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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존은 왜 ‘No AI존’을 선언했을까

입력 2025. 08. 01   16:29
업데이트 2025. 08. 04   0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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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트렌드 - AI 쇼핑 비서 전쟁 

AI가 상품 검색 대신하면
광고 수익·데이터 확보 못 해
플랫폼 방문자 유지 위해
구글·오픈AI 등 접속 차단
투자 비용·기술력이 뒷받침
쇼피파이·월마트는 ‘다른 길’ 
AI 쇼핑봇에 결제까지 유도
수수료·온라인 매출 확대
한국 유통업계도 선택 기로에
고객 니즈 해결이 열쇠


온라인 쇼핑이 근본적인 변화를 겪고 있다. 소비자들이 상품 검색을 위해 일일이 키워드를 입력하는 대신 인공지능(AI)이 자동으로 인터넷을 탐색해 상품을 찾아주고 가격까지 비교해준다. 조건이 맞으면 사용자 동의 아래 자동으로 결제까지 진행할 수 있다. 쇼핑 편의성을 혁신적으로 높였지만, 기존 유통업체에는 큰 위협으로 작용한다.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AI 쇼핑의 등장과 흔들리는 유통 생태계

유통 플랫폼은 고객의 방문과 클릭을 통해 광고 수익과 고객 데이터를 확보해 왔다. 하지만 AI 쇼핑 비서가 이 과정을 대신 수행하면 이들 수익원이 크게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플랫폼인 아마존(Amazon)은 적극적인 대응에 나섰다. 디인포메이션의 최근 보도에 따르면 아마존은 구글, 오픈AI, 퍼플렉시티, 앤트로픽 등 글로벌 주요 AI 기업들이 개발한 AI 쇼핑봇의 접근을 전면 차단하는 강력한 조치를 했다. 이는 자사의 사업 모델과 플랫폼 통제력을 유지하기 위한 전략적인 대응이다.


아마존의 AI 접근 차단 전략 

아마존은 최근 웹사이트 접근 규칙을 관리하는 ‘robots.txt’ 파일을 수정해 구글의 AI 쇼핑 서비스 ‘프로젝트 마리너’를 비롯해 오픈AI의 챗GPT, 퍼플렉시티, 앤트로픽의 클로드 등 주요 AI 에이전트들의 접근을 금지했다. 이에 해당 AI 서비스들은 아마존 상품 페이지에 접근할 수 없게 됐다. 사용자가 “아마존에서 상품 찾아줘”라고 요청해도 검색 결과에서 아마존 상품이 제외되는 상황이 발생하게 된 것.

업계는 이를 단순한 데이터 보호 차원을 넘어선 전략적 결정으로 분석하고 있다. AI 에이전트가 쇼핑 과정에서 중개 역할을 하며 소비자와 아마존 간 직접적 연결고리를 약화하는 것을 우려한 조치라는 것이다. AI 에이전트란 사용자의 목표나 명령을 이해한 후 환경을 탐색·분석해 주어진 작업을 스스로 수행하는 인공지능 시스템을 의미한다.


광고 수익과 고객 데이터를 지켜라 

아마존이 이처럼 강력히 AI 접근을 차단하는 이유는 명백하다. 바로 플랫폼 방문자들을 유지함으로써 광고 수익과 고객 데이터를 확보하기 위해서다. 아마존은 지난해 광고를 통해 560억 달러(약 73조 원)의 수익을 기록했다. 사용자가 직접 아마존 플랫폼에서 상품을 검색하고 선택하는 과정이 광고 노출과 고객 데이터 확보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AI 쇼핑 비서들이 대신 상품을 찾아 결제까지 진행하면 소비자는 아마존에 직접 방문할 필요가 없어지게 된다. 아마존에는 광고 매출 감소는 물론 고객 데이터를 잃게 되는 중대한 위협이다. 결국 AI는 소비자에게는 편리한 도구지만, 아마존과 같은 플랫폼에는 통제권을 위협하는 존재가 될 수 있다.


쇼피파이와 월마트의 AI 대응법 

반면 아마존과 다른 전략을 펼치는 기업도 있다. 모바일 쇼핑 기업 쇼피파이(Shopify)는 AI의 접근을 부분적으로 허용하면서도, 최종 결제 단계에서 반드시 사람의 승인이 필요하도록 제한을 뒀다. 쇼피파이의 주 수익 모델은 광고가 아니라 결제 수수료이기 때문이다. 쇼피파이는 AI 쇼핑봇들이 자사의 ‘Shop Pay’ 결제 시스템을 활용하도록 적극 유도하고 있다. 퍼플렉시티 같은 AI 업체들과 협력해 연동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미국 1위 유통 기업 월마트는 더욱 개방적인 접근 방식을 선택했다. 자체 개발한 AI 챗봇 ‘스파키(Sparky)’를 통해 반복 구매와 자동 장바구니 추천 등 고객 편의를 높이고 있다. 향후 외부 AI 에이전트와의 연동도 추진 중이다. 월마트는 이를 통해 온라인 매출 비중을 현재 20% 미만에서 향후 5년 내 전체 성장의 절반 이상으로 높이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한국 유통업계에 주는 시사점 

이런 글로벌 AI 쇼핑 전쟁은 한국 유통업계에도 중요한 교훈을 제공한다. 쿠팡, SSG닷컴 등 자사몰 중심 유통업체들은 아마존과 같은 플랫폼 보호 전략을 선택할지, 쇼피파이나 월마트처럼 AI와의 협력 전략을 취할지 신중히 결정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네이버페이, 카카오페이 등 간편결제 플랫폼들은 쇼피파이 사례를 참고해 AI 쇼핑 생태계 내 결제 시스템 장악 기회를 모색할 필요가 있다. AI 쇼핑 에이전트가 널리 확산할수록 결제 시스템을 주도하는 플랫폼 영향력은 더욱 커질 것이다. AI는 단순한 기술 도입을 넘어 소비자와의 관계를 재정립하는 강력한 전략적 도구라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AI 기술 자체보다 이를 통해 고객 경험과 쇼핑 여정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지가 앞으로 경쟁력의 핵심이 될 것이다.


결론: AI 쇼핑 시대의 승자는 누구인가 

AI가 바꾸는 쇼핑 환경에서 유통 기업들의 운명은 AI와의 관계 설정 방식에 따라 결정될 것이다. 소비자가 AI에게 “최저가 운동화 추천해 줘”라고 묻는 순간, 기존 마케팅 예산과 진열 전략은 무력해진다. 이제 AI의 추천 알고리즘 안에 들어가지 못하면 존재하지 않는 것과 같다.

아마존은 강력한 통제 전략으로 AI를 자사 생태계 안에서만 작동하게 해 고객을 록인(lock-in)시키고 있다. 이는 거대한 투자 비용과 기술력이 뒷받침돼야 가능한 선택지지만, 성공할 경우 독점적 지위를 확보할 수 있다. 반면 쇼피파이는 조건부 협력 전략을 통해 AI와의 상생을 추구하되 자사 핵심 경쟁력은 보호하는 균형점을 찾고 있다.

한국 유통 기업들도 망설일 시간이 없다. 각자 상황에 맞는 AI 전략을 수립하고, 실행에 옮겨야 한다. 중소 유통업체들 역시 민첩성이라는 강점을 살려 AI 도구들을 빠르게 도입하고 고객 맞춤형 서비스를 구현할 기회가 있다.

AI 쇼핑 혁명은 예고된 미래가 아니라 현재진행 중인 현실이다. 주목할 만한 것은 월스트리트저널이 단독 보도한 아마존과 뉴욕타임스 간 연간 2000만~2500만 달러 규모 AI 콘텐츠 라이선스 계약이다. 이는 AI 기업들이 양질의 콘텐츠 확보를 위해 기꺼이 막대한 비용을 지불할 의향이 있음을 보여준다. 동시에 유통업계에서도 AI와의 파트너십이 새로운 수익원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승자가 되기 위해서는 시장 변화에 빠른 대응, AI 시대에도 유효한 고유 가치 창출, 온오프라인을 아우르는 일관된 AI 경험 제공, 그리고 고객 행동 패턴의 깊이 있는 이해와 활용이 필수적이다.

결국 AI 쇼핑 시대의 승자는 기술을 가장 먼저 도입한 기업이 아닌, 고객의 진짜 니즈를 AI로 가장 잘 해결해주는 기업이 될 것이다. 소비자들이 AI에게 묻는 말은 단순히 ‘어디서 살까?’에서 ‘내게 정말 필요한 게 뭘까?’로 진화하고 있다. 이 질문에 가장 정확하고 편리한 답을 제공하는 기업이 차세대 유통의 패권을 쥐게 될 것이다.

 

필자 한정훈 K엔터테크허브 대표는 일간지 기자로 일했고, 현재 한국과 미국을 오가며 AI·미디어·스트리밍·엔터 테크 분야를 취재하고 있다. 『디지털 인사이트 2025』(공저) 등을 썼다.
필자 한정훈 K엔터테크허브 대표는 일간지 기자로 일했고, 현재 한국과 미국을 오가며 AI·미디어·스트리밍·엔터 테크 분야를 취재하고 있다. 『디지털 인사이트 2025』(공저) 등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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