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배한 대국의 복기는
이기는 방법을 만들고
승리한 대국의 복기는
이기는 습관을 만든다”
대대장 재직기간 중 한 번도 체험하기 어려운 육군과학화전투훈련단(KCTC) 훈련을 운 좋게 3번이나 경험하게 됐다. 대대는 훈련 여단의 눈과 귀가 되는 적지종심지역부대 역할을 수행했고, 그 임무엔 변함없었으나 3번에 걸친 KCTC 훈련 중 지형과 기상조건은 모두 상이했다.
첫 번째 훈련은 봄이 찾아오고 얼마 지나지 않아 일교차가 심했던 4월, 두 번째 훈련은 영하의 기온으로 눈 덮인 혹한의 무서움을 경험했던 12월, 올해 이뤄진 세 번째 훈련은 폭우와 폭염으로 인해 무덥고 습했던 6월이었다.
첫 번째 훈련은 대대장으로 보직돼 6개월 시점에 진행해 대대의 훈련 수준 분석과 소요를 발굴하는 데 의미가 있었고, 이를 과제화할 수 있었다. 이후 도출된 과제를 단순화해 교육훈련에 적용할 수 있도록 매진했다. 특히 대대에 부족한 부분을 오픈하고 집중 숙달할 기회였다.
당시 훈련 사후검토 때 “마음껏 훈련하고, 훈련 이후 최종 상태가 중요하다. 훈련 중 느낀 점이 있다면 차후 임무 수행 때 보완 역할을 하면 된다”고 하셨던 군단장님 말씀이 기억에 남는다.
두 번째는 같은 해 12월 실시한 혹한의 훈련이다. 전장에서 수없이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만큼 기상은 중요하다. 병서 『육도』 『삼략』엔 “장수는 지붕 있는 수레를 타지 않는다”며 기상 변화의 민감성을 강조했는데, 전투 상황에서 기상은 전투력 발휘에 큰 영향을 미친다.
겨울철 전투는 지피지기(知彼知己)도 중요하지만 지천지지(知天知地)를 강조할 필요가 있다. 대대는 혹한의 추위를 견디고자 영하 속 동일한 훈련조건과 유사한 형태의 훈련지역에서 쌍방 마일즈 훈련을 하는 등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그 결과 KCTC 훈련에서 기록된 대항군 연대 및 대대 지휘소 완파 등 최초의 타이틀을 달성하는 등 훈련 성과를 거뒀고, 기상 변화에 따른 훈련 준비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알게 됐다.
세 번째는 폭우와 폭염 속에 이뤄진 여름 훈련이다. 1부 작전 때 부대원들은 앞이 보이지 않는 폭우에도 적진 깊숙이 침투했고, 1개 지역대는 전원 생존했다. 기상조건이 불리해 아군의 영상정보 자산 능력이 발휘되지 않을 때 인간정보 자산 능력과 역할을 유감없이 보여 줬다. 이는 앞서 2번의 훈련 때 식별된 개인의 수준, 팀별 미흡사항을 정확히 알고 제대별 전술훈련으로 집중 보완해서라고 생각한다.
매 훈련 시 훈련 여단들과의 사전 훈련을 통한 부대 통합과정, 지형에 특화된 대항군 연대의 높은 전투력, 계절적 지형 변화와 기상조건 등 다양한 전장 마찰요소가 있었지만 이를 해결하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부족한 부분을 정확히 알고 유사한 전장환경을 조성해 시행한 교육훈련임을 절실히 느낄 수 있었다.
최근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에서 상영 중인 영화 ‘승부’에선 복기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바둑에는 ‘복기’라는 훌륭한 교사가 있다며 “패배한 대국의 복기는 이기는 방법을 만들고, 승리한 대국의 복기는 이기는 습관을 만든다”고 얘기한다. 우리 군에는 ‘KCTC 전투훈련’이라는 훌륭한 교육기관이 있다.
대대장으로서 우리 번개대대는 KCTC 훈련을 하면서 이기는 방법과 습관을 만들어 가고 있음을 확신한다. 3번의 훈련에서 강한 전투력으로 보답해 준 대대원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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