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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에 안기고…바다 품고서…

입력 2025. 07. 31   16:49
업데이트 2025. 07. 31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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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 고성, 조용한 매력의 가족 휴양지

더위에 지친 몸, 사람에 지친 맘…풀어놓고 가세요

동해안 최북단 67㎞ 해변 따라 해수욕장 27개 펼쳐지고
금강산 첫 번째 꼽히던 신선봉, 병풍처럼 펼쳐진 울산바위
산 좋고 물 좋고 인적 드물어, 진정한 피서 즐기기에 ‘딱’

 

천진해수욕장은 주변에 숙소가 많아 휴가로 며칠 머무르기 좋다.
천진해수욕장은 주변에 숙소가 많아 휴가로 며칠 머무르기 좋다.


유난히 뜨거운 햇볕이 한반도를 뒤덮은 요즘, 피서 생각이 간절하다. 부산 해운대와 광안리해수욕장, 충남 보령의 대천해수욕장, 강원 강릉의 경포해변과 양양의 서피비치 등 전국 각지의 ‘핫 플레이스’로 꼽히는 피서지들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그러나 올해도 유명 피서지들은 인파로 넘쳐 날 전망이다. 

새로운 곳을 찾아 떠나 보자. 강원 고성이 좋겠다. 대중교통으로 방문하기가 쉽지 않은, 대한민국 최북단 동해안에 자리한 이 지역은 아직 한적하다. 67㎞ 길이의 해안선을 따라 27개 해수욕장이 즐비하게 이어져 있어 마음에 드는 곳을 골라잡기만 하면 된다. 바다에서 물놀이만 즐기기에는 고성의 매력이 다채롭다. 과거 금강산의 영역에 속한 지역이라고 했을 만큼 아름다운 풍경이 곳곳에 펼쳐진다.


일출과 월출의 명소로 알려진 청간정. 
일출과 월출의 명소로 알려진 청간정. 


설악과 금강의 품에 안긴 고성의 해변들


고성의 해변에는 공통점이 있다. 아직 때 묻지 않은 풍경을 자랑한다는 점, 오염되지 않아 맑고 푸르다는 점, 설악산과 금강산의 정취를 멀리서나마 함께 즐길 수 있다는 점이다. 고성의 수많은 해수욕장 중 일부를 소개한다. 물론 정답은 아니다. 고성의 해수욕장에는 각각 그들만의 특별한 분위기가 있으니까.

가장 먼저 소개할 곳은 켄싱턴해수욕장이다. 이곳은 속초와 고성의 경계에 위치해 비교적 접근성이 좋은 편이다. 길게 펼쳐진 백사장 너머로는 동해가, 뒤로는 설악산의 웅장한 산세가 펼쳐져 더욱 특별한 풍경을 선사하는 해변이다. 켄싱턴리조트 설악비치점과 바로 연결돼 리조트에서 운영하는 다양한 편의시설·포토존을 이용할 수 있다.

봉포해수욕장과 천진해수욕장은 고성에서 가장 인기 있는 곳이다. 주변에 숙소가 많아 며칠 머무르며 여름휴가를 보내기에 좋다. 인근 봉포항과 천진항에서 바다낚시 체험을 하거나 신선한 해산물을 현지 식당에서 즐길 수 있다. 아야진해수욕장은 고운 모래와 넓게 펼쳐진 백사장으로 유명하다. 인근 아야진항은 활기 넘치는 어촌 분위기를 느끼기에도 좋은 곳으로, 싱싱한 해산물을 맛보면서 현지 분위기를 만끽할 수 있다. 해변은 가족 단위 여행객이 여유롭게 시간을 보내기에 좋은 곳으로 추천한다. 자작도해수욕장은 크지 않은 규모이지만, 맑고 잔잔한 바다 덕에 가족 여행객에게 특히 인기가 많다. 해변 북쪽 끝에 모여 있는 바위섬은 아이들의 탐험놀이와 스노클링 명소로 잘 알려져 있다.

해변을 감상하는 쪽을 택한다면 청간정을 빼놓을 수 없다. 바닷가 언덕 위에 자리한 이 전통누각은 예로부터 일출·월출의 명소로 잘 알려진 곳이다. 정확한 건축 연도는 알 수 없으나 1520년에 고쳐 세웠다는 기록이 있을 정도로 유서 깊은 건물이다. 조선 선비들이 즐겨 찾아 이곳의 절경을 감상하고 시를 읊었을 터. 고도가 높고 그늘진 곳이어서 선선한 바람이 한여름 더위를 씻어 주기도 한다.

문암항과 백도해수욕장 사이의 능파대는 특이한 ‘타포니(Tafoni·풍화에 의해 주로 암석 측면에 형성된 구멍)’ 지형이 형성된 해안 바위지대다. 수많은 구멍이 뚫린 독특한 바위 표면이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그냥 지나칠 수 없을 정도로 매력적인 풍경이다. 그룹 방탄소년단(BTS)이 화보를 촬영한 곳으로 명성을 얻은 능파대는 이제 고성여행의 필수 코스로 자리 잡았다.

고성해변을 즐기는 팁 하나 더. 해변 사이를 연결하는 ‘해파랑길 46코스’를 따라 걷는 것도 색다른 즐거움이다. 걷는 내내 동해의 시원한 바람과 푸른 파도가 동행해 줄 것이다.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한 송지호.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한 송지호. 

 

전통마을 보존지구로 지정된 왕곡마을.
전통마을 보존지구로 지정된 왕곡마을.


고성의 전통적인 풍경, 송지호와 왕곡마을 

고성 남쪽에 자리한 송지호는 잔잔한 ‘석호(潟湖)’다. 석호란 원래 바다였던 곳이 모래가 퇴적돼 바다와 분리되면서 형성된 호수를 말한다. 강원도에서는 강릉 경포호, 속초 영랑호와 함께 송지호가 대표적이다. 관광지로 잘 알려진 앞의 두 석호와 달리 송지호는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어 철새 도래지로도 유명하다. 멸종위기 조류들이 찾아올 정도로 생태학적으로 중요한 곳이다. 호수 둘레를 따라 약 5㎞ 길이의 산책로가 이어진다. 울창한 해송림 사이로 난 오솔길을 따라 거닐며 호수의 고요함을 만끽할 수 있다.

호수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왕곡마을이 있다. 수십 채의 기와집과 초가집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이 마을은 북방식 한옥 구조를 잘 보존해 전통마을 보존지구로 지정됐다. 추운 지방의 특색을 담은 북방식 한옥은 국내에서도 보기 드문데, 기와지붕의 처마선과 두툼한 초가지붕이 독특한 분위기를 풍긴다. 이러한 경관 덕분에 영화 ‘동주’ ‘고산자, 대동여지도’,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 등의 시대극 촬영지로도 잘 알려져 있다.

왕곡마을에서는 옛 정취를 느끼며 마을 골목길을 산책해 보자. 옛 가옥 사이를 거닐다 보면 영화 촬영지 표지판도 간간이 보여 흥미를 더한다. 고즈넉한 호숫가 풍경과 고택이 전하는 정서는 일상의 속도를 늦추고 마음의 쉼표를 찍기에 충분하다.

 

고성군 토성면 원암리에는 금강산의 가장 남쪽 봉우리인 신선봉이 있다. 사진은 신선봉의 ‘신선대’로 알려진 버섯바위 인근에 있는 기암. 바로 앞에는 설악산 울산바위가 보인다.
고성군 토성면 원암리에는 금강산의 가장 남쪽 봉우리인 신선봉이 있다. 사진은 신선봉의 ‘신선대’로 알려진 버섯바위 인근에 있는 기암. 바로 앞에는 설악산 울산바위가 보인다.


금강산의 시작점, 신선봉 

바다만큼이나 산이 빚어내는 풍경도 고성여행의 백미다. 고성군 토성면 원암리에는 금강산의 가장 남쪽 봉우리인 신선봉이 자리한다. 과거 금강산 1만2000봉우리 중 첫 번째로 꼽히던 산으로, 현재는 남측에서 금강산을 오를 수 있는 유일한 경로다.

신선봉 기슭의 화암사에서 출발해 한 시간 남짓 산길을 오르면 탁 트인 암반지대인 버섯바위에 닿을 수 있다. 신선대라는 명칭으로 더 잘 알려진 이곳은 울산바위를 조망하기에 좋은 장소로, 많은 이의 사랑을 받고 있다(사실 신선대는 버섯바위 인근에 있는 기암이다). 등산로는 두 갈래로 나뉜다. 비교적 가파른 ‘등산하는 길’(1.2㎞)과 완만한 ‘산림치유길’(2㎞)이다. 선택은 여러분의 몫이다. ‘등산하는 길’ 구간에는 볼거리가 많다. 바위틈에서 쌀이 나왔다는 전설의 수바위, 층층이 쌓인 모습이 시루떡을 닮은 시루떡바위 등이다.

마침내 너른 바위 신선대에 올라서면 남쪽 멀리 설악산의 울산바위가 한눈에 들어오는 장쾌한 풍광이 펼쳐진다. 전설에 따르면 울산바위는 금강산의 봉우리가 되기 위해 먼 울산 땅에서 걸어왔지만, 안타깝게도 선착순에 들지 못해 설악산에 주저앉았다고 한다. 비록 그 일부가 되진 못했어도, 이렇게 신선대에서 마주하는 울산바위와 주변 산세는 그 자체로 성대한 자연의 파노라마다.

하산한 후에는 화암사에 들러 몸과 마음을 재정비해 보자. 통일신라시대에 창건됐다는 화암사는 그 역사만큼이나 여러 번 소실과 중건을 거쳤다. 현재는 아담하고 단정한 사찰의 풍모를 보여 준다. 화암사 경내에 있는 전통찻집은 여행자들에게 인기가 많다. 대웅전처럼 꾸민 전각 내부 공간에서 투명 유리창 너머로 수바위를 비롯한 푸른 숲을 바라보며 전통차를 마실 수 있기 때문이다. 향긋한 차 한 잔과 함께 사찰 특유의 고요함을 음미하다 보면 등반으로 지친 몸과 마음이 차분히 가라앉는다. 맑은 차향과 울창한 풍경 속에서 잠시 명상하듯 휴식을 취하는 이 시간이야말로 금강산 자락에서 누리는 진정한 힐링일 것이다.


바다 위를 걸어 보자, 대진항 

대진항은 우리나라 동해안 최북단에 있는 항구로, 북쪽으로 조금만 가면 휴전선이 나타나는 의미 있는 장소다. 이곳에는 Y자 형태로 뻗은 대진해상공원이 있어 바다 위를 거닐어 볼 수 있다. 문어를 테마로 한 다양한 조형물, 바다 위를 걷는 듯한 짜릿한 경험을 제공하는 철망데크는 아이들의 흥미를 끌기에 제격이다. 해돋이 포토존과 무지개색 테트라포드 등 아기자기한 볼거리도 눈에 띈다. 대진항 수상시장에서는 이곳으로 들어오는 신선한 해산물을 구매할 수 있다. 사진=필자 제공


필자 김정흠은 여행작가이자 콘텐츠 크리에이터다. 주로 여행 카테고리의 콘텐츠를 기획·제작하고 있다. 국내외 여행 매체 등과 함께 다채로운 여행 콘텐츠를 선보인다.
필자 김정흠은 여행작가이자 콘텐츠 크리에이터다. 주로 여행 카테고리의 콘텐츠를 기획·제작하고 있다. 국내외 여행 매체 등과 함께 다채로운 여행 콘텐츠를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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