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이슈 돋보기
2025년 인도·태평양 주요국의 국내정치 동향 ① 일본 참의원 선거 결과 및 자국 우선주의 부상
가미야 소헤이의 정치 유튜브서 시작
당 결성 5년 만에 의석 15석 확보 성과
‘반외국인 정책 어젠다’ 선거 전략 주효
‘값싼 일본’ 이미지 자국민 박탈감 고조
생산 인구 주축 30~40대서 높은 지지율
혐한 정서 등 한·일 관계 악영향 우려
지난달 20일 일본 참의원 선거 결과는 일본 정치와 사회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바로미터와도 같았다. 이번 선거에서 일본 총리인 이시바 시게루 내각이 이끄는 자민당이 참패하면서 자공 연립의 과반이 중의원에 이어 참의원에서도 무너지는 결과를 낳았다. 중의원과 참의원에서 모두 과반이 무너진 것은 자민당 창당 이래 처음 있는 일이었다. 그러나 자민당의 쇠퇴라는 사실을 압도한 현상은 일본의 새로운 ‘극우정당’ 참정당(參政黨)의 급성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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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정당은 어떤 정당인가?
가미야 소헤이 대표가 이끄는 참정당은 가미야 개인이 운영하던 정치 유튜브 채널을 통해 얻은 지지를 바탕으로 2020년 결성됐다. 이후 2022년 가미야 대표가 참의원 선거에서 당선됐으며, 지난해 중의원 선거(3석), 지난 6월 도쿄도의원 선거(3석)를 통해 계속해서 존재감을 확대해 오고 있었다.
그리고 이번 참의원 선거에서 득표율 기준에서는 자민당과 국민민주당에 이어 세 번째, 의석수 기준에서는 자민당(39석), 입헌민주당(22석), 국민민주당(17석)에 이어 네 번째 성적을 거두면서 국정 정당으로서의 존재감이 크게 확대됐다. 이번에 참정당이 얻은 의석은 14석으로, 기존 의석과 함께 총 15석을 확보했다. 이에 따라 예산을 동반하지 않은 단독 법안을 발의할 수 있고, 상임위원장직을 수행할 수 있는 자격을 얻게 됐다. 결성 5년, 그리고 첫 번째 참의원 의석 확보 이후 3년 만의 성과인 것이다.
가미야 대표는 이번 선거에서 참정당이 ‘일반 국민이 직접 만든 당’이라는 정체성을 적극 어필했다. 참정당이라는 당명도 ‘일반 국민의 정치참여로 만들어진 정당’이라는 의미다. 이에 더해 참정당은 일본은 일본인을 위한 국가여야 한다는 ‘일본인 우선주의’를 내건 ‘극우 정당’으로서의 정체성을 가지고 있다. 참정당은 국가관과 역사관에서 보수 우익세력의 전형적인 신념을 담고 있는 동시에 ‘반글로벌리즘’에 대한 반작용으로 발생한 ‘일본인 우선주의’라는 새로운 현상이 더욱 가미된 새로운 우익의 모습을 보인다.
반글로벌리즘과 내셔널리즘이 국내 정치를 흔들고 있는 현상은 비단 일본만의 특징은 아니다. 대표적으로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와 ‘마가(MAGA·Make America Great Again)’가 있다. 이에 앞서 이민자 문제로 내셔널리즘이 확산한 유럽에서도 이미 오래전 우익 정당의 등장이 화두가 됐다.
참정당의 슬로건인 ‘일본인 우선주의’는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와 신념을 공유한다. 가미야 대표 자신도 트럼프 대통령의 스타일을 참고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참정당을 지지한 유권자층은 다른 정당을 지지한 유권자에 비해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 자세에 공감하는 비율이 매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기성 언론보도를 신뢰하지 않고 유튜브 등을 통한 검증되지 않은 정보를 바탕으로 판단하는 것도 공통된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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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지지하는가?
참정당은 이번 선거에서 반외국인 정책이라는 어젠다를 주도했다. 이는 또한 감세정책과 더불어 유권자들로부터 가장 많은 공감을 끌어냈다. 감세와 반외국인 정책(‘지나친 외국인 수용 반대’)은 일본 경제의 장기 불황에 따른 일반 국민의 경제적 어려움, ‘값싼 일본’ 덕에 폭증한 외국인 관광객에 대한 상대적 박탈감과 막연한 불안감이 상호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참정당 정책은 외국인 관광객에 대한 문제보다는 외국인의 토지 구매 규제나 외국인 노동자를 비롯한 일본에서 생활 기반을 갖는 외국인에 대한 규제를 강조하는 것이지만, 일반 유권자들에게 이는 외국인 관광객 문제와 크게 구분되지 않은 채 ‘반외국인 정서’라는 공감대 속에서 참정당의 지지로 이어지고 있다.
또한, 선거 유세 중 가미야 대표 등은 혐한 발언을 서슴지 않으면서 외국인에 대한 혐오를 부추겼다. 기성 정당에 대한 실망과 정치 변화의 기대 역시 참정당 돌풍의 배경을 이루고 있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참정당은 스스로 기성 정당과 정치 대안으로서의 정체성을 구축해 왔으며, 이번 선거 결과에서 보듯이 이는 상당히 공감을 얻었던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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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지지하는가?
연령별로 보자면 참정당을 지지한 유권자는 주로 생산 인구의 주축인 30~40대가 중심인 것으로 확인된다. 상대적으로 세금 납부 비율과 부담이 높은 세대에서 감세 정책과 더불어 외국인에 대해 혜택을 제공하는 정책에 반감을 보인 것으로 해석된다. 정당 지지층이나 소속감의 측면에서 보자면 자민당은 물론 입헌민주당, 국민민주당, 유신회의 지지자들을 일부 고르게 흡수한 것으로 확인된다.
비율 면에서 소수이기는 하지만 참정당이 반드시 보수 계열 정당 지지층으로부터만 공감을 받은 것은 아니라는 점에서는 주목할 만하다. 또한, 참정당에 투표한 유권자 중에는 지지하는 정당이 없는 ‘무당파’의 존재 역시 두드러진다. 이번에 참정당의 비례대표에 투표한 유권자 중 ‘무당파’의 비율은 국민민주당(15%), 입헌민주당(13%), 자민당(12%)에 이어 네 번째로 높았으며, 그 비율 역시 11%에 달했다. 무당파는 때로는 집권 여당에 대한 심판의 관점에서, 때로는 자신들의 이익을 대변해 주는 정책을 선택하면서 선거 결과를 좌우해 왔다. 이러한 맥락에서 참정당이 무당파의 지지를 얻었다는 것은 기성 정치에 대한 실망을 반영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참정당의 등장이 한·일 관계에 갖는 함의는?
정리하면 자민당의 돌이킬 수 없는 쇠퇴와 참정당의 돌풍으로 요약되는 이번 참의원 선거는 그 저변에 기성 정치의 쇠퇴, 장기화된 경기침체와 외국인 관광객 폭증으로 자극된 ‘값싼 일본’의 이미지가 일본인의 불안감·박탈감을 자극했다. 이를 해결해 주는 것에 실패한 또는 기대할 수 없는 기성 정당 대신 참정당이라는 대안을 선택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참정당이 유효 정당으로서 얼마나 지속될지를 판단하는 것은 현시점에서 매우 제한된다. 그러나 참정당의 성공은 일본 정치권이 앞으로 어떤 정책 방향성을 가져가게 될지를 보여준다. 자민당은 보수 세력 결집을 위해 보다 강경 보수 세력을 차기 총리로 내세울 가능성이 더욱 높아졌다. 단기적으로는 이시바 내각의 국정운영 동력이 약화함에 따라 한·일 관계를 견인할 수 있는 리더십을 발휘하기 어려워질 가능성이 크다. 또한 이번 참의원 선거는 일본 사회의 변화라는 맥락에서 앞으로 한·일 관계에 어떤 도전이 기다리고 있을지 보여줬다. 한·일 간 경제력 격차 축소와 세대교체는 미래지향적인 관계의 기반이 될 것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그 이면에 존재하는 부작용을 어떻게 극복해 나갈 수 있을지는 향후 한·일 관계에서 새로운 도전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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