는 ‘평범’하다고 표현한다. 유전적으로 확실한 건 양극단의 2.5%씩은 아직 유전자의 안정성이 확보되지 않은 상태여서 에러도가 높다. 남과 같다는 건 다시 새겨볼 만한 말이다. 마음 편하게 사는 한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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